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서 ‘고교생 신화’가 옅어진다… 변하는 메이저리그 신인 드래프트 환경

메이저리그(MLB) 드래프트 판도가 심상치 않다. 2026년 드래프트 결과와 최근 트렌드를 살펴보면, 한때 구단들의 ‘보물 찾기’처럼 불렸던 고교생 신화가 점차 옅어지는 흐름이 뚜렷하다. 과거 MLB 구단들은 체격, 운동능력, 잠재력을 우선시하며 고졸 유망주에 큰 가치를 부여했다. 이들은 주로 1라운드에서 빠짐없이 상위 지명을 약속받았고, 즉시 전력감이 아닌에도 대형 계약금, 4~5년의 육성 플랜과 함께 ‘또 한 명의 마이크 트라웃’을 꿈꿨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었다. 현장 분석과 데이터 사이언스를 겸비한 각 구단은, 더이상 ‘로또’에 가까운 장기 프로젝트보단, 검증된 즉시 전력과 데이터 기반의 리스크 회피를 선호한다.

2026년 드래프트 1라운드에는 전체 30명 중 단 5명만이 고교 출신이다. 나머지는 모두 대학 리그, 특히 SEC(남동부 콘퍼런스), PAC-12 등 명문 대학에서 이미 연습경기, 오프시즌 등 수백 타석 이상의 트래킹 데이터를 바탕으로 성장 세를 증명한 선수들이다. MLB 프런트는 고졸 유망주의 ‘언더에이지’ 매력을 인정하지만, 장기간 육성의 불확실성과 최근의 트레이드 시장 변화 속에서 점차 대학생 위주로 리스크를 줄이고 있다. 현장감 있게 살펴보면, 과거 고졸 1라운더들이 실제 메이저리그에서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하고, 구단 자원 소모만 늘리는 사이클이 반복된 탓도 크다. 실제 지난 10년 간 1라운드 고졸 야수 지명자의 메이저리그 누적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 평균치는 대학 지명자 대비 0.7에 불과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미 프로야구 고졸 신화는 탄탄했다. 젠더 볼라, 하위엇 콜 등 ‘올 아메리칸’들, 그리고 2020년의 스펜서 존스까지, 구단들은 18~19세 유소년의 무한 가능성에 강력한 투자와 인내를 쏟아부었다. 최근에는 이제 ‘즉시 전력’이 가능한 대학 타자, 대학 투수들이 구단 리빌딩에서 주요 전력 자산으로 각광받는다. 그렇다고 완전히 고졸 유망주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미국 야구협회(USA Baseball)와 각종 유소년 전국구 대회에서는 여전히 고교생 스타들이 MLB 스카우트의 관심을 모은다. 그러나 1라운드 대세가 아니라 2~4라운드, 혹은 고액 계약이 아닌 ‘성장형 프로젝트’로 전환되고 있다. 각 구단 프런트는 “고졸은 최대한 리스크 분산, 대학생은 즉시 자원화”라는 전략을 짜고 있다.

이번 2026 드래프트에서는 투수 쪽 변화가 가장 급격했다. 과거엔 고교 에이스의 빨랫줄 같은 패스트볼과 변화구 재능이 빛을 발했지만, 올해는 SEC 상위 대학 투수들이 트랙맨·라피소 등 트래킹 장비 분석에서 월등한 스핀레이트와 구속, 그리고 실투율에서 이점이 두드러졌다. 현장에서 직접 본 3명의 대학 투수는 투구패턴의 다양성과 제구 안정성에서 이미 메이저리그 하위 선발 급 이상의 완성도를 보였다. 한편, 야수 부문도 변했다. 고졸 하이씨드 내야수와 외야수들은 아직 ‘로우A’ 진출까지 2년 이상을 내다봐야 하는 반면, 대학생은 빠르면 6개월~1년 만에 더블A까지 단계적 성장이 예상된다. 실제 지난해 드래프트 1라운더 중 대학졸업생 8명은 현재 이미 40인 로스터에 포함되어 MLB 콜업 대기 중이다.

이번 변화에는 프런트 오피스의 변화와 트레이드 시장의 격동이 맞물려 있다. 사치세 라인 관리, 연봉 구조 개편, FA시장 침체, 그리고 선수 생애관리 시스템의 고도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대학 야구에서 축적된 정밀 타구 분석, 피칭 트래킹 데이터는 프런트에 ‘안전한 투자’임을 증명했다. 반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줄어든 연습경기와 고교 대회 취소 여파로 고교생들의 실제 경기력 검증 샘플이 줄었고, 비교적 ‘깜짝 스타’의 등장도 줄었다. 언론과 전문가들은 “고졸=포텐, 대학=성장 완료” 였던 이분법 대신, 이제는 “고졸=소수 장기 투자, 대학=메이저 급육성” 체제로 바뀌었다고 평가한다.

한국과 일본 야구계도 이 대세를 눈여겨봐야 한다. 즉시 전력과 데이터 중심의 선수 선호 변화는 KBO 신인 지명과도 어느 정도 맞물린다. 강진성, 문성주, 정은원 등 최근 KBO에서도 ‘대학교 라인’ 선수들이 더 빠른 1군 안착과 동시에 성장을 증명하고 있다. 미국의 드래프트 환경이 점차 ‘검증된 자원+서프라이즈 고졸 스타’ 혼합 형태로 재편되면, 국내 팀들도 오래된 ‘고졸 신화’에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기술과 현장 데이터, 선수 개개인의 성장곡선을 치밀하게 관리할 트레이닝 인프라까지 더해질 때, 한국 야구 역시 또 한 번 진화할 수 있다.

더이상 ‘고졸이면 신화’, ‘대학생은 안전빵’이라는 공식은 무의미해졌다. MLB 구단과 KBO팀 모두 ‘누가 얼마나 빨리, 그리고 확실하게 빅리그·1군에서 통할까’라는 현실적 기준 앞에서 ‘신화’라는 이름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 한지우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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