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밥을 닮은 시간, 신효섭 셰프의 ‘알토란’ 레시피로 물든 저녁
늦은 여름 저녁, 부엌에 은은하게 퍼지는 멸치향을 따라 한 그릇의 온기가 마음을 두드린다. E채널 <알토란>에서 신효섭 셰프가 선보인 ‘멸치양념장·마늘종볶음·달걀국’ 레시피는 특별하지 않으면서도 일상에 깊은 위로가 되는 집밥 한 끼를 떠올리게 한다. 한여름이 끝나도 바쁜 일상은 줄지 않지만, 재료 본연의 맛에 충실한 이 레시피들은 마음을 잠시 붙들어 앉혀준다. 반질반질 매끈한 멸치에 고추와 마늘의 향이 감돌고, 파릇파릇한 마늘종이 볶아지며 고소한 소리가 부엌을 가득 메운다. 그리고 부드러운 달걀이 풀린 뜨끈한 국물은 한 숟가락마다 지친 하루의 피로를 녹여준다. 신효섭 셰프가 전하는 방식은 간결하다. 복잡한 재료나 오래 끓이는 오랜 과정보다는, 집에 늘 있는 친숙한 재료와 몇 번의 젓가락 놀림만으로도 충분하다. 멸치와 간장, 참기름, 고추 한 줌만으로도 반찬통에서 작은 풍경이 만들어진다. 식탁엔 어려운 레시피가 아닌, 시간과 경험이 축적된 엄마의 손맛 같은 단순함이 놓인다. ‘집밥’의 힘은 때로 대단한 기술이 아닌, 사소한 반복과 정성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한다. 멸치양념장은 짭조름하면서 고소하고, 들썩이는 혀끝에 따라 즙이 번지는 것이 포인트다. 부드럽게 볶아낸 마늘종은 아삭함과 단맛, 짭짤함이 어우러져 입안을 산뜻하게 감싼다. 달걀국은 투명한 국물 위로 방울방울 노란 달걀이 흩어지며, 고소한 무게감을 남긴다. 따스한 국물의 향기에 잠시라도 바쁜 마음을 내려놓고 싶어지는 시간이 흐른다. 요즘처럼 빠르게 변하는 도시의 저녁에도 이런 소박한 음식이 큰 위로로 다가오는 이유는, 손끝에서 느껴지는 익숙함과 순수가 있기 때문이다. 화려한 한 상 차림보다, 단출하지만 정갈하게 차려진 이 한 그릇이 주는 안정감은 서울의 13평 원룸, 작은 가족의 아파트, 오랜만에 찾은 고향집 할 것 없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다. 직접 만들어보면 신효섭 셰프의 레시피는 손쉽지만 매우 디테일한 감각을 담고 있다. 멸치의 크기와 불림 정도, 간장의 농도, 불 세기의 차이 같은 사소한 포인트 하나하나가 집집마다의 추억과 겹쳐진다. 이 과정에서 부엌의 시간은 느리게 흐르고, 부모님이 차려주던 반찬의 기억, 나만의 레시피로 바뀌는 순간의 설렘까지 함께 스며든다. 최근 여러 방송에서 스타 셰프들의 퓨전 요리, 재료 탐험 같은 화려한 연출이 많아졌지만, 시청자들은 여전히 단순하고 익숙한 맛에 쉽게 마음이 열린다. 전문가들은 바쁜 현대 사회일수록 평범한 집밥에 대한 향수가 커진다고 말한다. 하루의 끝에 먹는 밥상에선 해묵은 피로와 감정이 풀리고, 공동체의 온기가 창가처럼 스며든다. 이번 <알토란>에서 공개된 레시피 역시 누구나 부담 없이 시도할 수 있으며, ‘가성비’와 ‘노동강도’의 균형이 절묘하다. 정겨운 재료, 절제된 양념, 심플한 조리법으로 완성되는 세 가지 메뉴는 번잡한 레스토랑이나 배달 음식과는 다른 경험을 안겨준다. 직접 장을 보고, 멸치를 골라내고, 알싸한 마늘종을 자르는 손끝에서 느껴지는 감각이 고스란히 밥상에 전해진다. ‘단골집’이나 ‘대세 맛집’에서 느끼지 못할 소박한 맛의 귀환. 일상에 고단한 이들에게는 그 자체가 작은 행복의 힌트다. 최근 집밥 레시피가 소셜 미디어와 유튜브 등 통해 빠르게 확산되는 만큼, 신효섭 셰프처럼 본질에 충실한 방식이 더욱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음식은 결국 마음을 따라 만들어지는 것임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하는 저녁이다. 오늘은 그저 따끈한 국 한 그릇, 볶은 반찬 한 접시에서 ‘위로’라는 말을 떠올리게 된다. — 하예린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