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안보·사법·여당 내홍으로 정국 급랭
추석이 지나면서 정치권이 안보, 사법, 그리고 여당 내홍 등 중대한 이슈로 다시 맞붙는 양상이다. 여야는 올 국정감사 국면에서 기존 갈등의 연장선을 타면서 민생 해결보다는 정치적 셈법에 더욱 몰두한 모습이다. 대북정책 논란과 사법부 독립성 논쟁, 국민의힘 내 계파 갈등까지, 정치권 전반에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 가장 뜨거운 이슈는 여당인 국민의힘 내부의 균열이다. 국회 및 정치권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지도부와 비주류 간 공방이 심화되어 당내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혁신위원회 구성이 공표됐으나, 각 계파 간 이해 충돌과 그에 따른 인사 문제까지 불거지고 있다. 몇몇 중진 의원들은 당 지도부에 노골적인 불만を 드러냈으며, 향후 총선 전까지 추가 이탈이나 내홍 심화 가능성도 높다. 이로 인해 정책효과나 민생법안 가동력까지 약화되는 악순환이 반복될 우려가 크다.
야권에서는 대북송금 의혹, 대장동 특검 등 사법 이슈를 중심으로 현 집권세력에 공세를 이어간다. 최근 검찰 수사와 법원의 기각 결정 등에서 정쟁적 요소가 부각되면서 국민의 피로감도 동반 상승했다. 법치주의 실현과 정치 보복 우려라는 상반된 시각이 충돌하는 가운데, 야당은 사법 리스크를 정치적으로 활용하고 있으나, 국민이 체감하는 실질적 성과는 미진하다. 정치권 전체가 사법 문제에 시선을 빼앗기며, 경제와 민생은 사실상 방치되는 흐름이다.
안보 문제 역시 정국 불안 요소로 작용한다. 최근 북한의 미사일 도발과 함께, 방위 산업 자립 정책에 대한 논란이 재점화됐다. 여야는 안보 이슈를 ‘정치적 무기’로 활용하고 있는데, 실질적 대응책보다는 상대 흠집내기에 몰두한 결과 정책 추진력도 손상됐다. 국내외 안보 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실제로 어떤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이러한 복합적 갈등의 구조 속에서 정치는 자정 능력을 잃은 상태다. 사법 이슈는 사실의 영역과 정치적 해석이 혼재되어 국민적 혼란만 가중시킨다. 여당은 내홍 수습과 사법 리스크 관리, 야당은 공세적 대응과 대안 부재 탓에 명분도 신뢰도 모두 흔들리고 있다. 국정감사가 정책점검의 자리가 아닌 ‘이슈 장외전’으로 소비되면서, 생산적 정치 실종이란 거센 비판도 불가피하다. 실제로 올해 국감 일정과 질의 내용을 보면, 각 당의 전략 대립이 사전 기획 수준에 이르러 ‘깃발 싸움’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
여당 내부 분열이 심화할 경우, 중도층 이탈이나 정치 전반의 불확실성 확대로 번질 수 있다. 이미 일부 의원들의 계파별 집단행동 움직임도 관측되고 있다. 당 지도부의 일관성 있는 메시지와 리스크 관리는 필수적이지만, 계파 간 이견이 극명하게 드러나 당내 결속력은 이미 흔들리고 있다. 최근 국민의힘 혁신위가 내놓을 개혁안 역시, 계파 간 충돌을 잠재우는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반면 민주당 등 야권은 여권 내홍을 국정감사 프레임의 핵심 타깃으로 삼아 정권교체의 정당성을 높이기 위해 각종 이슈를 연계 활용 중이다. 동시다발적으로 불거진 사법 이슈 역시, 정치적 이해득실 계산이 중심에 놓여 있다.
민생 경제는 뒷전으로 밀렸다. 고용 불안, 주가 변동성, 사회안전망 강화와 같은 주요 현안은 거의 언급조차 되지 않는 실정이다. 정부의 핵심 정책이나 복지 이슈가 정치 권력투쟁에 가려져 실종됐다. 이 과정에서 민생과 거리가 먼 정쟁형 국감이 반복, 여의도에 대한 국민 불신과 회의감은 최고조를 향한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 결과만 봐도, 정치에 대한 신뢰도와 기대치가 급락했고, 각 당 지지층 내 결속마저 흔들리고 있다. ‘이념 대립’이 아니라 ‘파당적 이해관계’가 본질이란 인식이 무거운 사회 분위기를 뒷받침한다.
정치권은 책임 회피와 내부 단속에만 몰두하는 현실이다. 각종 이슈의 실질적 진상 규명, 정책적 대안 제시는 어디에도 없다. 여야 모두 책임 정치를 실천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국회와 정부기관 신뢰도는 급격히 하락했고, 정권·야권 모두 중장기적 리더십 위기에 직면해 있다. 결론적으로, 시급한 것은 정쟁이 아닌 실효성 있는 정책 대안과 중단 없는 소통 복원이다. 국민적 신뢰 회복은 사소한 계파 이익이나 일방적 주장에서 비롯되지 않는다. 정치권이 이성적 절제와 자정 능력을 회복하지 못한다면 그 결과는 사회 혼란과 경제 침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 박희정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