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보호무역 장벽, 한국 수출에 닥친 부담
2026년 하반기 기준 한국산 수출품에 대한 전 세계 수입규제 조치가 총 241건에 달하며, 6개월 만에 11건이 추가됐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이러한 규제는 대부분 반덤핑 관세, 상계관세, 세이프가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미국, EU, 인도, 중국 등 주요 교역 파트너국을 중심으로 자국 산업 보호를 명분 삼아 해당 조치가 점차 확대되는 양상이다. 실제로 미국은 철강·화학을 중심으로, EU는 자동차 및 전기차 배터리, 인도는 석유화학과 전자제품에 대해 한국산 제품을 직접적으로 겨냥한 추가 관세와 비관세 장벽을 실행 중이다. 2026년 상반기 동안 증가한 11건 중 절반 이상이 신흥국에서 발동된 것이 특징이다.
특히 보호무역 장벽의 범위는 표면상 반덤핑이나 세이프가드 같은 전통적 조치에만 머무르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국가탄소중립 정책, 공급망 자립화, 첨단산업 보조금 등 이른바 ‘뉴딜형’ 정책이 각국에서 속속 도입되어 실질적으로 한국 기업을 타깃 삼는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예컨대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중국의 공급망 통제 정책이 대표적이다. 올해 6월,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한국산 전기차 배터리에 추가 인증 요건이 붙거나, 태양광 모듈에 대해 원산지 규정이 대폭 강화됐던 사례가 산업계 전반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한국 경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5년 기준 38%에 달한다. 제조업, 특히 반도체·자동차·철강 등 핵심 산업은 전체 수출의 70% 이상을 책임지고 있어, 수입규제가 늘어날 때마다 국내 산업계 전반의 경영 압박과 고용 불안이 동반되는 실정이다. 실제 올해 삼성전자, LG에너지솔루션, 현대차 등 주요 상장 제조업체의 2분기 컨퍼런스콜에서 공통적으로 출구전략 마련의 필요성과 판로 다변화, 환헷지 등 리스크 관리 언급이 두드러졌다. 한국무역협회는 “수입규제가 강화될수록 한국 중소·중견 수출기업의 회복탄력성이 급격히 저하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 교역 질서 재편, 기술패권 경쟁이 맞물리면서 각국 정부의 정치·산업적 이해관계가 더욱 노골화될 것으로 내다본다. 2024~2025년 미·중 선거 이후 주요국 생산 및 무역 정책에서 자국중심주의가 강화되고, 이에 따라 신흥국도 뒤따라 보호주의를 확산시키는 구조다. 특히 갈수록 정교해진 초미세 반도체, 미래차, 2차전지 등 첨단 산업영역에서 기술 국산화와 로컬 공급망 구축을 명분으로 한 ‘정밀표적’ 제재가 이제는 상시적 위협이 됐다. 부품·소재 글로벌 분업 체계에 깊이 의존하는 한국으로선 장기적 경쟁력 약화 리스크가 상존하는 셈이다.
지금처럼 수입규제가 확대될 경우 개인소비 둔화 및 원자재값 상승 등 국내 수출 제조업 환경은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특히 공격적 수출 확대가 용이하지 않은 경기 하락 국면에서는 설비투자 지연, 고용감소 등 실물경제 전반에 장기 침체 신호를 보낼 수 있다. 또한, 산업별로 살펴보면 철강·화학·자동차·2차전지 등 상대적으로 수출 의존도가 높은 업종에 가장 큰 충격이 예상된다. 이미 국내 주요 기업들은 신규시장 투자 확대, 현지생산 비중 강화, 고부가가치 제품 다각화 등 다방면의 생존전략을 펼치고 있으나, 정책 변동에 뒤따르는 단기 리스크는 쉽사리 피하기 어렵다.
이와 함께 향후 수출 규제는 빅테크, 헬스케어, 친환경 에너지산업 등 차세대 성장동력 분야로도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인공지능 반도체, 친환경차 배터리, 신소재 등 기술경쟁이 격화되는 영역에서는 각국 정부와 민간 대기업이 전략적으로 규제와 지원을 맞물려 활용하는 양상이 뚜렷해질 전망이다. 이는 단순히 관세 인상이나 인증 절차 강화에 그치지 않고, 보조금 지급조건, 데이터 국지화, 표준 전환 등 다양한 형태로 변신하며 한국 산업의 판로를 더욱 좁힐 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응전략 또한 복합적이고 정교하게 재설계될 필요가 있다. 한국 정부와 산업계는 범부처 협력체계 강화, 해외 통상분쟁 대응 역량 확충, 기업별 수출 맞춤 지원 등 실질적 방어대책 마련이 급선무다. 아울러, 교역 파트너국과의 FTA 보완협상, 다자·양자 통상교섭력 제고, 통상법률 인력 확충 등도 병행해야한다. 단기적으론 수입규제 대응 컨설팅, 해외 규제 정보 실시간 제공, 업종별 글로벌 인증 체계 구축 등 세밀한 지원책을 확립할 필요가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글로벌 첨단소재·부품·장비 내재화 정책, 국내외 네트워크 활용한 현지생산 확대, ICT 활용 리스크 관리 강화 등 산업구조의 근본적 체질개선이 중요한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수입규제의 증가는 단순히 수출기업의 마진 감소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산업 전반의 글로벌 경쟁력 유지와 미래 먹거리 창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2026년 전개되는 보호무역 기조 속에서 한국 제조 및 첨단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은 더욱 치열한 통상전략과 혁신 역량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기업과 정부 모두 통상환경의 급변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할 경우, 한국 경제의 견조한 성장세마저 흔들릴 수 있다는 점에서 현재의 규제 동향을 예의주시해야 할 시점이다.
— 조민수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