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소식]부모·자녀 함께 요리교실…건강한 식습관 교육 등

10월의 끝자락, 강원 평창군 진부면의 한 작은 마을 공동회관. 화요일 저녁이면 따끈한 찌개 냄새와 아이들의 환한 웃음소리가 공간을 가득 메운다. 평소 식탁에서 조용히 밥만 먹던 아이들이 오늘은 앞치마를 두르고 분주하다. 자녀와 부모가 한 팀이 돼 서로의 손끝을 바라보고, 어색한 듯 하지만 점차 눈빛과 손길이 부드러워진다. ‘부모·자녀 함께 요리교실’—이 이름의 작은 변화가, 평창에 사는 서연이네 가족에게도, 그리고 이웃들에게도 소중한 계기가 되고 있다.

“콩나물국은 이렇게 팔팔 끓이면 영양분이 사라지니까 약한 불로 끓여야 해요.” 지난 수업, 담당 영양사 최미정 씨가 식재료 앞에 선 엄마들과 아이들을 바라보며 조곤조곤 설명한다. 손을 움직이는 동안, 아이들은 콩나물의 소리와 향을 기억한다. 평창군 건강지원센터가 이끄는 이번 요리교실은 단순히 ‘맛있는 것 만들기’가 목표가 아니다. 농촌 지역 특성상 맞벌이와 조부모 양육이 많고 아이들이 즉석식품, 외식에 밀려 바른 식습관을 잡기 어렵다. 센터는 이런 현장의 상황을 조사해 가족단위 요리교실을 기획했다. 부모세대의 먹거리에 대한 오랜 가치관을 아이에게 자연스레 전달하고, 아이 또한 주체적으로 가족의 식탁을 만들어보는 소중한 경험을 주자는 취지다. 실제로 이날 교실에는 한부모 가정, 장애아동 가족, 조부모가 함께 온 집도 있었다. 한 아버지는 “평소 대화가 서툴렀는데, ‘이거 어떻게 자르는 거야?’ 묻는 아이 덕분에 웃음이 나왔다”며 식습관 교육이 관계까지 회복시켰음을 전했다.

‘건강한 식습관’이란 길고 긴 여정을 우리는 자주 개인의 의지나 산업 정책, 사회 시스템으로만 국한지어 바라봤다. 하지만 이번 요리교실은 먹거리 교육의 시작도, 변화의 씨앗도 모두 ‘사람’에게 있다는 오래된 진리를 다시 일깨운다. 기자는 수년간 식습관, 학교급식, 지역보건, 맞벌이 가정 영양문제 등 현장 사례를 취재해왔다. 그 과정에서 항상 만난 분들은 ‘프로그램이 지속돼야 달라진다’, ‘가르치기보다 같이 해봐야 안다’, ‘안전한 식재료 공급만큼 가족과의 소통이 중요하다’는 입을 모았다. 실제 지난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서도 가정 내 식습관 개선사업이 가족 간 대화 증가 및 아동의 정서 안전감까지 이끄는 효과를 나타냈다. 특히 평창과 같은 농촌지역일수록 아이들의 음식 편식과 소모적 외식 습관이 도시 못지않게 두드러진다는 점은 사회적 처방이 절실했음을 방증한다.

이 날 수업 마지막 순서는 각 가족이 띄운 손편지였다. ‘처음으로 엄마랑 요리해서 좋았어요’, ‘아빠가 나무랄 줄 알았는데 칭찬해서 기뻐요’, 서툰 글씨 하나하나에 삶이 스며 있다. 참여했던 한 어머니는 “요즘 애가 학교 갔다 집에 콕 있는데 오늘은 밝아진 얼굴로 먼저 다음 수업을 묻더라”며 흐뭇해 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체험 기반 교육, 가족 단위 실습이 특히 아동 정서와 식습관 형성에 긍정적이라고 강조한다. 음식은 언제나 관계이고 기억이기 때문이다.

여전히 전국적으로 볼 때, 가족식문화 향상 사업은 예산·지자체 관심 부족, 전문인력 확보 미흡, 지속성의 한계라는 숙제를 안고 있다. 기자는 여러 복지사업 담당자와 상담가들에게 물었다. “제일 힘든 건 뭔가요?” 그들은 입을 모은다. 변화의 시작은 늘 미미하지만, 단 한 가족이라도 경험의 기억을 안고 돌아간다면 의미가 충분하다는 것. 어쩌면 지역사회가 할 수 있는 최고의 복지는, 생활의 현장에서 부모와 아이, 어른과 어린이가 마주 앉는 따뜻한 식탁으로부터 시작하는지도 모른다.

오늘 이 자리에서 만난 한 할머니의 말이 오래 남는다. “손주 손잡고 같이 칼질하다보니 나도 옛날 생각나서 마음이 젊어지데.” 식습관의 변화란 단순한 건강의 영역을 넘어서, 우리가 잃지 않아야 할 가족의 시간, 공동체의 정서, 그리고 이웃과 나누는 삶 그 자체라는 소중한 가치를 설명해준다. 앞으로 더 많은 지역사회가, 더 다양한 가족과 함께 이 변화를 이끌어내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 김민재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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