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회 연속 결승 한일전, 벼랑 끝에서 만난 승부의 본질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결승에서 다시 한 번 한일전이 성사됐다. 단순한 클리셰가 아닌, 최근 3회 연속 대회 결승 무대를 한·일이 나란히 밟고 있다는 건 동아시아 축구의 현재 위치와 라이벌리의 복합적 현실을 보여준다. 일본은 이번 결승전에서도 완전체를 내세웠다기보단, 어린 선수들을 대거 기용하며 경험치 쌓는 듯한 명분을 앞세워왔지만, 정작 일본의 우에다 나오토 감독은 “우린 경험하러 여기 온 게 아니다. 우승이 목표”라고 명확히 못박는다. 이 한마디는 아시안게임이 두 국가에 갖는 상징성과 책임, 승부의 무게를 함축한다.

한국은 이번 대회 역시 물 만난 듯한 경기력 상승세로 결승까지 올랐다. 이동경, 정우영, 엄원상, 백승호 등 주요 선수들이 A매치 열전을 방불케 하는 압도적 압박과 공수 전환을 구현하며, 각 경기마다 한 수 위의 스피드를 선보였다. 특히 중앙 허리라인에서 주도권을 손에 쥔 채 빠른 터치와 직선적 전개로 상대 수비 조직을 깨부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상대 일본은 전통적으로 짜임새 있는 빌드업과 강한 2선 플레이를 앞세우지만, 한국은 이를 체력과 피지컬, 그리고 집요한 ‘세컨볼’ 압박으로 봉쇄했다. 실제로 최근 맞대결을 보면 일본의 3-4-3, 혹은 4-2-3-1 포메이션을 무리하게 돌파하지 않고 오히려 중원에서 전방 압박을 받아 오류를 유도하거나, 측면 크로스 루트마저 봉쇄해 유효슈팅 자체를 줄여나간 것이 주효했다.

이번 결승전에서 일본이 내세운 익스트림 청년군단은 패스웍의 유연함으로 기습적인 역습을 즐긴다. 그러나 한국은 경기 중 수차례 볼 턴오버 상황에서 강력한 역프레싱을 가동, 일본의 빌드업 라인을 끊어내는 데 성공했다. 정우영의 수비가담과 2선 공격진의 전방 압박, 이동경의 종횡무진 움직임이 일본의 수비 부담을 누적시켰다. 특히 후반 막판, 체력 저하에 시달릴 일본 측을 상대로 김진규-엄원상 등 ‘플랜B 자원’의 투입이 예고됐다. 수차례 연습경기, B조 조별리그에서 드러난 일본의 세트피스 공격은 효율성에 물음표가 남아 있었으나, 오픈플레이에서 한 방을 노리는 주니어 선수들의 도전정신에는 단 한 치의 주저함도 없었다.

관건은 골 결정력이다. 한국 공격진은 세계급 수비라인 앞에서도 창의적인 콤비 플레이로 유효슈팅 숫자를 끌어올렸지만, 준결승을 거치며 결정적인 찬스에서의 마무리 미스로 다소 흔들리는 모습도 보였다. 일본은 역습 효율에 방점을 찍으며, 수비와 공격 사이 밸런스 유지에 집중했다. 특히 센터백-수비형 미드필더의 커버링 범위가 넓기에, 한국은 순간적으로 불거질 일본의 전방 압박이나, 역습 전개 속도를 주도적으로 통제해야 한다. 결승진출까지의 과정에서 두 팀 모두 의미있는 실점은 허용하지 않아, 이번 맞대결도 전통적인 ‘조기 선취골→최소 득점차’의 패턴이 될 가능성이 높다. 즉, 초반 흐름이 승부를 좌우할 개연성이 매우 크다. 이럴 때일수록 한 순간의 세밀한 트래핑 실수, 코너킥 실점과 같은 실전 카운터가 경기 결과를 뒤집을 수 있음을 양팀 모두 의식하고 있다.

현장의 열기는 어느 때보다 뜨겁다. 지난 결승(광저우 2010, 자카르타 2018)에서 벌어진 극적인 한일전 명장면들은 이번 결승이 가지는 심리적 압박감을 더 키운다. 이미 각국 팬들 사이에선 ‘최고의 피날레’, ‘복수전’, ‘프라이드 싸움’ 등 다양한 수식어가 나오지만, 실제로 그라운드에서 승부를 결정하는 건 경기 흐름 내내 이어지는 집중력, 양측의 정신력 싸움, 그리고 마지막 골 장면의 단 한 순간이다. 한국 대표팀은 선수단 전체가 경기장 내내 고강도의 팀 프레싱을 유지하며, 선수별 포지션 로테이션으로 강한 조직력과 유연한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스탯과 데이터로도 확인된다. 선수별 볼 터치 횟수, 인터셉트, 2분당 압박 시도 등을 살펴보면, 기존 한일전 대비 월등한 활동량이 드러난다.

일본은 경험치보단 현실적 승부를 고집하겠다는 감독의 발언처럼, 전반적 플랜에서 패기와 노련미 공존을 노린다. 수비시엔 5백 라인도 가동하며 극단적 잠그기를 시도하다, 공격에선 1~2명만 빠르게 앞쪽으로 내보내며 간결한 마무리를 노린다. 한국은 이 모험적인 패턴을 어떻게 차단하고, 실질적으로 득점 기회를 어떻게 극대화할지가 관건이다. 최근 키플레이어로 급부상한 엄원상은 빠른 돌파 이외에도, 순간적으로 측면에서 중앙으로 파고드는 변칙 플레이로 일본 수비진을 고전하게 만들었다. 여기에 이동경-정우영 콤비의 호흡, 그리고 백승호의 롱패스 가세가 교묘하게 잘 맞아 떨어지면, 전통적인 한일전보단 좀 더 다득점 양상을 띨 가능성도 충분하다.

승부는 미세한 집중력에 갈릴 전망이지만, 어느 쪽이 한 번의 골 찬스를 놓치지 않고, 경기 종료까지 흔들리는 마인드 컨트롤을 유지하느냐가 결정적이다. 결승 무대라는 압박, “경험 쌓으러 온 것 아니다”라는 일본 감독의 승부사적 발언, 역사적 맞대결이라는 묵직한 의미, 그리고 각 팀이 준비해 온 다양한 전술적 ‘한 수’까지… 모두가 축구 팬들의 기대를 한껏 끌어올린다. 축구는 결국 실전이 답을 내주는 스포츠. 마음껏 뜨거워질 마지막 90분 앞에, 두 나라의 젊은 피와 승부욕이 벼랑 끝에서 만나고 있다.

— 한지우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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