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레노 감독 체제 첫 평가전: 손흥민·이강인, 한국 축구 재건의 시작점은 어디인가
2026년 9월 24일,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루이스 모레노 감독 체제 하에서 첫 평가전에 나선다. 손흥민과 이강인이라는, 각각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와 라리가의 정상급 기량을 자랑하는 측의 양 날개가 다시 한 번 대표팀 유니폼을 입는다. 지난 2년간의 대표팀은 불안정한 빌드업, 젊은 선수단과의 세대교체, 그리고 감독 교체라는 악재 속에서 흔들렸다. 모레노 감독이 부임한 이유는 명확하다. 지난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드러난 조직력의 붕괴, 전환 상황에서의 느린 속도, 그리고 포백 수비라인의 불안정성을 타개하라는 사령탑으로 낙점되었다.
이날 손흥민은 윙포워드로서 라인을 넓히고, 이강인은 인버티드 윙 혹은 플레이메이커의 역할을 겸할 것으로 보인다. 특정 전술 포인트는 빠른 전환과 지역 프레싱. 모레노 감독은 스페인 현지에서 4-3-3 라인과 위치 플레이(positional play)의 균형을 강조한 전술가로 유명하다. 유럽 현장에서도 그의 변화무쌍한 플랜B 설계가 자주 회자됐다. 과연 한국 대표팀은 공수 전환에서 예전의 완성도와 현란한 움직임을 되찾을 수 있을까.
상대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소속의 강호 우즈베키스탄. 최근 10경기 중 7경기에서 2실점 이하로 막아낸 견고한 뒷문과 4-2-3-1을 기반으로 하는 빌드업의 조직력이 인상적이다. 모레노 감독은 한국 축구가 전통적으로 강점을 보여왔던 빠른 윙 공격과 미드필더-수비의 컴팩트함을 되살리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선수단 명단에서는 파리 생제르맹의 이강인, 토트넘 홋스퍼의 손흥민, 그리고 빌바오에서 맹활약 중인 홍현석 등 전성기를 맞이한 유럽파 선수들이 눈에 띈다. 반면 올여름 K리그를 강타한 루키 김도현, 베테랑 미드필더 황인범의 복귀는 안정감과 창의성을 동시에 담보한다는 점에서 기대감을 높인다.
객관적 전력만 보면, 여전히 한국이 공격진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A매치에서 볼 사이클이 늘어지고, 2선과 3선 사이의 공간 관리에 허점이 드러난 것은 사실이다. 지난 2월 대결에서 상대 윙과의 1:1 수비 실패, 센터백간 간격 벌어짐 등 기본적인 체계의 미흡함이 뼈아픈 실점으로 연결됐던 기억이 있다. 모레노 감독은 이러한 약점을 고치기 위해 미니캠프에서 라인간 거리 통제, 후방 빌드업 시 윙백 활용, 역습 차단을 위한 미드필더 전진 배치 등 실전 전술을 집중 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감독의 전술 변화는 종종 팀의 심장 박동, 즉 템포 변화로 직결된다. 한국은 이전 파울루 벤투 체제 하에서 점유율 축구와 스페이싱을 지향하며 빌드업에 집착했으나, 마지막 1/3에서 효율성이 부족하다는 평을 받았다. 이번 평가전에서 모레노 감독은 손흥민, 이강인, 정우영 등 창의적 자원을 통한 득점 루트 다변화를 실험할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압도적인 돌파와 침투, 상대 수비진을 무너뜨릴 창의적 패스가 얼마나 터져나올지가 최대 관심사다. 현대 축구에서 플랜A만 고집하던 시절은 지났다. 변화와 유연성, 그리고 위기관리 능력이 감독의 진짜 색깔을 보여준다.
해외파 선수들의 체력과 컨디션 관리도 주요 변수다. 잉글랜드, 스페인, 프랑스, 독일에서 경기력을 검증받았던 선수들이 시차와 장거리 이동 후 얼마나 빠르게 적응할 수 있는지가 90분의 승부를 결정한다. 모레노 감독은 훈련에서 짧은 패스, 공간 점유, 그리고 높은 라인 수비를 강조했으나 실전에서는 상대 전방압박에 노출될 경우 뒷공간의 리스크가 상존한다. 우즈베키스탄 역시 속도감 있는 윙들의 돌파로 한국의 수비벽을 허무는 데 특화된 전술을 가동할 것이다.
관전 포인트는 단순히 결과가 아니라, 경기 내내 반복적이면서도 치밀하게 작동하는 빌드업 흐름, 2~3명의 복합 공격 작동, 선수 간 간격 조절 등 전술의 세밀함이다. 손흥민의 스프린트, 이강인의 템포 조절과 창의적 킬패스, 그리고 중원의 전진 압박이 모레노 체제의 첫 시험대에서 얼마나 조화를 이루는지 지켜봐야 한다. 이들이 예전과 같은 에이스의 역할에 머무를지, 전술적 허브로 도약할지는 이 경기의 결과뿐만 아니라 플레이의 질에서 판가름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번 평가전은 단순한 승부를 넘어 한국 축구가 아시아 무대에서 다시 한 번 중심을 잡을 수 있는가, 마치 체스의 새로운 오프닝을 짜는 한 수와 같다. 모레노 감독과 손흥민, 이강인, 그리고 변화를 갈망하는 팬들의 기대가 한 데 어우러진 90분. 새로운 시도의 신호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김태영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