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원장 발언이 던진 질문… ‘법 위의 권력’은 불가능하다

서울고등법원장의 “이 대통령 재판 중단은 헌법에 근거한다”는 공식 언급은 사법과 헌정이 만나는 극점에서 던져진 파장이 크다. 그 현장에는 매서운 가을바람만큼이나 냉랭한 긴장과 더불어, 한 사회의 법과 정의를 둘러싼 다층의 사연이 얽혀 있다. 이 대통령의 재판이 중단된 순간, 많은 시민은 TV 화면 앞에서 조용히 시계를 되돌려 자신의 삶에 닿는 정의와 책임, 그리고 법의 역할을 다시 묻게 되었다. 고법원장의 발언은 실무적 법리 해석에 그치지 않고, 우리 사회에 흔히 찾아보기 어려운 ‘정의의 원칙’ 그 자체를 꺼내놓았다.

사건은 이 대통령이 현직 신분으로 형사재판에 피소된 가운데, 고법원장이 ‘재판의 중단’을 헌법 조항에 기댔다고 밝혀 더욱 눈길을 끈다. 그가 언급한 헌법 조항은 84조. 대통령은 내란, 외환의 죄 아니면 그 재임 중 형사소추를 받지 아니한다. 그동안 논란이 많았으나, 현직 대통령에 대한 직접적인 재판 중단 결정이 사법의 공식 입을 통해 나오는 광경은 우리 사회에 진한 충격을 남겼다.

헌법 84조의 취지는 분명히 대통령의 무분별한 형사소추로 인한 국정 마비를 방지함이다. 그러나 대한민국 사회는 늘 그 ‘면책’의 마지노선과 사회정의 사이에서 긴장과 논쟁을 반복해왔다. 헌정 사상, 대통령 신분으로 형사법정에 서야 했던 이들은 다수가 아니다. 국민적 기대와 피로가 교차하는 가운데, 무엇이 정의고 무엇이 법의 이름으로 가장된 특권인지에 대해 묻는 시민들의 물음은 여전히 뜨겁다.

김민수가 전해준 사례도 빠뜨릴 수 없다. 40대 직장인 김민수 씨는 퇴근길 지하철에서 “법 앞의 평등이란 게 이런 건가요?”라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여러가지 뉴스들 속에서 그는 여전히 ‘힘 가진 자들의 다른 법이 존재하는 것 아니냐’고 묻는다. 사법부의 판단은 헌법을 집행하되, 국민이 함께 읽고 신뢰할 수 있게 설명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법은 누구의 언어로도 들리고 아무의 것도 아니게 된다.

이 대통령은 최근 사회복지 정책 확대, 노동환경 개선 등 삶을 바로 세우는 사안에 집중하며, 국민 체감도가 높았던 개혁을 추진해왔다. 그의 행보를 따라가는 이들 중에는 ‘누구든 법 앞에 평등하다’는 신념을 현실에서 구현하고 싶어했던 시민도 많다. 그러나 그가 처한 재판의 중단 결정이 실질적으로 ‘권력의 예외’를 만든 것 아니냐는 우려 또한 팽팽하다. 이 현실 속에서 서울고법원장은 “사법부는 헌법을 준수할 의무만큼 국민의 정의감과 신뢰를 헤아릴 책임 역시 크다”고 강조했다.

애초에 현직 대통령에 대한 형사재판은 매우 예외적 상황이다. 그런 만큼, 이번 사태가 가져올 상징성은 결코 가볍지만은 않다. 대통령과 법원 사이, 대통령과 국민 사이, 그리고 각 개인의 마음속 사회계약 사이에서 ‘신뢰의 금’은 심각하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기자가 만난 모 교사는 “법이 권력을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를 위한 것임을 보여주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지금 이 순간, 네거리마다 커피잔을 흔드는 청년들, 야근하는 간호사, 늦은 밤 순찰을 돌아다니는 경찰관도 단순한 구경꾼이거나 먼 거리의 주체가 아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법과 정의의 기준점은 우리 모두가 매일 만들어가는 중이다.

소시민들에게 지금 필요한 사법의 언어는 ‘면책’이 아니라 ‘책임’에 대한 친절한 설명이다. 탄탄한 법리 위에서, 약자의 입장에서, 피해자와 시민의 관점에서 반드시 재해석되고 전달되어야 한다. 이 대통령 재판 중단을 두고 “헌법에 근거했다”는 말이 반복된다면, 우리가 진정 지켜내야 할 ‘공감’은 현장 저편으로 사라질 수 있다. 우리에게 남겨진 과제는, 법이 누구의 편에도 서지 않는 사회, 정의가 살아있는 사회를 미래세대에 남기는 일이다. 오늘, 서울고법원장의 말에 우리의 발길이 잠시 멈추는 것은 바로 그 소망 때문이다.

— 김민재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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