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는 삼성도 힘들어하는데”…정 회장 “반드시 해야”

국내 주요 재계 인사인 정 회장이 최근 한 자리에서 “반도체는 삼성도 힘들어하는데, 우리는 더 어렵다. 하지만 반드시 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국내 반도체 산업의 진입 및 확장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는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K-반도체’의 입지를 다지는 데 있어 단순한 기술 투자나 장기적인 비전 제시만이 아닌, 현실적인 리스크와 성취 모두를 감내하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으로 볼 수 있다.

현 시점에서 반도체는 단순한 IT 부품이 아니라, 전기차·에너지저장장치(ESS)·AI 인프라 등 다양한 미래 산업의 뿌리를 이루는 핵심 인프라로서, 국가 경쟁력의 중추적 기반이다. 세계 EV 시장, 글로벌 배터리 시장을 면밀히 들여다보면, 이제는 반도체 없이는 그 어떤 혁신도 불가능한 판국이다. 그런데 삼성전자와 같이 이미 글로벌 반도체 챔피언이자 메모리·파운드리까지 전방위 포지셔닝을 확보한 사업자조차 공급과잉, 단가하락, 기술 변화, 미·중 패권 분쟁 등 수많은 장애요소에 부딪혀 있다.

정 회장이 밝힌 ‘반드시 해야 한다’는 입장은, 국내 기업이 후발주자로서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 더 크다는 현실과, 동시에 한국 산업계가 더는 이 길을 미룰 수 없다는 절실함이 교차한다. 특히, 반도체 생산은 1천억 이상의 고정투자와 불확실한 수익 구조, 극강의 기술 확보 경쟁, 미국·중국 등 글로벌 진영의 무역정책 변화 등 복합적인 위험요소들이 뇌관처럼 잠들어 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나 중국의 반도체 내재화 정책만 봐도, 공급망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기술·자본·정책 삼박자가 어긋나는 순간 우리의 성장동력은 순식간에 증발할 수 있다.

전기차 시장에선 이미 테슬라와 BYD 등 중화권 기업의 반도체 내장화 전략이 본격화됐고, EV용 MCU, 파워반도체, 센서칩까지 자국생산 비율을 대폭 늘리는 추세다. 반면, 한국 배터리 3사 역시 전용 반도체 솔루션이 필요하지만, 핵심 설계부터 생산까지 글로벌 파트너 의존도가 높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유럽, 북미 시장에서의 EV 침투율 증가와 더불어 HV 배터리·BMS의 첨단화가 요구되면서, 반도체 내재화의 방향성은 전기차 산업 생태계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확실하다.

기술적 측면에서 본다면 고도로 미세한 공정, AI에 특화된 SoC, 차세대 전력반도체 등 미래 먹거리로 각광받는 분야는 투자 위험이 크고, 변곡점이 불분명하다. 국내 산업계 역시 이미 Open Foundry, AI 패브 전략에 대한 연구를 적극화하고는 있으나, 대만 TSMC·미국 인텔과 같은 기존 강자와의 기술 격차는 단기적 ‘캐치업’으론 메워지지 않는다. 하지만 실제로 글로벌 패턴을 볼 때, 최근 지포스, 퀄컴, NXP 등 파운드리 다변화 압력이 가속화되고 있다. 자국 기업의 반도체 의존도를 줄이겠다는 기류다. 즉, 파편화가 동시에 위기이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한국 반도체 전략의 진화 방향성은 산업간 융합과 자급화로 귀결된다. EV, ESS, AI, IoT 등 각 시장의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기술 의사결정의 유연성을 높여야 한다. 단순 생산 라인을 증설하는 차원을 넘어, 혁신 생태계 전반에서의 IP 선점, 공급망 리스크 관리, 차별화된 품질 관점의 B2B 전략이 요구된다. 동시에, 글로벌 리쇼어링 및 공급망 다변화 흐름에 맞춰, 미국 CHIPS법/중국의 반도체 ‘자립’ 움직임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특히 친환경·신재생에너지와의 융합, 즉 전기차·ESS 프로젝트에서 국내 반도체만의 특화된 솔루션은 향후 10년간 배터리 업계와 운명을 같이한다. 예를 들어 BMS, 고장진단 AI칩 등 EV·ESS용 핵심 칩의 로컬라이제이션은 원가절감·성능 혁신의 열쇠이자, 국가 보안을 위한 필수 조건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러한 미래 전망과 리스크는 기계적인 ‘할 수 있다’ 의지로만 극복될 수 없다. 긴 호흡의 ‘산학연 협력’, 규제 완화, 정부-기업 간 투명한 로드맵 제시가 동반되어야 지속성이 담보된다.

정 회장의 언급은 국내 산업계에 단순한 ‘의지표명’을 넘는다. 오히려 긍정적 편견에 매몰된 ‘K-반도체’ 신화와 현실적 리스크 간의 균형을 일깨우는 촉진제다. “삼성도 힘들다”는 현실 판단 위에서, 대한민국 반도체가 직면한 도전의 깊이와 아직 남겨진 기회, 그리고 미래산업의 게임 체인저(예: EV, AI, ESS 등)로서의 성장 전략이 다시 논의될 필요가 있다.

최종적으로 산업 패러다임 변화의 중심에 선 현장 리더들의 목소리가 공허한 구호에 그치지 않으려면, 현실적 난관에 대한 냉정한 자각과, 기술·거버넌스·정책의 동반 진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2026년 한국 반도체·EV·신재생산업의 성패는 ‘지금, 얼마나 깊고 넓게 도전하는가’에 달려 있다.

— 강은호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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