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50원선 재돌파 실패한 원·달러 환율, 변수에 흔들리는 외환시장
7.8원 하락한 1350.6원. 추석 연휴 뒤 첫 거래일에서 원·달러 환율이 1350원 초중반으로 내려앉았다. 당초 전문가들은 1350원선 방어가 장중 관건이라 예측했지만, 미 달러화 약세와 역외 환율 하락에 힘입어 서울 외환시장은 약세 흐름을 명확하게 택했다. 이날 장중 1349.0원까지 저점, 1356.6원까지 고점을 넓히는 등 변동성은 여전했다.
주된 배경은 글로벌 달러 강세장이 다소 완화된 점에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 장기화 기조가 이어지고 있었지만, 최근 미 경제지표 일부가 둔화 조짐을 보이면서 달러에 대한 선호가 다소 느슨해졌다. 여기에 중국 위안화 환율 장벽 방어와 일본 엔화의 초강력 정책시그널이 아시아 외환시장에 단기적 안도감을 줬다. 이른바 환율시장 심리가 경계와 경착륙 가능성 사이에서 절묘한 줄타기를 하는 양상이다.
그러나 이 같은 환율 하락이 위험 요인 해소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외환시장 전문가는 오히려 글로벌 달러 유동성 경색, 국내 외화유동성 확보, 미국 국채금리 상승발 악재 등의 불확실성이 여전함을 지적한다. 최근 외환보유고 감소도 여론의 우려를 낳는다. ‘1350원선 방어’라는 심리적 마지노선은 그 자체로 정치적 해석의 여지를 남긴다.
정치권 역시 환율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 중이다. 비단 수출기업 등 실물경제의 환차손익 이슈뿐 아니다. 내년도 예산안 심사, 거시경제 프레임 싸움에서도 환율이 여야 세력간 견제구 소재로 적극 활용된다. 정부·한은의 외환시장 개입 의지, 미묘한 언어 선택조차 증시에 즉각 반영되는 배경에 정치 프레임의 다층적 상호작용이 있다.
여론은 중앙은행의 정책 신뢰도를 다시금 물으며, 당국이 외환위기 재발 가능성을 방치하진 않겠다는 시그널을 수시로 재확인하고자 한다. 야당은 ‘긴축 리스크 관리도 수출기업 경쟁력 확보와의 균형’이라는 명분으로, 여당은 ‘불확실성 하에서 신중함’과 ‘정책 연속성’ 논리로 맞서고 있다. 그 사이에서 정부와 한국은행은 정책 언어–예를 들어 “시장 원리에 따라 자율 움직임 보장” 따위의 문장–을 유연하게 선보이면서도, 필요 시 스무딩 오퍼레이션(시장안정조치)을 쓰겠다는 기조를 고수한다.
환율 등락에 따라 증시 투자심리도 출렁인다. 최근 코스피 역시 외국인 순매수·순매도가 환율 변동에 즉각 연동된다. 이른바 금융시장 ‘빅플레이어’들이 즉각적 환차익과 리스크 헤지 결정에 밀착되는 장세다. 한편, 실수요자인 기업, 특히 중소 수출기업의 환 리스크 대비 역량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일상적 경제주체–가계, 개인 투자자들–의 심리도 환율 뉴스를 두고 자산방어, 소비감축, 투자시기 고민으로 드러난다.
정리하자. 오늘의 1350원선 재진입 실패는 환율 하락의 의미보다 외환시장 참여자 심리에 잠시 숨통을 틔워줬을 뿐, 미국 금리인상 불확실성, 국내 경기방향성 불투명, 주요국 외환정책 변화 등 민감한 외생변수에 언제든 다시 튀어 오를 가능성을 남긴다. 정치적으론 “환율 안정”을 위한 한은의 정책수단 동원 여부와 정부 정책 신뢰 회복에 오히려 더 무거운 책임이 실린다. 원·달러 환율은 단순한 금융수치가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전반의 신뢰와 불안, 전망이 교직되는 무대임은 분명하다.
오늘 환율 하락 국면은 ‘안도’도 ‘방심’도 금물이다. 외환시장 불확실성은 당분간 구조적 위협으로 남을 것이다.
— 윤태현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