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D, EU 공장 세우고 ‘차이니즈 워싱’…중국 전기차가 유럽차로 불린다는 의미

중국 전기차 1위 기업 BYD가 유럽 현지 생산체제 전환을 공식 선언했다. 최근 BYD는 헝가리에 유럽 첫 승용차 공장 착공을 발표하며, 자사 브랜드 차량을 ‘유럽차’로 규정한다는 입장을 선명히 드러냈다. 이는 단순 현지공장 실익을 넘어서 ‘중국차’라는 기존 인식에서 벗어나려는 일대 이미지 전환 시도—일명 ‘차이니즈 워싱(Chinese Washing)’—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산업과 모빌리티 업계에선 이번 행보를 세계 자동차 공급망과 브랜드 분류, 그리고 전기차 산업 경쟁 구도의 본격 재편 신호로 주목하고 있다.

BYD의 움직임은 수년간 이어진 유럽의 중국산 전기차 견제가 낳은 결과물이기도 하다. 실제로 EU는 2025년부터 중국산 전기차 수입시 관세율을 최대 30%까지 단계적으로 인상하는 보호무역 정책을 확정했다. 2024년 현재 BYD의 수출차량 다수가 중국에서 만들어졌다. ‘협정 제조기지’ 국가들을 우회해 수출하는 타 브랜드와 달리, BYD는 대로 중국 국적과 제조 정체성 모두를 적극적으로 내세워 왔다. 그러나 새 규제 환경은 이 점이 약점으로 전환될 수밖에 없었다.

BYD가 택한 해법은 현지화(로컬라이제이션)와 브랜드 국적 재정의이다. 헝가리 신규공장 완공 시 BYD 유럽 판매 차량 중 상당수가 현지생산분으로 전환될 수 있다. BYD쪽은 “이제부터 우리가 만드는 차는 유럽차”라고 선언했고, 여기에 업계에서는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 정체성의 혼종화, 나아가 ‘차이니즈 워싱’이라는 신조어 조차 생겨났다. 전세계적 전기차 전환 페이스가 느려지면서 역설적으로 제조국 레이블이 갖는 파급력은 커지고 있다. 유럽 소비자는 중국산에 대한 선입견 또는 정치적 반감이 여전하다. 하지만 부품 현지조달, ESG 인증, 생산공정 공개 등 각종 투명화 조치로 무장한 BYD의 전략은 실제 구매·브랜드 가치 측면에서 상당한 효과를 보이고 있다.

단순 조립 이상의 고도화된 생산 거점 구축도 BYD의 특징이다. 단가는 물론 기술 이전, 현지 고용 및 R&D 협력까지 종합적으로 노리는 셈이다. 이로써 ‘메이드 인 차이나’와 ‘유럽차’의 기준 경계는 다층적으로 희미해질 전망이다. 이미 테슬라와 폭스바겐, 스텔란티스 등 경쟁 브랜드들도 중국 내외부 공장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다국적 브랜드’로 포지셔닝 중이다. 전기차에 한정하면 국가 차원의 분류가 실질적으로 큰 의미를 잃어가고 있기도 하다.

글로벌 모빌리티 시장 전체를 놓고 보면, BYD의 사례는 국가별 보호주의와 글로벌 표준화, 그리고 전기차 엣지 기술 경쟁이라는 세 요소가 동반 작동하는 점을 복합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각국 정부의 정책 변화 속도, 배터리 친환경성 검증, 자율주행 등 혁신 기술 확보 역량이 기존 내연기관차 패러다임보다 시장 판도를 훨씬 민첩하게 뒤흔들고 있다. 중국은 이미 내수 시장의 대량 생산 경쟁력과 빠른 기술 내재화를 바탕으로 글로벌 OEM과 부품사 생태계를 재편하고 있다. 이에 유럽·미국 자동차 산업은 ‘기술 엣지’와 ‘브랜드 감성’을 동시 공략하며 중국차와 차별화를 시도 중이다.

물론 이번 ‘차이니즈 워싱’은 향후 유럽 내 정책 및 소비 트렌드 따라 명암이 엇갈릴 수 있다. 단기적으론 EU 보호무역 장벽을 우회하는 최선책일지라도, 중장기적으로는 현지 공장의 비용 경쟁력, 지역사회와의 신뢰 구축, 지속적인 기술 리더십 확보가 필수적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BYD가 유럽차라 주장해도 글로벌 밸류체인의 60% 이상을 중국에서 담당하는 한, ‘천연 유럽 브랜드’와는 넘을 수 없는 벽이 있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그러나 동시에 산업 곳곳에서 공급망 탈중국·현지화 압력이 강화될 경우 BYD의 선제적 현지 진출 전략이 시장 점유율 방어에 결정적 역할을 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한 국가의 정체성만으로 제품을 구분하는 전통적 사고방식은 점차 설득력을 잃고 있다. 유럽 현지화 흐름, 보호주의 정책, 그리고 새로운 글로벌 질서 속에서 BYD를 비롯한 중국 전기차 기업들의 ‘차이니즈 워싱’ 시도는 기존 자동차 산업의 지형을 근본적으로 재편하는 데 중요한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 고다인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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