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정보’ 할매 보리밥&감자전, 시간의 온기를 담은 한 그릇
아주 오래전부터 온 가족이 둘러앉던 시골 부엌엔, 보리쌀이 톡톡 튀는 소리와 감자가 구워지는 구수한 내음이 감돌았다. ‘생생정보’에 소개된 할매 보리밥과 감자전의 식탁은 시간의 층위를 남다르게 품고 있다. 음식 자체에 담긴 이야기가 너무나 다정하고, 한 끼가 송두리째 기억의 일부가 될 수 있음을 새삼 깨닫게 한다.
이번에 찾은 이 맛집은 푸근한 온돌방의 정취 그대로, 질근질근 방아로 쓱쓱 갈아낸 보리쌀을 정갈히 쪄내 넉넉하게 담아낸 보리밥을 내어놓는다. 그 위엔 계절마다 달라지는 묶음 나물이 좌르르 펼쳐지고, 고소함이 입안에서 덩실거린다. 하나하나의 법칙보다 중요한 건 그 맛을 오롯이 전달하는 할머니 손끝의 따뜻함이다. 먹는 이가 고향의 품에 조금 더 가까이 머물다 갈 수 있도록 하는, 그 담백한 힘. 감자전은 볼품없이 두툼하지만, 할머니가 직접 심고 캐낸 감자를 듬뿍 넣고, 소금만 쥐뿌려 붙여내는 정직한 맛이다. 바삭한 겉과 쫀득한 속, 간결한 풍미가 입안 가득 번진다.
이곳의 공간도 순박하다. 낡은 장독대 사이로 바람이 스며들고, 흐린 오후엔 저만치서 트는 감식초 냄새와 마당의 흙내음이 그윽하게 어우러진다. 젊은이들에게는 새로움일 수 있겠지만, 중년의 여행객들에겐 어린 시절 밥상 기억을 진하게 소환하는 풍경이다. 식당 내부에는 채마밭에서 갓 따온 고추와 상추가 놓여 있고, 투박한 김치통에서 손수 담근 묵은지가 손님상마다 배달된다. 한술 가득 올린 보리밥에다 감자전을 얹어 먹으면, 입과 마음에 겹겹으로 쌓였던 갈증이 한순간에 풀린다.
생생정보 등 여러 매체에서 건강한 한 끼의 모범답안으로 이곳을 추천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보리밥 한 숟갈마다 녹아든 당도의 소박함, 감자전 위로 스며드는 농익은 인내의 맛,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안아주는 푸근한 손길. 코로나 이후 건강식에 대한 관심이 커진 지금, 전통 곡물로 만든 한 끼에 요구되는 진심의 농도가 다른 음식점보다 짙다. 여럿이 함께 나누는 밥상에선 나물무침 하나, 된장국 한 그릇도 시간이 흐르며 점점 더 깊어지는 맛, 자연을 그대로 식탁 위에 옮겨놓은 가치를 느낄 수 있다.
일각에서는 ‘옛날 음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시도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이곳의 음식에는 바꿀 수 없는 진리 같은 것이 있다. 화려한 플레이팅이나 특이한 조리법은 찾아볼 수 없지만, 딱 제철일 때만 느껴지는 그 나물 향, 감자의 농후한 풍미는 오로지 시간과 정성에서 비롯된다. 바쁜 도시의 리듬에서 비켜서, 나지막이 내려앉는 모닥불 냄새와 땀방울째 밴 밥맛에 한술 더 얹고 싶어진다.
보리밥과 감자전은 요즘 건강 트렌드에도 잘 맞는다. 저탄수화물 고영양, 식이섬유와 비타민이 풍부해 몸에도 감사하게 느껴진다. 자기만의 추억이 있는 사람들이 다시 들러 천천히 기억을 되씹는, 이런 식당이 늘 곁에 있길 바라는 마음은 모두 같을 것이다. 여행의 목적지가 맛집 한 곳이 될 수 있다는 걸, 우리의 미각이 다시 일깨운다.
까만 간장 종지에, 기름에 튀기듯 부친 감자전을 툭 찍어 먹는 그 짧은 시간. 오래된 한옥 창가 너머로 스며드는 햇살처럼, 오늘 하루의 마음도 따뜻해진다. 따스한 국물과 감자전 한 조각, 구수한 보리밥 한 그릇. 자연스러운 조화로 기억되는 맛이 내일도, 또 그다음 날에도 자주 그리워질 것만 같다.
— 하예린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