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사업화 넘어 후속 투자로”…중진공, AI 스타트업 성장 지원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하 중진공)이 국내 AI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을 넘어, 후속 투자 유치까지 직접 지원하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가동한다. 이 사업은 기존의 언어 장벽 극복과 현지 네트워크 형성 지원을 한 단계 넘어서, 해외 현지 VC와의 맞춤형 투자 연계, 사업 다각화 멘토링까지 포함한다는 점에서 현장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했다. 2026년 국내 AI 산업계의 핵심 난제였던 ‘성장 사다리 실종’ 현상, 즉 초창기 육성과 글로벌화 도약 사이에 끊긴 지원 단계 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쏟아진 맥락을 감안하면, 중진공의 이번 전략 변화는 반년 이상 현장 조사와 데이터 분석에 근거를 둔 선택임이 뚜렷하다.
실무 담당자들은 특히, 지난해 8월을 기점으로 글로벌 AI 시장에서 ‘코리아 AI’ 라는 브랜드가 빠르게 퇴색하고 있다는 인식 하에 움직이고 있다. 실제 2025년 중반 이후, 미국·유럽계를 중심으로 유수 VC와 글로벌 ICT 대기업들이 공격적으로 해외 특화 AI 스타트업 인수에 나서며, 싱가포르·이스라엘·핀란드 등 이질적 규제 환경에 강한 토종 기업들이 잇따라 독립 생존에 성공했다. 반면 한국의 상당수 AI 창업사는 제품 현지화, 파트너십, 마케팅 노하우에서 뒤처지며 이른바 ‘로컬의 한계’를 절감했다는 점이, 수차례 정부·민간 보고서에서 반복 지적됐다.
중진공이 주목한 부분은 스타트업의 ‘고립 탈출’ 구조 개편이다. 기존에는 정부 지원이 시제품 단계나 현지 진출 이벤트성 프로그램에 한정됐다면, 올해부터는 주요 타깃국 사전 분석, 현지 파일럿 사업 매칭, 글로벌 CVC(기업주도벤처캐피탈) 직접 연계, 1억원대 후속 사업화 지원금까지 포괄적 패키지가 제공된다. 여기에 현지 투자자와 직접 대면할 수 있는 IR데이, 현지 기술교류회, 언어 및 법률 컨설팅까지 묶여 있다. 이는 중소기업계에서 요구한 ‘투자-성장-확장’의 선순환 고리 설계가 본격화되었음을 의미한다.
관련 현장 반응은 양분된다. “전형적 쇼케이스로 끝날 가능성 있다”는 정부 창업지원 비판론과, “실질 투자가 이어지면 현장 체질이 바뀔 것”이라는 신중 낙관론이 공존한다. 실제 지난해 정부가 주도한 ‘글로벌 유니콘 육성사업’의 경우, 첫 해 선정 팀 20곳 중 4곳이 1년 내 폐업 및 팀해체 수순을 밟았고, 정부 지원금만 남긴 채 산업적 성과없이 사라졌다. 반면, 개별 스타트업 커뮤니티 내부에서는 “이제야 현장 필요에 맞는 정책”이라는 환영론이 부상하고 있다. 핵심 쟁점은 지원책이 얼마나 시장의 자생 역량 강화로 이어질 수 있느냐다. 예산 규모뿐 아니라, 투자사-참여사 간 실제 매칭 성공률, 사후평가 및 실패 사례 피드백이 얼마나 체계화 되는지가 여전히 물음표로 남는다.
국내외 동향을 종합하면, 주요 경쟁국은 이미 ‘민관 협력+장기적 사후관리’ 방식으로 스타트업 성장 구조를 설계하고 있다. 핀란드는 정부-민간 펀드가 시드 투자에서 시리즈C까지 연속적으로 참여하며, 실패 스타트업도 생태계 데이터로 재활용한다. 미국 역시 지방정부, 대기업 CVC, 글로벌 펀드가 연합하여 글로벌 진출 파이프라인을 조기 설계, 실질 사업화 비율을 높이는 전략에 집중한다. 반면 대한민국은 여전히 ‘단기 프로젝트 공급자’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행정 중심의 일회성 지원에 예산을 낭비하는 구조적 지적이 반복되어왔다. 중진공의 새로운 실증형 모델이 실제 민간투자와 스타트업 매칭의 질적 전환을 이끌지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AI 지원 프로그램의 실효성은 장밋빛 정책 미사여구가 아닌, 현장 실적에 의해만 검증될 수 있다. 이후 투자자-창업자-정부 삼자 간의 네트워크 운용, 실패 데이터를 활용한 재도전 정책 등이 일관성 있게 작동할 때만 진정한 ‘글로벌 AI 허브 코리아’의 토대가 마련된다. 이번 지원책이 과연 행정기관의 홍보에 그치지 않고, ‘가혹한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자생력’을 가진 기업 육성에 한 획을 긋는 전환점이 될지, 이 분야의 취약 구조를 오랫동안 취재해온 기자 입장에서 면밀한 후속 감시를 이어갈 것이다.
송예준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