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K&TALK] 37년 명맥 이은 대구국제현대음악제, 실험을 넘어 대중 속으로 스며들다
객석과 무대 사이를 가르는 빛줄기, 무대 위로 교차하는 강렬한 조명. 대구시립교향악단의 단원들이 악보를 넘기는 소리와 동시에 팽팽한 긴장감이 흐른다. 37번째를 맞이한 대구국제현대음악제, 이름만으로는 ‘난해한 소리들이 가득하겠지’란 선입견이 들 수 있지만, 이번 무대에서는 기대와는 달리 관객의 어깨가 어딘가 편해진다. 카메라 뷰파인더를 타고 실시간으로 들어오는 현장의 온기는 이미 ‘실험’ 그 이상의 감각으로 변모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6월 마지막 주, 대구콘서트하우스에 모인 관객들 모습부터 다르다. 익숙한 클래식 애호가만이 아니라, 젊은 관객들이 각기 다른 표정으로 홀을 메운다. 한 무리의 젊은이는 공연 전 로비에서 작곡가와 자유롭게 대화를 나누고, 신기한 듯 무대를 촬영하는 손길이 끊이지 않는다. 이번 음악제는 ‘Contemporary Soundscape, Into the Everyday’ 테마 아래 일상과 현대음악이 만나는 교차점 위에 펼쳐졌다. 연주자, 작곡가, 청중 모두가 서로의 존재를 적극적으로 인식하는 이 장면은 분명 이전의 ‘실험음악제’와는 다른 기류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현대음악은 어렵다”는 인식이 강했다. 그러나 올해 대구국제현대음악제에선 선을 넘지 않는 실험과, 듣는 이와 호흡하는 리듬이 강조된다. 대표적인 국악 작곡가 류재준의 신작과, KAIST 사운드아트랩이 선보인 미디어와 접목된 컴퓨테이션 구조의 앙상블. 여기에 기존 클래식 애호가를 위한 ‘로맨틱 컨템포러리’ 섹션이 같은 일정 안에 소개되는 등, 큐레이션 방식이 한 단계 진화했다. 영상 기자의 시선으로 지켜보면, 연출진과 스태프가 공연 전 직접 객석을 돌며 관객의 기대를 묻는 모습도 눈에 띈다.
다른 국내 음악 페스티벌과 비교해도 대구국제현대음악제의 변화는 단연 또렷하다. 연초 서울에서 열린 ‘빅네임 페스티벌’들이 대중 친화적 선곡에 집중해온 반면, 대구는 ‘현대음악의 정체성과 대중교감’, 이 두 축을 세련된 균형으로 엮어냈다. 현장에서 만난 독일 출신 셀리스트, 일본인 현악기술자, 그리고 지역 대학생 연주자까지 각자 다른 언어로 ‘새로운 음악’을 말하지만, 서로의 경험과 소리를 존중하며 하나의 커다란 퍼포먼스 공간을 만들어낸다. 카메라를 빠르게 줌인하면, 남녀노소 여러 세대의 관객들 표정에서 느껴지는 호기심—이것이 바로 37년 역사가 가져온 변화다.
축제 운영진 인터뷰에 따르면, 올해는 해외 초청팀 비율을 다시 늘렸고, 신진 작곡가와 아마추어 연주자 합동 무대 또한 강화됐다. 이 같은 시도는 단순 ‘실험’을 넘어, ‘일상에서 현대음악을 듣고 체험한다’는 흐름으로의 확장이다. 인근 소극장에서 진행된 ‘사운드워크’ 프로그램에선 VR과 AI를 활용한 소리 체험까지 대중에게 문을 열었다. 영상 기자가 담아낸 현장의 속도감 있는 워킹샷에서는, 관객들이 공연장 복도에서 프로그램 북을 나눠 읽으며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런 곡이 우리 동네서도 열린다고?’ 서로 주고받는 목소리가 포착된다.
문화체육관광부 공식자료와 인터뷰를 종합해보면, 이번 음악제 관객 만족도는 역대 최고치. 일반 현장 설문조사에서도 ‘음악이 낯설지 않고, 자연스레 녹아들었다’는 평가가 절반이 넘는다. 공연 후에는 근처 카페에서 무대에서 들은 곡을 직접 스마트폰으로 재생하는 청년들의 모습도 있었다. 해외 언론은 “한국 현대음악의 대중성 진입”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몇몇 평론가들은 ‘과도한 대중화’ 우려도 내놓지만, 현장에서 만난 관객들은 “이제야 비로소 내 일상으로 현대음악이 들어왔다”고 자신 있게 답한다.
단순히 프로그램 방향성을 뛰어넘어, 현장이 만들어내는 미묘한 시선과 에너지, 그리고 이 공간을 채우는 소리와 사람들의 움직임 모두가 치열한 실험과 진화의 결과다. 37년간 이어온 대구국제현대음악제의 명맥은, 올해 새로운 진보와 함께 ‘대중의 곁에서 함께 숨 쉬는 소리’로 다시 읽히기 시작했다. 실험과 전통, 그리고 대중성의 절묘한 교차점에서 다시 카메라의 셔터를 누르며, 이 음악제의 다음 10년, 50년도 현장에서 가까이 지켜보고 싶다.
— 백하린 ([email protected])


대구에서 이런 음악제를 계속 해왔다니 신기하네. 분위기 궁금하다.
솔직히 대중성 운운하지만 일반인은 잘 안 감!! 뭔가 거리감ㅠ
37년이면 나보다 나이 많네ㅋㅋ 대구에서 음악 듣다가 ㅋㅋ 졸다 올듯… 실험 넘어 대중이라고? 반쯤 믿음;;
대구에서 이런 음악적 시도를 오래 이어왔다는 점이 인상깊어요… 지역 음악축제의 성공 모델이 될 수 있을지 주목하게 됩니다. 젊은 관객 참여가 늘어난 것도 긍정적으로 느껴지네요.
헐 이젠 현대음악도 일반인 수준?ㅋ 세상 변하긴 했음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