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서해구 육아맘 지원정책, 희망과 현실 사이의 간극
지난 몇 년간 저출산 문제는 사회의 가장 근본적인 고민거리로 꼽혀 왔다. 출산을 망설이는 젊은 부부들, 막막함 속에서 악착같이 하루를 버티는 초보 엄마·아빠, 그리고 이들을 둘러싼 현장의 육아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사회가 변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인천 서해구는 이 같은 흐름에 발맞춰 육아맘 지원 공약을 내걸었다. 시행 소식이 전해졌을 때만 해도 지역 커뮤니티에는 ‘드디어 변한다’는 기대와 응원이 넘쳤다. 하지만 최근 그 공약이 크게 후퇴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혜택 횟수는 줄고, 내년 조차 전면 시행이 불투명해졌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많은 시민들이 실망과 분노, 좌절을 표현하고 있다.
광장에서 마주친 박혜진(36, 서해구 거주)씨는 두 살 조카를 돌보며 낮에도, 밤에도, 육아의 무게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한다. 그녀는 “6개월 전에만 해도, 구청에서 돌봄지원 횟수를 확대한다는 말이 나왔을 때 진짜 희망을 느꼈어요. 시댁이나 친정이 멀리 살아 육아가 고달픈데, 그래도 구가 손 내밀어주니까 잠깐 쉴 틈은 있겠구나 싶어서요.”라고 말했다. 혜진씨는 최근 횟수 축소 및 예산 논의 지연 소식에 심적으로 큰 상실감을 느꼈다고 토로한다. 그녀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서해구 온라인 카페와 맘카페에는 역대급 ‘정책 후퇴’에 대한 불만과 허탈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실제 인천 서해구 자치단체 측은 육아맘을 위한 돌봄지원 서비스의 횟수를 기존 계획에서 대폭 줄이지 않으면 내년도 전체 시행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예산 부족과 실무 인력의 과중, 국·시비 지원 미비가 이유로 꼽힌다. “굳이 말하면, 기대를 너무 키우지 말라는 거죠. 진짜 필요한 곳에 집중 지원을 해야 한다”는 구 관계자의 말은, 미안함과 현실인식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행정의 속내를 보여준다.
비슷한 일이 인천 뿐일까? 서울 일부 자치구에서는 최근 몇 년 사이 돌봄 관련 예산이 일부 삭감됐고, 신청 기준도 까다로워진 사례가 속출했다. 부산, 대전 등 광역시 단위에서도 ‘육아맘 바우처’와 ‘긴급돌봄 인력’ 등의 제도적 품앗이가 정책 로드맵상 우선순위에서 밀린 적이 드물지 않다. 전국을 돌며 사례를 들여다보면, 늘 구조적 문제와 재정 압박, 그리고 사회적 인식 간극이 발목을 잡아왔다. 결국 자신과 가족의 시간·경제·정서적 부담을 깎아내며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 특히 ‘육아맘’들에게 정책 후퇴는 공론의 단계에서만 남지 않는다. 가정마다 땀과 눈물로 되새겨진다.
“누구나 부모가 된다. 하지만 누구나 충분히 도와받는 건 아니다.” 교육 및 복지계를 총괄하면서 수많은 부모·보육교사를 인터뷰해 본 입장에서, ‘정책 후퇴’의 상징성을 깊이 돌아보게 된다. 결국 가장 약한 고리, 즉 실질적으로 돌봄이 절실한 가정이 혜택을 가장 적게 받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 이예진(29, 쌍둥이 엄마)는 “한 번이라도 더 쉰다고 애가 달라지는 건 아니지만, 엄마가 너무 지치지 않게 그냥 토닥여 주는 게 정책 아니에요?”라고 절실히 말했다. 기초 복지란 ‘거창한 한 방’이 아니라 ‘자주 다가가는 작은 손길’임을 다시금 되새긴다.
더 아프게 와닿는 것은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다. 늘어난 정책 홍보와 현실의 벽이 겹칠수록, 혜택을 느끼지 못한 부모들은 무기력함에 빠진다. “정부가 정말 출산율 신경 쓴다면, 산모를 실제로 돌볼 예산과 시스템부터 바꿔야지, 포스터만 그럴싸하게 붙이는 게 무슨 소용이에요!” 김지해(41, 맞벌이 부부)는 분노를 숨기지 않는다. 구급차에 몸을 싣는 치매노인에겐 복지가 실시간 도움이어야 하듯, 어린 아이를 안고 버스정류장에서 울고 있는 엄마에게도 ‘긴급한 정책 도달’이 중요하다. 현장에서의 이 목소리들이 책상 위에서 먼지 쌓인 자료집보다 솟구치는 울림을 가졌으면 한다.
전문가들은 “예산 타령이 반복된다면, 결국 아예 육아정책 정책 자체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다”고 입을 모은다. 일부 복지정책이 포퓰리즘 비판에 휩싸이기도 하면서, 실제 지원의 현장성·지속성은 뒷전으로 밀리기 일쑤다. 하지만 복지국가의 기초는 ‘내게 직접 다가오는 작지만 단단한 도움’임을 잊지 말자. 이제는 번지르르한 약속보다, 실제 손에 잡히는 정책이 필요한 때다.
서해구 엄마·아빠들은 여전히 하루하루를 악착같이 살아간다. 가끔은, 정책서류와 행정 수치가 아니라 그들의 고단한 눈빛에 더 귀 기울여야 함을 우리는 잊고 있다. 작은 개선이나마 무산되지 않도록, 온 사회가 한 번 더 등불을 밝혔으면 한다. 다시 한 번, 육아맘들은 ‘기대’를 내려놓고 오늘을 산다. 그리고 그들의 내일이 너무 멀지 않길, 사회 전체가 고민해야 할 때다.
— 김민재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