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시, 출산과 육아의 일상을 바꾸는 사람 중심 정책의 온기
10월의 아침, 순천시에서 세 살 아들을 둔 이가영(34) 씨는 이틀에 한 번씩 동네 아이돌봄센터에서 마주치는 엄마들과 특별한 대화를 나눈다. 최근 변화된 출산·육아정책 덕분에, ‘육아는 엄마 혼자가 아니다’라는 믿음이 작지만 단단해졌다. 순천시가 추진 중인 다양한 정책들이 단순한 복지제도를 넘어, 실제 가정들과 사람들의 삶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순천시는 올해 들어 ‘아이 키우기 좋은 순천’을 위한 정책 실행 속도를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대표적으로 출산축하금, 출산지원물품, 다자녀가정 우대사업, 공공 산후조리 등 부모들이 실질적으로 요구해온 제도를 매우 구체적으로 정비했다. 특히 올해 도입된 ‘순천형 출산준비 꾸러미’는 기존의 일률적 지원을 넘어, 가족 단위의 필요에 따라 실질적으로 도움 될 물품들을 세심히 갖춰 제공하기 시작했다. 동네 곳곳 아이돌봄시설 확충은 엄마·아빠들의 숨통을 트이게 했다. 2시간 안심 돌봄제, 영유아 목욕·양육 지원, 돌봄 전문상담 등은 부모와 아이 모두가 환영하는 프로그램으로 자리잡고 있다.
순천시가 그리는 미래는 통계 수치의 상승이 아니라, 아이를 낳는 순간부터 키우는 매일의 순간까지 불안과 부담에서 자유로운 일상에 있다. 출산율이 전국적으로 하락세를 그리던 때, 전국 지자체들은 너나할 것 없이 출산장려금, 육아 지원 등을 쏟아냈다. 그러나 실제로 마주했던 현실은 달랐다. ‘단발성 축하금’과 한시적 혜택은 출산을 늘리는 뚜렷한 견인차가 되지 못했고, 부모들은 여전히 고립감에 시달려야 했다.
순천은 이 패턴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단순하게 경제적 지원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부모가 일상적으로 접하는 심리적, 실질적 어려움까지 정책의 테이블 위로 올렸다. 아이를 키우며 맞닥뜨리는 양육자들의 감정노동, 부모-자녀 관계의 균열, 완벽한 ‘육아’에 대한 압박감까지 삶 속 사례를 꼼꼼하게 청취하며 정책 설계를 반복했다. 실제 시범사업으로 진행한 ‘엄마아빠 쉼터’와 ‘공동 육아나눔터’에서는 키즈카페와 달리 평범한 엄마들이 서로의 이야기를 공유하고 일상 속 소진을 줄여나가는 변화가 나타났다.
시의 정책 담당자 박현재 계장은 인터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엄마, 아빠, 아이의 목소리를 듣고 반영하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육아는 가족만의 문제가 아니고, 사회 전체가 함께 지켜야 한다’는 철학이다. 그 실천은 제도보다는 동네에서 더 먼저 일어나고 있다. 요즘 순천 초등학교에는 학부모 상담사와 지역 돌봄봉사단이 상주하며 맞벌이 가정 지원, 아동 정서케어까지 함께 한다. 김동수(41) 씨 부부는“첫째 때보다 둘째 출산 후가 훨씬 덜 막막했다”며 정책 변화를 체감한다고 얘기한다.
주목할 변곡점은 가족 구성 다양성과 세대의 변화다. 순천시는 ‘한부모’, ‘조부모+손주’ 등 모든 가족 형태별 맞춤 지원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실제 주민 민원 빅데이터를 분석해 양육 현장의 목소리를 규칙적으로 정책에 반영하는 ‘시민 참여 육아회의’를 올 상반기부터 시범 운영 중이다. 아이를 키우지 않는 이웃도, 1인 가구 청년도, 모두가 환영받고 환대받는 흐름을 목표로 삼은 것이다.
전국적 현상을 봐도 이 같은 ‘생활 속 복지’ 흐름은 점점 확장 중이다. 성남시, 광주시 등도 최근 몇 년간 ‘마을 돌봄’, ‘가정 방문 지원’에 앞장서며, 단순화된 출산장려에서 벗어나 시민의 감정을 읽는 맞춤형 정책에 방점을 찍었다. 하지만, 지원이 현장에서 실제로 체감되기란 쉽지 않다. 예산확보, 서비스 품질 차이, 사각지대 이슈 등 기존 한계도 뚜렷하다. 순천시 역시 지역 불균형, 예산 지속성 등에 대한 걱정이 남는다. 전문가들은 “주민들의 피드백을 더 깊게, 자주 반영하고, 실제 ‘생활 변화’지표를 적극적으로 공개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것은 숫자나 지표로 환원되지 않는다. 삶을 마주하는 부부, 조부모, 그리고 아이의 생생한 목소리 속에서 해답을 찾아가는 순천시의 시도는 궁극적으로 도시를 더 지속가능하게, 더 따뜻하게 만들 수 있다. 사람 냄새 나는 정책, 생활 곁에 묻어난 변화가 더 많아질 때 진짜 ‘아이 키우기 좋은 순천’이란 도시 브랜드는 무거운 구호가 아닌, 주민 누구나 체감할 수 있는 삶의 표준이 될 것이다. 오늘도 서로의 육아를 응원하며, 골목길에서 다시 새로운 가족 이야기가 시작된다.
— 김민재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