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참패, 무너진 모레노호… 손흥민은 차범근과 ‘최다골’ 타이의 빛

90분 내내 피치에 울려퍼진 아쉬움. 새로운 사령탑 하비에르 모레노 감독 체제의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이 우루과이에 1-4로 완패했다. 큰 매치업에서, 기동력과 조직력, 경기운영까지 모든 면에서 한 수 아래임을 인정해야 했다. 이번 평가전은 단순한 ‘실험의 장’이 아니라, 아시아컵과 월드컵 최종예선에 대비한 모레노호의 전술적 성향이 예고된 무대였다. 손흥민은 후반 극적인 만회골로 차범근과 A매치 최다골(58골) 기록을 나란히 하며 빛났다. 그러나 개인 기록의 영광 이면에 우리 팀 전체가 마주한 과제는 결코 가볍지 않다.

아시아를 넘어 세계 정상급 팀들과 정면대결에 나선 대한민국은 초반부터 우루과이 특유의 압박에 시달렸다. 하비에르 모레노가 국내 팬들에게 약속했던 적극적인 전방 압박과 빠른 빌드업은, 경기 초반 몇 차례 빛을 발했을 뿐 후방 빌드업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실책이 나오며 위기를 키웠다. 우루과이는 숙련된 압박과 트랜지션 능력을 바탕 삼아 전술적 성숙도를 과시했다. 수비진은 세 줄 블록을 가져가면서도 한 번에 전진 패스가 통할 수 있도록 라인을 세밀하게 조정했다. 이에 반해, 대한민국은 전형 전환과 압박 이후 2차 공간 처리에서 뒤쳐졌다. 특히 좌우 풀백 라인에서 쉽게 공간을 내주며 수차례 크로스와 침투를 허용했다는 점이 뼈아팠다.

포백 전술로 나선 모레노호는 미드필더의 수적 균형을 위해 4-1-4-1과 4-2-3-1을 오가려 노력했으나, 우루과이의 역습 시 중앙에서 견고함을 잃었다. 코너킥·세트피스 수비 전술은 조직적 약점이 드러났다. 첫 실점 장면에서는 키퍼와 하프스페이스 전담 선수들 사이 커뮤니케이션 부재로, 우루과이 공격진이 쉽게 슈팅 타이밍을 잡았다. 특히 두 번째, 세 번째 실점 모두 중앙 미드필더의 볼 커버 능력 미흡 및 포백 간격 유실에서 비롯됐다. 중원 장악 실패 때문에 동료 간 롤 분담이 무너졌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전방 전술에서 유의미한 변화도 있었으나, 완성도는 만족스럽지 않았다. 손흥민의 개인 기량은 위협적이었으나, 연계 플레이 시 볼 터치 횟수가 필요 이상으로 늘었고, 측면에서 중앙으로 전환할 때 빠른 지원 움직임이 부족해 득점 기회가 적었다. 벤치에서 투입된 백승호–정우영 조합을 활용한 모레노 감독의 후반 변칙 전술은, 체력에 의존한 스위칭에 가까웠다. 사전 전술적 합의와 데이터 기반 역할 부여 없이 무작정 공세로 밀어붙이다 역으로 추가 실점을 허용하는 약점이 반복됐다. 동시간대 K리그와 빅리그에서 주목받은 ‘트렌지션 플레이’와 비교하면, 우리의 전환 패턴은 지나치게 단조롭고 예측 가능했다.

이날 경기는 베테랑 선수와 신예들의 조합 – 즉, 위계와 선후배 합의가 얽힌 ‘한국형 전술문화’의 한계 또한 보여줬다. 모레노 감독과 코치진이 경기 전 약속했던 “직선적이고 공격적인 플레이”는 초반엔 통했으나, 집요한 압박에 전진패스가 차단되자 선수 간 시야확보와 탈압박 능력 부족이 노골화되었다. 경기 후반에야 손흥민의 리더십이 살아나며 킬패스와 강력한 슈팅이 나왔지만, 이미 팀은 전략적으로 무너진 뒤였다.

손흥민은 팀의 짐을 묵묵히 졌다. 58호골로 차범근의 A매치 대표팀 최다골 기록에 어깨를 나란히 했다. 크고 작은 부상과 빡빡한 일정에도 불구, 꾸준한 기복 없는 활약 덕에 ‘현역 레전드’라는 수식어가 전혀 아깝지 않다. 하지만 그 개인 기록도 오늘의 비극적 패배 앞에선 빛이 바랬다. 손흥민은 기록 뒤편에서 동료들의 리더로, 모레노호의 선봉장으로, 다시 한 번 무거운 숙제를 안았다.

우루과이전 참패는 현실의 벽을 명확히 피부로 느끼게 한 경기였다. 월드클래스 선수 중심의 조합을 유지할 것인지, 장기적 개편과 세대교체에 무게를 둘 것인지– 모레노 감독은 본인의 색깔을 명확히 드러내야만 한다. 새로운 ‘플랜B’의 개발, 중앙수비의 조직력 향상, 측면 크로스-돌파의 다양화, 미드필드의 탈압박 옵션 증가, 그리고 무엇보다 팀 전체의 커뮤니케이션 강화가 시급하다. 개인 스타에 의존하던 시기를 끝내고, 다층적 전술 완성도를 높여야 할 시간이다.

이번 경기는 단순한 ‘패배’ 이상의 신호다. 전술·조직력·멘탈 모두에서 승격이 필요한 시점임을 몸소 보여주었다. 아시아를 넘어 다시 한 번 세계무대로 도약하려면, 오늘의 완패를 치밀한 분석과 혁신의 자양분으로 삼아야 한다.

— 김태영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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