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의료기기산업진흥원, TEDCO와 손잡으며 그리는 ‘글로벌 건강산업’의 새로운 지도
11월의 깊어가는 저녁, 원주 혁신도시의 한 사무실엔 이례적으로 분주함이 감돌았다. 의료기기산업진흥원이 미국 최대 공공기술투자기관 중 하나인 TEDCO(Maryland Technology Development Corporation)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그 순간이었다. 아직은 결실보단 씨앗에 더 가까운 걸음일지 모른다. 하지만 바쁘게 서류를 준비하던 추진팀 직원 박정희 씨는 “이 협약으로 미국 진출이 꿈이 아닌 ‘경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의료기기 분야는 ‘사람의 삶’과 직결되는 건강의 현장이다. 원주의료기기산업진흥원이 미국의 혁신 생태계 핵심과 손잡은 것은 단순한 기관 간 MOU를 넘어, 도시에 사는 환자, 끊임없이 연구하는 청년 기업가, 그리고 일자리를 찾는 중장년까지 모두의 내일과 맞닿아 있다.
의료기기산업진흥원의 목표는 의료기기․헬스케어 스타트업이 국내 한정 시장에서 벗어나 안정적으로 해외 투자를 받아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것이다. 특히 TEDCO는 미국 내 공공투자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기술 기반 중소기업을 육성해온 기관이라, 이번 협약은 한국 의료산업의 글로벌 진출통로가 한층 튼튼해졌다는 의미가 있다. TEDCO는 그간 미국 스타트업 생태계의 ‘엔진’ 역할을 해왔다. 미국 내 기술사업화 성공 모델로도 평가받는데, 이번 협약을 통해 원주는 세계 의료기기 시장의 ‘새로운 길목’이 될 수 있다.
업계 종사자 김유진 씨(39)는 “의료 스타트업에 가장 필요한 것이 해외 투자 경험과 신뢰다. 특히 미국 진출은 법적·제도적 장벽이 높아 막막한 경우가 많은데, 이번 파트너십은 단순 자금 지원을 넘어 미국 연방정부와 주정부, 그리고 민간 네트워크 문을 동시에 열어준다는 점에서 다르다”고 전했다. 실제 의료기기 창업가들 사이에서도 “이제 미국 시장은 너무 멀지 않다”는 희망섞인 말이 돌고 있다.
단지 기술 협약 서명에 그치지 않는 변화다. 진흥원은 TEDCO와 상호 투자·연계 및 인력양성 노하우, 글로벌 유통망 정보까지 공유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TEDCO 역시 한국의 의료기술, 특히 IT·디지털 헬스케어 부문에 큰 관심을 드러냈다. 인구 고령화와 만성질환 증가로 의료수요가 폭증하고 있는 미국 시장에서, 한국의 정교하고 신속한 의료기기가 새로운 쓰임새를 찾을 수 있다. 실제 서울과 원주의 일부 디지털 진단 솔루션이나 IoT 기반 의료기기 업체는 이미 미국의 대형병원에 파일럿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스타트업 대표는 “내년엔 TEDCO 포트폴리오에 한국 기업도 포함될 거라 기대한다”고 말한다.
지난 10년간 원주는 ‘의료도시’라 불릴 만큼 집중적인 산학 연계를 추진해 왔다. 그러나 실상은 국내 벤처캐피털의 한계, 해외 규제 진입장벽 등으로 아이디어가 현실이 되기까지 많은 벽에 부딪혀야 했다. 현장 연구원 김수연 씨는 “아이디어는 있지만 시험베드, 임상연구, 해외 네트워킹 등 진입 장벽 앞에 멈추곤 했다. 이제 TEDCO 같은 글로벌 기관이 실제 검증-투자-사업화까지 함께하면 지역 스타트업도 괄목할 성장 경험을 쌓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 TEDCO는 초기 단계에서 시드 투자와 비즈니스 멘토링, FDA 통과 지원 패키지까지 제공하며 의료기의 상용화 확률을 높이고 있다. 국내에서 고군분투하던 벤처들에게는 ‘생존률’이란 단어가 새롭게 체감될 수밖에 없는 변화다.
이야기는 아직 충분히 따뜻하지 않다. 지역의 소상공인과 시민, 50대 이모 씨는 “연구소만 잘돼봤자, 우리 주머니 사정 바뀌는 건 아니지 않냐”고 다소 냉소적으로 웃는다. 의료기기 산업이 도시에 직접 가져다줄 양질의 일자리, 중장년 재취업 기회, 사회안전망 확대 등 실질적 파급효과가 꼭 동반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원주는 이미 헬스케어 산업단지와 여러 R&D센터가 집적된 도시다. ‘글로벌 진출’이란 외침이 시민 모두의 내일로 연결돼야만 장기적으로 의미 있는 이야기가 이어진다.
해외 투자협약을 맺는 이 순간에도, 진짜 변화는 낯선 문서 위가 아니라 병실과 실험실, 그리고 사람이 일상을 딛고 살아가는 도시 속에서 만들어진다. 의료기기산업진흥원의 이번 결정이 의료기기 분야 종사자, 예비 창업가뿐 아니라 소외되기 쉬웠던 지역 시민들에게도 희망의 기회가 되길 기대한다. 김인철 소장은 “미국의 경험, 한국의 창의성이 만나는 교차점에서 원주가 명실상부한 글로벌 헬스케어 허브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사람과 사람을 잇는 기술, 미래의 건강을 지키는 새로운 연결이 이제 첫 발을 뗐다. 협약식 사진 속 환한 미소처럼, 원주와 TEDCO의 동행이 작은 기적을 불러오길 바라본다.
— 김민재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