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칼럼] AI 시대, 복지정책이 놓치지 말아야 할 것

인공지능(AI)이 우리 사회 전반에 깊게 자리잡아가고 있다. 최근 몇 년 새 공공 행정부터 교육, 노동, 복지까지 주요 정책 영역에서는 AI를 활용한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과 맞춤형 서비스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실제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와 장애인 복지정책에서도 AI 예측모델이 도입되어, 수요 예측뿐 아니라 위기 가구 신속 발굴 등에 쓰이고 있다. 전체 복지 예산 대비 효율성 제고와 사각지대 해소라는 목표가 겹쳐진 변화다. 하지만, AI가 복지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이란 기대와 달리, 이정표를 잃고 혼란을 겪는 현장도 적지 않다. 단순 효율, 비용 절감 우선의 기술 도입은 오히려 취약계층과 사회적 약자를 또다시 소외시킬 수 있다. 현장에서는 시스템 오류나 데이터 편향, 인간적인 상담과 돌봄의 부재가 문제로 지적된다.

특히 청년, 노인, 한부모 가정 등 예기치 못한 위기 상황에 놓인 국민들은 복잡한 알고리즘보다 따뜻한 손길, 그리고 당장 체감할 수 있는 안전망을 원한다. 실제 청년일자리 지원 정책 사례에서도 보고되는 것은, AI 매칭 시스템이 구직자와 일자리 사이 연결 고리를 만든다는 점에서 일정 부분 혁신성을 보이지만, 한정적인 데이터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거나, 취약계층의 개인적 사정이 무시될 때 오히려 오적응, 실질적 단절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AI가 완벽한 존재가 아니라, 사람에 의해 설계되고 반복적으로 보완되어야 하는 도구임을 현장은 매번 일깨운다. 서울의 한 청년 지원 기관 종사자는 “청년 중 취업단절 경험이 있는 이들, 돌봄이 필요한 중증장애 청년 등 다양한 사연이 있는데, AI 상담만으로는 이런 복잡한 욕구를 해결하기 어렵다”라고 토로했다.

납세자의 입장에서 볼 때, 복지 재정의 유연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AI 기술의 도입은 분명 시대가 요구하는 필연적 변화다. 하지만, 사회 각계 전문가들은 기술의 효율성에만 매몰된 접근이 자칫 복지정책의 본질, 즉 사람의 존엄과 권리 보호라는 가치를 훼손할 위험에 놓여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최근 국제노동기구(ILO)나 OECD, 유럽연합 역시 공공 복지 분야 AI 도입 가이드라인을 제정하며 투명성, 책무성, 인권 보장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AI 엔지니어와 복지전문가, 당사자 집단이 실질적으로 협력하는 개발과정이 필수적임을 강조한다. 우리 사회 역시 데이터 관리의 객관성은 물론, 개인정보 보호와 알고리즘 의사결정의 투명성 확보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더 심화해야 한다.

기술 기반 복지의 미래에는 여전히 미지의 위험과 기회가 공존한다. 특히 아동, 노인, 장애인, 청년 등 각계 삶의 조건이 매우 다양한 만큼 복지정책 프로세스에서 AI가 포용적 역할을 하도록 하는 세심한 조치가 요구된다. 예를 들어, 위기 가구 발굴 시스템 구축 시 사람이 애드혹으로 개입할 여지를 남겨두고, 알고리즘 오작동 시 신속한 현장 점검을 지원해야 한다. 단절된 상담보다는 사람 중심 심층상담, 지역사회 기반 네트워크와 AI 기술의 유기적 연계가 함께 실현되어야 한다. 한 청년의 경우 “AI 추천으로 복지관에 연계됐지만, 내 사정은 기록에 반영되지 않는다”며 현실적인 한계를 언급했다.

AI 기반 복지정책이 진정 사회적 안전망이 되려면, 단순한 비용 절감이나 맞춤형 제공이라는 표층적 목표를 넘어서야 한다. 청년, 노년, 중산층 모두 삶의 위기에 처할 수 있는 유동적 현실을 직시하고, AI가 모으지 못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정책 설계 과정에서 경청해야 한다. 데이터로 측정되지 않는 관계와 돌봄, 그리고 사회구조의 사각지대를 채우기 위한 노력이 필수적이다. AI 시대 복지정책의 미래는 기술과 인간, 두 축의 협력에 달려 있다.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한 사람 한 사람의 목소리와 경험, 그리고 사회적 연대에 기반한 포용적 안전망이다. 기술의 시대, 여전히 복지정책의 중심에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 강지우 ([email protected])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