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임휴직’ 신설…공무원 최대 2년 쉰다
17일 행정안전부는 지방공무원 복무 규정과 국가공무원 복무 규정 개정을 예고했다. 이 조치에 따라 2027년부터 공무원들은 난임 치료를 사유로 최대 2년까지 휴직할 수 있게 된다. 기존에는 질병휴직이나 연가 등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난임”이라는 사유로 분류된 별도의 휴직 제도가 도입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장에서는 긴 시간 동안 이어졌던 난임 휴직 요구가 제도화 단계로 진입했다는 사실에 다양한 반응이 모이고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난임휴직은 본인 의사에 따라 신청이 가능하다. 기존 질병휴직은 1년 한도였으나, 난임휴직은 1회 최대 2년까지 사용할 수 있다. 이 기간 동안 공무원 신분은 유지되지만, 급여는 무급이다. 직장 건강보험은 유지되며 복직 시 별도의 결격 사유는 없다. 또한, 난임휴직 기간은 연금 가입기간에 산입되지 않는다. 최근 10년 동안 국내 공무원 사회 내 난임 치료와 출산율 저하에 따른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고, 인사혁신처 등 관계기관이 실태 조사를 실시한 결과 난임을 겪는 공무원 비율이 적지 않음이 드러났다. 그동안 난임치료 과정에서 장기간 의료기관에 다녀야 하거나 심리적·육체적으로 고통을 호소하는 공무원들이 수차례 휴직 필요성을 제기해 왔다. 새로운 난임휴직 신설은 이러한 현장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여타 국가와 비교해 보면 일본은 2016년부터 공무원 난임휴직 제도를 이미 도입했고, 미국·프랑스 등에서도 유급 또는 무급 형식의 관련 지원 방안이 확대되고 있다. 최근 들어 우리나라 민간에서도 ‘난임 치료 휴가’ 도입 기업이 100곳을 넘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공공 부문에서 2년의 장기 휴직을 명문화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현장 취재에서 만난 한 지방공무원은 “치료 주기에 맞춰 장기간 휴가를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부담이 컸다. 외부 행정망이나 동료 시선도 신경 쓰였는데, 제도적으로 보장받을 수 있게 돼 심리적으로 한결 낫다”고 말했다. 반면 휴직자 업무 공백이 확대되면 현장 인력 운용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도시 소방서 인사 담당자는 “1명이 휴직해도 바로 대체 인력이 충원되는 구조가 아니다. 몇 개월간 동료들이 일이 두 배로 늘어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인사당국은 난임휴직 도입과 함께 대체 인력 수급 방안도 병행 마련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난임 문제는 단순히 개인의 건강, 가족의 문제를 넘어 국가적 “저출생” 해소와 맞닿아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5년 공무원 여성 난임 경험률은 23.2%로 전체 가임기 여성(17.6%)보다 높았다. 의료계는 난임 치료 과정에서 반복되는 채혈, 수술, 통원 진료 등이 신체적 피로와 심리적 스트레스를 동반한다고 진단한다. 그럼에도 그간 공무원 사회에서는 “휴직 사유”의 명확한 규정이 없어 일상 업무와 병행하며 치료를 받는 경우가 많았다. 일선 병원에서는 “치료 주기마다 연차를 내거나 동료와 업무 교대를 조율하느라 미뤄진 시간이 치료 성공률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우려한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2023년 ‘난임 치료를 위한 적극적 근로조건 보장’을 권고해 “난임휴직” 신설의 필요성을 지적한 바 있다.
한편 지방자치단체 행정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휴직 수요가 늘어나 행정 조직의 일시적 공백이 생길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출산율 제고와 조직 만족도 향상 효과가 있다고 분석한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난임휴직 시행 후 조직 내 업무 재배치와 대체 인력 시스템을 병행하면서 시행 착오를 줄였다고 평가했다. 2025년 기준 국내 공무원들은 평균 근속연수 17년, 전체 직원 중 여성 비율 44%로 여성 직원 복지 제도 개선 요구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각 지방정부에서도 2028년까지 난임휴직 모니터링 및 후속 정책 지원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직장 내 관행적 시선과 따가운 동료 여론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도입 초반기에는 정책 취지와 기대가 부각되지만, 시간이 지나 현장 업무 공백이 반복되면 도입 취지가 퇴색될 우려도 있다. 공무원노조 관계자는 “부서 특성상 대체가 쉽지 않은 경우가 많아 정량적 인력 보충 외에도 휴직동료 업무 분산 등 조직 문화 개선이 동시에 추진되어야 흠이 적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범 시행 이후 면밀한 실태 파악과 정책 보완이 지속적으로 요구된다. 난임휴직이 현장의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하며 실효성 있는 제도로 안착할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 이현우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