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이 준 상처, 자연이 준 희망—익산 장점마을의 변화와 책임
전북 익산 장점마을에서 천연기념물인 원앙떼가 다시 발견되었다. 한때 지역을 뒤덮었던 환경오염의 그늘과 최근의 변화, 그리고 이번 발견의 의미에 주목하는 이유다. 익산 장점마을은 2000년대 들어 비료공장 주변에서 암 환자가 급증하면서 ‘암마을’로 불리우기도 했고, 2017~2019년에는 마을 전체 인구의 23%가 암 진단을 받아 환경대참사 현장으로 전국적인 관심을 받았다. 환경부 조사에서 비료공장 슬러지의 발암물질이 원인으로 지목되었고, 이후 공장 폐쇄 및 대대적인 토양·지하수 정화가 진행됐다. 피해 주민들의 삶은 여전히 회복되지 않았지만, 지역 환경에 대한 구조적인 관심과 실질적 복구 작업은 2020년대 초반부터 더욱 속도를 냈다. 올해 장점마을 인근 저수지에서 원앙떼가 관찰되며 ‘변화’의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원앙은 한강, 금강, 낙동강 등 비교적 수질이 양호한 물가에 서식하며 대한민국 지정 327호 천연기념물이다. 오염지대 인근에서 원앙이 발견됐다는 것은 서식처 생태가 일정 부분 복원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환경단체들은 생물이 먼저 변화에 반응한다는 점에 주목하면서도, 아직은 ‘완전한 회복’에 이른 것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주민 중 암 투병으로 고통받는 사례가 많고, 마을 인구는 이전의 절반 이하로 줄었다. 익산시 역시 생태관찰 및 추가정화 사업에 예산을 늘리고 있으나 현장 주민들은 환경피해 손해배상, 건강 모니터링 등 생활적 차원의 지원책도 여전히 선언 수준이라고 지적한다.
지역사회의 고민은 원앙떼라는 자연의 회복 신호를 희망으로 치환할 수 있을지, 여전히 현실에 남은 상처와 분노, 불신을 녹여낼 수 있을지에 달려 있다. 장점마을 사태 이후 익산지역 환경 문제에 대해 지방정부와 중앙정부 관계부처의 책임 있는 대응이 요구돼 왔다. 특히 과거 ‘축사, 공장, 농업환경 악화’ 등 반복적 오염루트를 방치했던 관행에 대해 제도적 재발방지 장치 마련이 거듭 강조됐다. 실제로 환경관리공단과 지역시민단체가 공동으로 실시한 저수지 수질감시 결과, 2022년부터 일부 지점은 농업용수로도 적합하다는 판정이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일부 중금속 오염 수치는 법정 기준의 경계선에 근접해 여전히 장기간 관찰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초기 정화사업이 흙을 걷어내는 정도에 그쳤던 것에 비해 최근에는 조사 범위가 넓어지고 빅데이터 기반 환경모니터링 체계도 더해져 과학적 접근이 확대되고 있다. 그렇지만 자연 지표가 일부 정상화됐다는 사실이 생태계 전체 복원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 주민 삶의 질과 건강권 회복이 여전히 저조하다는 현실은 많은 문제를 남긴다.
익산시와 정부는 올해 원앙 서식지를 포함한 하천 생태복원 예산을 확대하며 ‘생태도시’ 이미지 구축을 행정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 그에 앞서 환경피해 구제와 후속 관리가 실질적이어야 한다는 당위성도 커지고 있다. 실제 장점마을 주민들의 요구사항은 단순 미관 복구가 아니라 공정한 손해배상, 암 환자 장기 추적, 그리고 추후 발생할 수 있는 환경문제에 대한 신속 대응이다.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 중재 하에 일부 보상이 이뤄졌지만, 피해자의 다수가 공식 검사·치료 시스템 바깥에서 방치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정부는 일회성 지원이 아니라 주기적 질병 모니터링과 생활복지 연계의 사회안전망 구축을 약속했으나, 정책 이행 속도는 주민 체감과 괴리를 보이고 있다.
다수 환경전문가들은 자연생태계의 ‘복원’은 단순 수치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고 조언한다. 이번 원앙떼 발견이 단지 한 마을의 상징적 뉴스가 아니라 전국적, 나아가 대대적인 환경오염 지역 관리의 이슈로 주목받는 것은 이 때문이다. 사람과 자연, 그리고 정부가 사후책임을 둘러싼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야말로 피폐해진 마을에 부여된 새로운 과제라고 하겠다. 장점마을의 원앙떼는 회복과 책임, 그리고 지속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우리 모두에게 던지고 있다. 이 진정한 변화가 구매된 희망으로 남지 않기 위해 남은 숙제가 무엇인지 사회적으로 함께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 최현서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