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 파리’, 한섬의 새 바람이 日 도쿄에 분다
2026년 11월, 국내 패션계에 또 한 번의 반가운 도전장이 날아들었다. 현대백화점그룹의 패션계 열정 프로젝트 ‘한섬’이 예열을 끝내고, ‘시스템 파리’를 일본 패션 시장에 본격적으로 공개한다는 소식이다. 파리 패션위크의 치열한 런웨이에서 갈고 닦은 그 감각이, 도쿄, 오사카, 신주쿠 등 일본의 도시 한복판에서 펼쳐지는 셈이다. 패션 성지라 할 만한 곳에서 만들어진 ‘시스템 파리’의 정체성부터, 브랜드가 보여줄 트렌디한 무드까지. 세상 빠르게 돌며 바뀌는 글로벌 패션 씬에서 ‘K패션’이 다시금 진출의 날개를 펼친 건 단순 수출 이상의 이야기다.
국내에선 이미 MZ세대의 감각을 제대로 저격하며 시그니처가 된 시스템(System)과 시스템옴므(System Homme) 라인이, 파리 컬렉션 출전 경력을 갖춘 ‘시스템 파리’라는 독립 브랜드로 새롭게 재탄생했다. 오버사이즈 체크 재킷, 셔츠드레스, 시즌마다 변주되는 데님과 소재 믹스업, 이런 새로운 접근들이 일본 패션피플들 안에서도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낼지 집중된다. 그리고 일본 현지의 유통 파트너십은 온라인 채널부터 오프라인 플래그십까지, 한섬 스타일대로 탄탄히 설계됐다. 한국식 유연함에 파리 감성, 그리고 일본 고객의 독특한 섬세함까지 최대한 담아내려는 행보가 엿보인다. 한섬 측은 단순히 ‘파리에서 건너온 K-브랜드’가 아니라, “글로벌 무드 속에 파리 감성+서울 에너지를 담은 새로운 컨템포러리 웨어”라는 점을 강조한다.
한섬의 파리 법인은 지난 몇 시즌 연속으로 파리 패션위크에 참가하면서, 실력파 디자이너들을 합류시키고 현지 바잉 MD와의 협업도 쌓아왔다. 유럽 진출을 겨냥한 라인업의 본격 데뷔였다면, 이번 일본 상륙은 가까우면서도 까다로운 문화권의 문을 두드리는 도전이다. 셀럽 마케팅이나 SNS 해시태그 플레이로 첫 바람몰이 중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새로운 세대의 스타일러들을 사로잡으려면, 유행만 좇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소재와 디테일, 가격대까지 현지화가 얼마나 성공할지, 일본 패션 소비자들이 얼마만큼 기꺼이 ‘한섬’의 DNA를 받아들일지 지켜봐야 한다.
다른 글로벌 브랜드와 달리 ‘시스템 파리’는 한국에서 태어나 프렌치 시크를 장착한 뒤, 동아시아 최대 소비 시장 일본에서 또 한 번의 시험을 받는다. 일본 하이패션 시장은 여전히 견고한 로컬 브랜드 강세와 전통적 장인정신이 녹아 있어, ‘새로운 감각’만으로 장기 성공을 담보할 수 없다. 다만, 일본 젊은 세대가 최근 K패션과 한류 콘텐츠, 그리고 독특한 하이브리드 스타일링에 열광하는 최근 흐름엔 분명한 기회 창이 열린 셈. 거기에 디지털 친화적 유통과 컬래버 아이템으로 일본 밀레니얼·제트세대 공략을 공들인 전략도 호평 받는다.
지금 일본의 패션 인플루언서와 셀럽들도 이미 ‘시스템 파리’의 주요 아이템을 겟한 모습들이 이어지고, SNS를 통한 실시간 리뷰와 언박싱 영상도 늘어가고 있다. 동시에 파리에서 단련된 심플&모던 디자인이 일본 특유의 레이어링 문화와 조우하며 독특한 믹스매치 룩을 선보이기도. 이번 시즌 대표 아이템인 ‘아노락 재킷’은 특유의 스트리트 시크로 도쿄 하루주쿠에서 포착되고, 소프트 베이지 톤의 셋업 수트는 직장인에서 패알못 대학생까지 아우르는 다양한 스타일로 소화되고 있다. 한섬은 전체적으로 로컬 셋업(현지화 콘텐츠, 일본 내 촬영 비주얼 등)에 신경 쓰며, 단기 인기보단 브랜드 에셋과 팬덤 구축이 목표임을 강조한다.
K-패션의 글로벌 시도는 요 몇 년간 확실히 다양·대담해진 트렌드다. 럭셔리부터 Y2K, 테크-스포티 컬래버까지 국경을 넘나들며 여러 도전이 쏟아지는 판에서 한섬 ‘시스템 파리’도 진정한 글로벌 라이징을 꿈꾼다. 기존의 일본 패션 진출 사례—아더에러, 젠틀몬스터 등—와 비교하면, 한섬 특유의 정제된 미감과 파리에서 일군 프리미엄이 변수가 된다. 일본 한정 에디션이나 컬래버 제품의 성공 사례를 빠르게 캐치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도쿄 진출 후 첫 시즌, 유통망 확대와 현지 셀럽/크리에이터 협업의 시너지가 얼마만큼 이어질지 패션 산업뿐 아니라 한류 매니아까지 주목하고 있다.
‘K패션’이 한류 4.0 시대의 새 키워드로 자리잡아 가는 요즘, 파리–서울–도쿄로 이어지는 트렌드 라인은 불확실성과 기회를 동시에 품은 화룡점정의 한 수다. 단순히 패션 상품 판매가 아니라, 한섬이 내려는 컬쳐 브랜드로서의 정체성과 글로벌 레거시 전개가, 일본을 넘어 다시 파리와 미국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 패션계 소문난 입담꾼답게, 도쿄거리의 씬을 신나게 채울 ‘시스템 파리’의 다음 무브를 기대해 본다.
— 오라희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