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가 반포아파트, 고금리와 대출규제 비껴간 ‘영리치’ 현상 집중 진단
서울 강남권, 그중에서도 반포 일대 초고가 아파트 거래시장이 예상과 달리 활발하다. 최근 강남구 반포동의 ‘래미안퍼스티지’와 ‘아크로리버파크’ 고가주택이 각각 98억, 94억 원 실거래 타이틀에 이름을 올렸다. 더욱 주목되는 점은 해당 거래 모두 은행 대출이 전혀 없이 이뤄졌다는 사실이다. 사회 전체가 고금리 기조의 압박과 DSR 등 각종 대출규제 영향권에 있는 와중인데, 초고가 주택 시장만큼은 별도의 금융·법제 환경에 있다는 인식마저 퍼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과 다수 언론 보도에 따르면, 상기 거래는 2026년 7~8월 사이 성사됐다. 이른바 ‘영리치(Young & Rich)’로 통칭되는 자산가 집단이 30~40대 상대적으로 젊은 연령층을 중심축으로 등장했다는 평이 많다. 흔히 ‘현찰 부자’, ‘상속·증여 수혜층’이 아닌 자기 사업·투자 및 IT·스타트업 성공을 기반 삼아 막대한 유동성을 쥐고 입성하는 흐름이다. 실제로 관련 중개 현장에서는 “전혀 대출 문의 없이 명의 이전이 논의된 사례가 여러 건”이라는 반응이 반복된다.
반포, 한남, 압구정 등지 초고가 단지에서는 작년 하반기 이후 ‘급매’가 끊겼고, 매물 대부분이 매도인 우위로 재편됐다. 기존 시장 논리, 즉 금리가 급등하면 대부분의 주택 소유자가 금융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매도가 쏟아진다는 공식이 통하지 않는다. 지난 2년간 금융권 주택담보대출 평균금리는 7%대까지 올랐다. 그럼에도 90억~100억 단위 초고가 거래는 오히려 증가세다. 이는 대출과 무관한 유동성, 즉 ‘차별화된 초자산집단’의 움직임이 기존의 대중 시장과 선을 긋고 있다는 실제적인 근거로 작용한다.
정부가 추진한 다주택자 취득세 강화, DSR 규제, 종부세 증가 같은 규제 카드 역시 이 집단 앞에선 실효성이 제한적이다.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결국 서울 핵심지 부동산으로 집결된다. 반면, 중산층 이하 실수요자는 대출 한도 축소·이자 부담 증가·잔금 대출 조건 강화 등 통상적 장벽 탓에 내 집 마련 자체가 아득해진 상황에 놓여 있다. 이 구조적 불균형은 코로나19 시기 급격히 커진 자산 양극화, 그리고 가파른 금융완화 이후의 정책 실패가 복합적으로 반영된 현상이다.
부동산업계 전문가 사이에서는 지금의 초고가 시장을 개인 신용 등급과 거의 무관한 특수 계층의 ‘유희장’이라고 표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고가 주택의 경우, 보유 기간 중 상당한 자산 증식이 예상된다는 계산 아래 별다른 매도 압력 없이 버틸 수 있다. 정부의 규제 완화 또는 추가 강화 카드 모두에 민감하지 않다는 구조가, 해당 시장을 더 견고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주요 선진국들 역시 초고가 부동산시장만큼은 각자의 고유 생태계가 존재한다. 미국 뉴욕과 샌프란시스코,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와 같은 곳에서도 초호화 주택의 구매 주체는 대부분 현금부자이거나 초고소득 전문직, 혹은 글로벌 상속자이다. 이들 국가의 대출 규제책, 세금 정책도 이 계층엔 ‘상대적 무풍지대’로 작용한다. 한국 부동산 시장 특유의 집중적 수도권·강남 신화와 더해질 때, 초고가 단지의 가격 방어력은 세계적 수준을 상회한다는 진단이 제기된다.
반포동 고가아파트 실거래는 상징적 의미를 가진다. 올해 들어 금리 동결기조 전환 혹은 연내 인하 기대감까지 가세하면서 신규 매수세도 더욱 유입 중이다. 그러나 일반 실수요자는 10억 미만 소형 혹은 외곽 매물 중심으로만 접근이 가능하고, 각종 금융 규제에 발목 잡혀 대출 승인조차 어렵다. 부동산정책의 사각지대와 사회 양극화 문제, 궁극적으로 ‘기회의 사유화’ 논란까지 확대되는 양상이다.
부동산 자산이 한국 사회에서 상징하는 경제적·사회적 위상, 세대간 자산이전 문제와 맞물릴 때 초고가 거래 건수 증가는 단순한 시장현상만으론 해석이 불가하다. 실제 현장 중개인들은 “일반 대중이 접근할 방법이 없다”고 단언한다. 정부가 내놓는 정책들이 소득 하위 80% 실수요자와 실질적으로 무관한 양극화 수치만 지표에 남겨두게 된 셈이다.
앞으로도 이같은 구조가 심화될 경우, 강남권을 비롯한 서울 핵심지 주택은 완전히 별도의 ‘유리지갑 시장’으로 분리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주택가격 격차 확대, 세금 및 제도 설계의 실효성 부재 문제, 그리고 바람직한 부동산 정책 방향에 대한 근본적 재검토가 필요해진다. 자본이 집중된 계층만이 ‘도시의 미래’를 선택하는 구조가 고착된다면, 지금과 같은 심화된 자산 양극화는 사회 불안정성과 정치적 불신으로 곧장 연결될 수 있다.
현재 단기적인 시장 논라에 집중하기보다는 초고가 시장에 보이는 한국 자본주의의 구조적 이슈, 객관적 데이터를 근거로 한 균형잡힌 대응책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당장 체감할 수 있는 주거 사다리 복원, 금융 규제 실효성 강화, 실수요 중심 정책 수정 등이 각 부처 및 정치권의 핵심 숙제로 남을 것이다.
— 박희정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