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분석] 자율주행 ‘과신’의 위험, 현실성과 시장 구조 리스크 재조명
2026년 9월, 자율주행 차량 관련 우려가 다시 수면 위로 드러났다. 도로 위를 시속 97km로 주행하던 자동차 안, 운전자는 스티어링 휠을 쥐지 않은 채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활성화된 자율주행 보조 시스템을 믿고 운전자의 감시는 사실상 이탈된 상황. 영상 속 장면은 일반화된 첨단 운전자보조장치(ADAS) 안착 이후, 운전자 행동 변화와 시스템 신뢰도의 파편적 실태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자율주행 시스템은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최대 전략 분야다. 2026년 시장은 레벨3, 4 단계 기술을 두고 현대차·테슬라·메르세데스벤츠 등 주요 제조사가 기술 선점을 다투는 중이다. 각 제조사는 센서, 카메라, AI 기반 SW·HW 통합 플랫폼, 통신 연계 인프라를 강화하며 “스스로 위험을 인지하고 대응할 수 있는” 완전자율주행 상용화 시기를 앞당겼다. 기술적으로는 차선 유지, 차간거리 조절, 돌발상황 개입까지 구현 영역이 넓어졌다. 그러나 자율주행이 ‘완전 자동’인 듯 소비자를 인식하게 만든 현장은 여전히 제조업계의 구조적 리스크를 내포한다. 실제로 레벨3를 표방해도, 상황별 제한적 개입·특정 환경 의존성이 존재하며, 완전한 운전자 개입 불필요(Hands-off)가 아닌 ‘항상 즉각 개입 가능’ 조건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소비자 인식과 실제 시스템 경계는 위험하게 허물어진다.
이런 현상이 반복되는 데는 기업의 홍보와 시장 프레이밍 방식이 직접적 영향을 미쳤다. 제조사는 자율주행 기술 효능을 강조하며 ‘운전자 역할 최소화’의 장점을 부각시켰다. 시스템의 한계점과 조건부 시나리오, 취약 상황 재현, 소프트웨어·센서 실패 리스크 등은 마케팅 피드백에서 상대적으로 후순위였다. 자율주행 전문기업, 교통안전 공단, 각국 보험업계 연구자료를 종합하면, 운전자 과신으로 인한 ‘깜빡 졸음’, 스마트폰 조작 등 위법·위험 상황 비율이 지난 5년 새 꾸준히 10%대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다. 규제·법제 환경 역시 기술 상용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실질적 시스템 리스크 관리가 허점으로 남고 있다.
국내 자율주행 시장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해 현대차, 기아 등 주요 제조사의 자율주행 차량은 고속도로, 도심 주요 노선 등에서 시범 운행을 확대하고 있지만, 이용자 교육·안전 고지의 실효성에 대한 비판이 여전하다. 이미 유럽·미국 등에서는 유사한 ‘운전자 무감각’ 사건이 반복되며 수차례 법적 소송, 규제 강화,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명령이 내려진 바 있다. 테슬라는 내장 카메라 기반 ‘운전자 주시 시스템’의 데이터 보정, 경고 알림 강화로 대응하고 있으나, 한계는 명백하다. 기술적으로 센서 인식 오류, 비·안개 등 특수 환경에서의 신뢰성 저하는 주요 미해결 과제이며, 제조사는 실 장애 데이터를 공개하는 데 극히 신중한 태도를 취한다.
업계가 직면한 구조적 문제는 ‘기술-시장-규제 갭’의 확장이다. 산업 전반의 경쟁 격화 속에서 완전한 안전성 검증 이전에 부분 자율주행 기술이 상용화되고, 교통 인프라 및 사용자 교육이 동등하게 발전하지 못하는 상황이 심화된다. 최근 자율주행 기술 내 AI 오류, 데이터 수집 및 개인정보 취급 문제도 본질적 리스크로 지목되고 있다. 이미 미국 일부 주에서는 ‘자율주행 차량 운전자 주의 의무’ 법안이 논의 중이며, 일본·독일 역시 조건부 자율주행 운행 중 사고 시 책임소재를 명확히 규정하는 방향으로 법개정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 역시 이번 사건을 계기로 ‘운전자-제조사-AI 시스템’ 사이의 명확한 책임구조 설정,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 의무화, 고위험군 운전자 ‘이용제한’ 방안 등 구체적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
장기적으로 제조사는 자율주행이 ‘장밋빛 미래’가 아닌, ‘인간과 기계의 상호 리스크 관리’에 기반한 현실적 비즈니스 모델임을 명확히 홍보해야 한다. 실제 주행 데이터 기반 신뢰성, 한계 상황 시뮬레이션, 운전자 실태 피드백을 투명하게 공개하며, 시장에 ‘불완전한 기술’의 실체를 제대로 각인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더불어 운전자 행동 변화에 맞춘 AI 주시·개입 기술 고도화, HMI(휴먼-머신 인터페이스) 재설계를 통해, ‘절대 자율에 대한 착각’에서 벗어나는 교육 시스템 도입이 병행돼야 한다. 기업 전략은 단기 매출 확대보다는, 기술 신뢰성·사회적 수용성 확보를 통한 장기적 생존구조 개편을 핵심 축으로 삼아야 한다.
자율주행 시스템을 둘러싼 사회적 신뢰는 실제 사고 발생 건수보다 ‘잠재적 최악의 결과’에 얼마나 투명하게 대응하는지에 달려 있다. 기사에 포착된 운전자, “나는 시스템을 믿었다”는 태도는 결코 소수의 문제가 아니다. 자율주행 시대, 인간과 기계의 교차점에서 제조사와 사회 모두 ‘냉정한 현실진단’ 위에 제도 설계와 기술 전략을 다듬어야, 산업의 지속 가능성이 확보될 것이다.
— 서하준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