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김의 미학, 세계 1위로 오른 ‘한국식 치킨’의 진가
비빔밥이나 갈비가 아닌, 한국 음식 중 세계 튀김 요리 순위 1위를 차지한 것은 바로 ‘치킨’이다. 최근 전 세계 식도락가와 트렌드 기관들의 음식 순위가 업데이트되면서 한국식 치킨이 글로벌 미식 트렌드의 중심에 서 있다는 점이 재확인됐다. 치맥 드라마부터 글로벌 프랜차이즈 확장까지, 치킨은 지금 K-콘텐츠의 주역이자 한국 라이프스타일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부상했다.
이전까지 K-푸드는 흔히 건강, 전통, 한식의 깊은 맛 등으로 포지셔닝돼 있었다. 하지만 2020년대 이후 변화하는 라이프스타일과 외식 문화, 글로벌 Z세대의 음식 소비 행태는 치킨이라는 보다 대중적이고 감각적인 아이템을 통해 한국의 이미지 변신을 이끌고 있다. 해외 음식 평가지 테이스트아틀라스에서는 각국의 다양한 튀김요리를 평가해온 결과, 크리스피한 식감과 독자적인 양념, 프리미엄화된 브랜드 경험을 겸비한 한국식 치킨이 영국의 피시앤칩스, 일본의 텐푸라, 이탈리아의 아란치니를 모두 제치고 1위 자리에 올랐다.
치킨을 향한 한국인들의 애정은 이미 생활 깊숙이 스며 있다. 야식이나 회식, 빠른 배달문화, 이벤트∙스포츠와의 찰떡궁합까지, 치킨은 ‘소비의 리듬’을 바꿔놓았다. 2025년 기준으로 국내 치킨 전문점만 8만 개에 다다르며, 연 2조원이 넘는 시장규모를 자랑한다. K-치킨 배달서비스의 초고속화, 다양해지는 맛 조합, 고급 재료와 웰빙 트렌드까지 따라잡은 한국식 치킨은 이제 음식 자체의 영역을 넘어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 그 자체가 되어가고 있다.
소비 심리 측면에서 주목할 부분은 ‘튀김=치킨’ 공식의 파괴적 재해석이다. 미국식 프라이드치킨 대비 가벼운 튀김옷, 매콤달콤부터 다양한 시즈닝, 뼈와 순살 등 소비자 맞춤형 제품 개발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K-휴게소 털털한 후라이드 한조각에서 갤러리 카페의 콤부차+수제 양념치킨, 명품 브랜드와의 컬래버 한정판 등, 치킨은 한국의 초고속 식문화 변신과 ‘개성’에 완벽히 동화돼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식 치킨의 인기는 어떻게 형성됐을까? 해외 프랜차이즈 진출 속도도 눈에 띄지만, 무엇보다 K-드라마와 K-팝 파급력이 주효했다. 최근 2~3년 사이 미국, 일본, 동남아 각국에 우후죽순 등장하는 K-치킨 매장은 ‘뚜렷한 스토리텔링’과 개성 넘치는 메뉴 셀렉션, 그리고 ‘함께’라는 가치를 전면에 내세운 점이 주목된다. 치킨집은 이제 가족·친구·동료와 감정을 공유하는 사회적 공간, 이국적이지만 부담없이 ‘재밌는 한식’을 탐험하는 체험형 맛집으로 인식된다.
특히, 기존의 ‘튀김=칼로리 폭탄’이라는 편견은 한류 바람과 함께 혁신적으로 변화하며 웰빙, 프리미엄, 나눔까지 확장됐다. 에어프라이어용 건강한 치킨 레서피, 식물성 단백질로 만든 대체육 양념치킨, 스페셜티 맥주와의 짝, 심지어는 글로벌 비건 시장에서도 K-치킨 스타일 튀김요리가 주목을 받고 있다.
이같은 변화는 밀레니얼·Z세대 소비자들이 음식에 ‘스토리’와 ‘자아실현’ 가치를 부여하면서 촉진됐다. 치킨 한 조각이 단순한 간식 그 이상의 의미로, 일상 소확행 아이템에서 팬덤·경험·커뮤니티의 연결고리가 되고 있다. 세계인의 입맛과 마음을 동시에 사로잡는 ‘한국식 치킨’의 돌풍에는 ‘고유하고 떳떳한 정체성’, ‘취향 저격’의 날카로움, 그리고 ‘모든 이를 위한 열린 경험’이라는 신한류 감성이 집약돼 있다.
오늘날 한국식 치킨은 스스로 진화를 멈추지 않는다. 테이크아웃부터 하이엔드 레스토랑, 인스타그램 라이브 인증샷, 무알콜 맥주와의 조합, 그리고 국내 소비자의 피드백을 기반으로 끊임없이 신메뉴가 등장한다. 이쯤 되면 ‘K-pop의 다음은 K-치킨’이라는 말이 현실감 있게 느껴질 정도다.
K-치킨, 그 한입의 감각적 여운은 글로벌 트렌드와 개개인의 라이프 스타일을 교차시킨다. 한국만의 속도감과 섬세함, 앞선 문화 소비 심리, 그리고 ‘같이 먹고, 같이 누리는 것’에서 오는 공동체 경험이 K-치킨 열풍의 핵심이다. 우리가 지금 맛보는 치킨에는 한국인의 시간, 취향, 그리고 미래가 깃들어 있다.
— 배소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