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가·인력·법적 보호 삼박자 갖춰야”…대한신경외과학회, 중증 응급 최종 치료 8대 핵심정책 발표

대한신경외과학회가 16일, 국내 중증응급환자 치료의 절박한 현실을 직시하며 ‘8대 핵심정책’을 전격 공개했다. 이번 발표는 단순 학회 권고 수준이 아닌, 현실적 위기의식에서 비롯된 긴급 제언이다. 수가 개선, 의료 인력 재배치, 법적 보호 등 의사·병원·정부 3자 협조 없이는 중증 응급의료의 붕괴를 막기 어렵다는 진단이 직설적으로 녹아 있다.

현재 대한민국 응급의료체계는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 전국 중증 외상·뇌질환·심혈관 환자의 골든타임 사수가 위협받는 상황이다. 특히 신경외과 분야 인력 유출은 가속화되고 있다. 최근 3년 간 대학병원 전임의 지원율은 절반 미만으로 급락했다. 전공의 기피, 야간·휴일 진료 공백, 지역 격차 확대가 악순환을 낳고 있다. 학회가 집계한 병상당 전문의 비율, 출산·육아기 의료진 구조, 시도별 뇌수술 가용 인력 등은 ‘위험수위’에 달했다.

이 배경에선 의료수가 구조의 왜곡이 작동한다. 뇌수술 등 고난도 시술은 고가 장비·전담 인력·24시간 체계를 요구하지만, 건강보험 수가 현실화는 요원하다. 고위험 시술을 꺼리게 만드는 법적 책임의 부담도 무겁다. 실효성 없는 각종 정책협의회와 미적대는 입법부, 손해를 각오해야만 의료현장 유지가 가능한 구조가 국민 생명까지 위협하고 있다.

학회가 제안한 8대 정책은 솜방망이 진단이 아니다. 먼저, 응급 중증환자 진료의 의료수가 현실화와 맞춤형 재정지원 확대가 핵심이다. 이를 통해 일선 병원이 손실을 우려하지 않고 중증 진료에 집중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자는 얘기다. 다음은 진료팀 내 전문의 등 핵심 인력의 확보와 야간·휴일 순환제 도입. 법적 보호장치 강화, 중증환자 전원·이송체계 개선, 권역별 거점병원 인력 집중 배치도 정책에 포함됐다. 학회는 정부·국회가 신속한 실무협상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정치권의 대응은 미온적이다. 여권에서는 ‘예산이 뒤따라야 한다’는 입장만을 반복해왔다. 야권 또한 ‘공공의료의 확충’이라는 원론적 입장 투성이었다. 정작 현장 전문가의 경고를 실질정책으로 이행하려는 동력은 약하다. 정부와 정치권 모두 공론화 수준의 논의에 머물지, 의료계의 구조적 위기 진단과 직접적인 해결사로 나서려는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의료법·의료사고처리제도 등 이미 국회 계류 중인 관련 입법만 해도 수 년째 답보상태다.

의료계 내부의 책임론도 피해갈 수 없다. 일부 대형병원 중심의 수익구조 왜곡, 전공의 노동력에 의존해온 관성, 대학 의과의 기득권화도 위기 심화 배경 중 하나다. 그러나 현장 의료진의 피로와 희생, 구조적 결함을 ‘소명의식 부족’ 탓으로만 몰아갈 일은 아니며, 정책주체인 정부, 정당 지도부 모두 방향전환이 시급하다. 응급현장은 이미 탈진·기피·전문성 저하의 3중고에 내몰려 있다.

이번 8대 정책이 실효성을 가지려면 예산 편성과 법적 제도화, 환자 중심 보상구조 정비, 지역간 의료 격차 해소를 아우르는 포괄적 로드맵이 필수다. 이를 위해선 여야를 초월한 특단의 합의, 국무총리실·보건복지부의 컨트롤타워 기능 강화, 사회적 합의기구 조속 출범이 전제되어야 한다. 의료 인력에 대한 사회적 존중과, 수가 정상화를 위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도 동반되어야 할 것이다.

결국 중증 응급 의료의 미래는 ‘삼박자'(수가 현실화·의료 인력·법적 보호)의 균형에 달렸다. 권력구조상 정국 변화, 선거주기 등 정치적 변수들이 매번 실질적 개혁을 늦춰왔고, 이 패턴이 반복된다면 국민 건강권의 비용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회피성 유보, 눈치보기 관행에서 벗어나야 할 때다. 이제 정책 결정권자와 집행조직, 그리고 국민 모두가 위기의식과 책임감을 공유해야 한다. 실질 개혁은 말이 아닌 행동에서 나온다.

— 윤태현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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