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우한봉쇄’ 中영화, 6년만에 개봉…네티즌 ‘상처 되짚기’ 논쟁

중국 우한의 코로나19 봉쇄 경험을 담은 영화가 6년 만에 극장 개봉 소식을 알렸다. 이 영화는 마치 ‘기억 저편으로 흘러간 고통’을 다시금 관객 앞에 불러들이는 듯하다. 이미 세상은 코로나의 망각과 치유, 혹은 회피의 국면으로 접어들었지만, 스크린 위의 재현은 시간의 경계와 사회의 상흔을 거침없이 뛰어넘는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우한에서 처음 발견된 2020년 1월을 기억하는 대중에게, 이 영화의 등장은 단순한 복기가 아니다. 영화는 봉쇄 당시 우한 시민들의 일상과 고립, 불안, 국지적인 저항과 연대, 붕괴된 신뢰 속 희미한 희망까지, 결코 미화할 수 없는 현실을 정면으로 응시한다. 감독은 당시 정부의 통제, 내부 정보 검열, 갑작스러웠던 도시 폐쇄 등 첨예했던 환경을 특유의 건조하면서도 세밀한 시선으로 그려낸다. 인물들은 각자의 아파트, 골목, 병원에서 ‘머물러 있는 시간’이 심리와 관계마저 얼린 채로 관객에게 내던져진다.

최근 중국 내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통해 ‘상처를 왜 또 들춰내느냐’는 격렬한 반발과 ‘이 또한 기록이어야 한다’는 반대 의견이 동시 다발적으로 올라오고 있다. 이는 단순한 영화 논쟁을 넘어, 집체적 트라우마의 처리 방식, 국가와 개인, 기억과 망각의 긴장 그 자체를 보여준다. 관객 평가는 극단적으로 갈렸다. 어느 쪽은 단호하게 ‘더는 보고 싶지않다’라고 말한다. 2026년, 일상의 회복을 이제 막 실감하는 와중, 아물지 않은 상처가 예고 없이 파헤쳐지는 순간 대중은 여전히 움츠러들 수밖에 없다. 반면 일부 관객은 시간이 지났으니 다각도의 시선으로 당시의 본질을 곱씹어볼 때라며 지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 영화는 분명 중국 정부에 대한 은유 혹은 비판, 투명성 논란, 그리고 그 안에 갇힌 작은 개인의 드라마를 차곡차곡 쌓아올리고 있다. 관객들은 무기력과 분노, 연민과 수치, 혹은 조심스런 희망까지, 극장 안에서마저 압도적인 감정에 휩싸인다.

연출자의 스타일은 감정에 압도되기보다는 한 발 뒤에서 관찰하는 르포르타주적 시선에 가깝다. 감정 과잉을 철저히 경계하면서도, 인물의 눈동자와 굳은 어깨, 희미하게 들리는 구조차의 멀어지는 소음까지 숨가쁘게 포착한다. 배우들 또한 화려하거나 과장된 연기는 철저히 배제한 채, 자신의 불안과 무너진 일상을 내면에서 싸움하듯 표현한다. 극적인 클라이맥스 대신, 길고 지루한 봉쇄의 나날, 서서히 쌓이는 피로와 상실, 그리고 눈높이의 일상성, 이 모든 것이 어디까지나 현실적인 리듬으로 펼쳐진다. 이는 오히려 관객이 그 때의 감각적 기억과 맞닿도록 만든다. 백지로 덮어 두고 싶던 거리, 방송, 경계, 그리고 죽음의 공기를 다시금 체감하게 하는 강력한 시청각 언어다.

그렇다면, 왜 지금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다수 관객도 이 영화에 불편한 감정을 보이는 것일까. 포스트코로나 시대, 사회는 확진자 숫자와 명단, 격리와 백신, 방역수칙과 거리두기, 이 모든 단어를 이미 ‘낡은 뉴스’쯤으로 대한다. 6년이 지난 지금, 한 편의 영화는 우리에게 망각과 기억 사이의 틈을 응시하게 만든다. 중국 네티즌의 분노, 혹은 피곤함은 마치 거울에 비춘 우리의 모습 같기도 하다. 어떤 이는 “기록이야말로 상처의 치유”임을 설파하지만, 기억의 반복이 반드시 해방을 주는 것은 아니다. 작품은 분명 ‘기억의 정치’라는 날카로운 맥락도 갖는다. 이는 예술의 힘이 단순한 정보 전달, 혹은 역사 알리기에 그치지 않는 지점이다.

최근 베를린, 베니스 국제영화제 등 유수 영화제에서 코로나 관련 작품들이 속속 모습을 드러낸다. 하지만 중화권 주요 영화가 공적 트라우마와 공권력, 혹은 정부 시스템의 한계까지 다루는 것은 드물었다. 이 점에서 이번 영화는 시대적이고 문화적인 중요한 이정표다. 작품은 한 사회가 위기와 비극을 어떻게 기억하고, 또 이를 받아들이는지에 대한 질문까지 거침없이 던진다. 우리 역시 한국 영화 ‘비상선언’ 등에서 사회적 공포를 여러 각도에서 경험한 바 있다. 하지만, 국가의 정서, 정치적 민감성, 검열의 그림자가 짙은 중국에서 ‘우한 봉쇄’를 다룬 이 작품은 강한 지문을 남긴다. 사회적 논의, 관객의 고통, 예술과 윤리, 상업과 치유, 그 복잡한 다층의 결을 모두 담아낸다.

영화는 끝내, 봉쇄가 서서히 해제되는 장면에서 어떤 카타르시스를 주려하지 않는다. 오히려 질문만 남긴다. 우리는 그때의 두려움과 아픔을 끝내 어린아이처럼 떠올릴 수밖에 없는가. 아니면, 그 시간을 박제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까. 이번 영화 개봉 소동에 대한 온라인의 첨예한 논쟁은, 결국 우리 모두가 겪은 2020년의 공적 기억이 ‘현재’로 얼마나 예민하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새삼 상기시킨다. 코로나의 그림자와 기억, 영화라는 렌즈로 다시 보는 도시의 표정 속에서 각 사회는 저마다 답 없는 고민을 이어간다.

— 한도훈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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