무분별한 굿즈 마케팅, 지속가능성의 경고등이 켜졌다
프랜차이즈 카페부터 대형 유통, 기업 이벤트까지. 소비 유도를 위해 이용되는 증정용 굿즈(사은품, 한정판 기획제품 등)가 빠르게 남용되고 있다. 소비자 체험과 브랜드 충성도가 마케팅 목적이라지만, 정작 배포 이후 대다수 굿즈는 활용하지 않고 곧장 폐기물로 전락한다. 문제는 이 ‘무료’ 혹은 ‘한정판’ 굿즈가 거대한 환경 부담이라는 점이다. 업체들은 친환경 포장, 리사이클 소재 등을 내세우지만, 전체 굿즈의 85% 이상이 단 한 번도 사용되지 않거나 바로 버려진다는 환경부 2025년 자료가 이를 입증한다.
현장에서는 이미 쓰레기장이 된 이벤트 장소,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거래되거나 현장에서 버려진 증정품 사진이 쏟아진다. 인기 브랜드 한정판 굿즈 행사는 새벽 대기 줄로도 유명하지만, 수많은 증정품은 개봉도 없이 중고시장 혹은 재활용함으로 향한다. 감당할 수 없는 마케팅 과잉, 그리고 소비자의 ‘디지털 피로’ 현상까지 겹치면서 그 폐해는 사회 전반에 확산 중이다.
진짜 문제는 업계의 공감 부재다. 업계는 단기 매출 극대화, 주가 견인에만 매몰되어 있다. 대형 커피 프랜차이즈 관계자의 “굿즈가 없으면 손님이 오지 않는다”는 발언에 업계 인식의 민낯이 드러난다. 소비자 역시 ‘소장욕구’에서 시작해 ‘가질 필요 없음’으로 빠르게 태도를 바꾸고 있다. 환경부는 올해 9월부터 증정용 굿즈 전수조사를 예고했다. 폐기량, 소재 투명화, 친환경 인증 여부까지 기록·공개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행정조치만으로는 실효성을 담보할 수 없다. 유통업계는 “친환경 소재 사용 확대”, “가격 포함 표기”, “플라스틱 저감 캠페인 자체 시행” 등을 검토하고는 있지만, ‘증정 그 자체’를 줄이겠다는 자정 움직임은 미약하다.
증정품 -> 쓰레기의 악순환 메커니즘은 이미 사회적 비용을 초래 중이다. 2026년 상반기, 전국 자치단체 폐기물 집계에서는 컵, 포크, 인형류 등 ‘단순 굿즈성 폐기’가 생활 폐기물의 신규 비중 3위로 올라섰다. 지방의 중소도시는 환경기초시설 과부하, 자원 선별장 정체 현상까지 겪고 있다. 업계는 “현실적으로 포장재 미사용, 플라스틱 대체 불가”라는 해명에만 머문다. 결국 비용은 지자체/국민 세금으로 전가된다.
정치권의 책임도 크다. 2024년 총선, 증정용 굿즈 규제 관련 법률안 5건이 야당·여당서 모두 발의됐지만, 로비와 경제효과 명분에 밀려 본회의 문턱조차 넘지 못했다. 전형적인 ‘소음정치’로 결과 없이 대립만 반복되는 구조다. 기업 로비와 소비자 유혹이라는 ‘정치적 환경 프레임’이 계속 되면서, 규제 무력화와 반복적인 자정 시늉에 그치는 실정이다.
국회 산자위 위원장은 “마케팅 창의성 바탕 기업 자율 조정 기대”라지만, 시장 논리만으로는 유의미한 환경 개선이 어렵다. 업계와 시민사회, 환경단체까지 ‘생활 마케팅의 부담 전가 구조’를 비판하며 ‘증정품의 최소화, 생산 측의 실명제 도입, 폐기 투명화’ 등 실효적 대안 제시가 이어지고 있다.
문제를 단순히 환경 논리로만 풀 수 없다. 증정품을 통한 소비 촉진이 일자리/지역경제에 기여하는 순기능 역시 있다. 하지만 파생비용과 사회적 배려가 혼합되어야 할 시점이다. 환경부, 국회, 업계 어디도 책임 회피에서 자유롭지 않다. 국민의식 또한 ‘무료’에 대한 무비판적 탐닉을 멈춰야 한다.
국내외 선진국서는 증정용 굿즈 배포 인센티브 자체를 폐지하거나, 전수 신고·재활용 중심으로 법제를 전환 중이다. 일본은 ‘굿즈 배포 총량제’, EU는 소재 기반 선별 허가제 등을 2025년부터 도입한다. 단순한 규제가 아닌 명확한 사회적 합의, 그리고 당장의 마케팅 실적이 아닌 지속가능성 가치가 필요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쏟아지는 증정용 굿즈는 ‘가치와 편의’를 넘어선 사회적 부담이라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책임 있는 소비, 그리고 기업의 무책임한 마케팅 자제가 동시에 요구된다. 정치는 협치와 실효성을 확보하는 법제화로 응답해야 할 때다. — 윤태현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