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농구 역사적 우승’…중계 사라진 명승부, 현장 열기는 식지 않았다
29일 일본 아이치 나고야에서 열린 2026 아시안게임 여자농구 결승전에서 한국 여자농구 대표팀이 극적인 우승을 거머쥐었다. 하지만 이 대회의 결승전이 한국 주요 중계 채널에서 방영되지 않아 국내외 농구팬들은 안타까움과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일본 현지 매체와 팬덤에서는 “역대급 명경기인데 왜 중계가 전혀 없었느냐”며 분노가 확산됐다. 실제로 경기장을 찾은 취재진과 양국 서포터들은 연장전을 목전에 둔 4쿼터 막판까지 일진일퇴의 흐름에 숨을 죽였고, 거듭된 역전과 교차되는 환호 속에서 경기장에는 오랜만에 진한 농구의 전율이 감돌았다.
한일전으로 치러진 이번 결승전은 전술적 밀당이 극대화된 경합이었다. 한국은 시작부터 2-3 존 프레스를 적극적으로 가동, 일본의 빠른 볼 흐름을 수차례 차단했다. 1쿼터부터 박하늘이 외곽에서 2개의 3점슛을 성공시키며 흐름을 주도했으나, 일본은 미야타 에리를 중심으로 더블팀 돌파 및 샷클럭 막판 공격으로 맞불을 놓았다. 양 팀은 서로의 에이스를 번갈아 마크하며 스위칭 디펜스를 치열하게 펼쳤고, 페인트존 공략에서는 한국 양인영과 일본 마츠오가 파운드 싸움에서 치열하게 맞붙었다.
3쿼터까지 도합 15차례 리드 체인지가 오가며, 경기 양상은 시계처럼 촘촘히 물려 돌아갔다. 4쿼터 초반 일본이 연속 8점을 몰아치며 주도권을 가져가는 듯 했지만, 한국은 타임아웃 직후 풀코트 프레싱으로 상대 턴오버 유도에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김단비가 어시스트와 스틸로 ‘클러치 모드’의 진가를 과시했고, 40-40 동점 상황에서 박지현이 거침없는 돌파로 자유투 2개를 모두 성공시켜 흐름을 반전시켰다. 일본 벤치는 임팩트 있는 라인업 변형(트리플 가드+1 포워드로 전환)을 시도했으나, 한국의 오펜시브 리바운드 집중력이 우승의 균형추가 됐다. 경기 종료 13초 전, 한국은 결정적인 세컨드 찬스를 살려 박지영의 미드레인지 점프슛으로 승기를 잡았다. 일본은 마지막 작전타임 후 미야타에게 슛을 몰아줬으나, 수비 집중으로 강제 인바운드 미스로 경기가 종료됐다.
이런 명승부가 한국 미디어에서 실시간 중계조차 없어, 팬들은 SNS와 실시간 문자중계 등에 몰려들 수밖에 없었다. 일본 매체들은 “동아시아 스포츠 라이벌전의 백미, 당대 최고의 무대였는데 정작 한국 TV에서 찾아볼 수 없다니 충격”이라며 협회와 방송사에 날선 질문을 던졌다. 실제로 TV조직위는 중계권 협상 지연과 제작 인력 부족, 스포츠 무관중 정책의 변동 등 복합적 사정으로 결승 단독중계가 무산됐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경기장의 농구 열기는 대단했다. 양국 팬들은 응원전과 함께 선수 한 명 한 명의 움직임에 환호, 농구 자체의 ‘현장성’이 살아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일본은 주축 멤버 일부 부상 속에 세대교체 ‘뉴페이스’들을 투입하며 리바운드와 백코트에서 과감한 실험을 감행했다. 이에 맞서 한국은 코트 내 선수 전원이 수비·공격 위치를 유연하게 바꾸며, “팀워크 농구”의 진수를 선사했다. 박지현, 김단비, 박하늘의 유기적 스크린과 더블포스트 운영은 다소 낡은 농구라 비판받던 전술의 재발견이기도 했다.
경기 종료 후 일본 관중들의 시선은 충격과 아쉬움, 존경이 뒤섞였다. 현장의 헤드코치 두 명 모두 “정말 한 편의 드라마 같았고, 결승다운 경기였다. 다음 대회에서는 더 완성도 높은 승부, 그리고 더 많은 팬이 경기장을 찾게 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 여자농구의 한일전 승리는 단순한 성적 이상의 의미다. 현장에서는 포워드 라인업의 유연한 스위칭, 적극적인 박스아웃, 그리고 미드레인지 포인트 생산능력 등 최근 침체기에서 벗어나 다시금 국제무대에서 경쟁력을 증명한 순간이었다. 클래식한 농구와 현대적인 코트 밸런스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경기로, 향후 한국 여자농구의 전술적 ‘로드맵’에도 실질적 영향이 예상된다.
이번 결승은 선수 개개인의 퍼포먼스와 팀 전술의 진수를 압축해 보여준 한판이었다. 하지만 미디어 중계 공백이라는 현실이 경기의 감동을 곱절로 옅게 만든 것도 사실이다. 이 같은 쓴맛 속에서도 한국 여자농구의 저력과 농구라는 스포츠의 ‘현장성’은 여전히 살아 있다. 중계가 없는 명승부가 현장에서 태어난다는 것, 결국 팬의 열정과 선수들의 움직임, 그리고 스포츠의 본질에 우리가 다시 귀기울여야 할 타이밍임을 보여준다.
— 한지우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