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22년] 유해진, 올해 영화 최고의 배우⋯박지훈까지 ‘왕사남’ 휩쓸었다
2026년 한국 영화계는 매년처럼 이름과 얼굴이 기억되는 배우의 존재감을 확인시켜줬다. 그 중에서도 ‘올해 최고의 배우’라는 영광은 단연 유해진에게로 돌아갔다. 그의 연기는 다시 한번 대중의 신뢰를 거두었고, 그가 출연한 작품들은 흥행과 비평 양쪽 모두에서 실력을 입증했다. 유해진이 올해 주연을 맡은 영화들은 흥행차트를 점령하며 관객 1,000만 시대를 이끄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평범함 속에 내려앉은 깊이를 지닌 캐릭터, 인간에 대한 따뜻한 이해, 그리고 언제나 담백함을 잃지 않는 그의 연기 방식은 이제 장르 불문한 ‘신뢰의 이름’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유해진은 올해 장르의 이동이 두드러졌다. 코미디, 드라마, 스릴러를 넘나들며 각 작품마다 결이 다른 인물을 설득력 있게 그려냈다. 예를 들면, 사회적 약자에 대한 미묘한 연민과 동시에 자신만의 생활력으로 버티는 현실 인물을 표현할 때, 유해진 특유의 찬란한 생활연기는 감독 이경규와의 협업에서 큰 울림을 주기도 했다. 관객 입장에서 유해진의 연기는 ‘과하지 않으면서도 보는 이의 마음을 단번에 움직이는 힘’이라 평할 수 있다. 이는 최근 인터뷰에서 “연기를 잘한다는 얘기보단, 역할이 보이길 바란다”는 그의 진솔한 태도와도 연결되어 있다.
올해 유해진 못지않게 무게감 있는 활약을 보인 인물에는 배우 박지훈이 있었다. 한때 아이돌 출신의 신선한 얼굴로 떠올랐으나, 박지훈은 최근 ‘왕사남(왕좌는 사람의 것)’ 시리즈로 획기적인 변신을 이뤄냈다. 그는 OTT 드라마와 스크린 양쪽에서 카메라 앵글의 리듬에 맞춰 감정의 농도를 자유자재로 변주해내며, 한정된 시간에도 자신의 세계관을 채워 넣었다. 아이돌 출신의 연기자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이 존재하는 현실에서, 박지훈은 독특한 표정 연기와 끈질긴 캐릭터 탐구로 그 부담을 정면 돌파했다. 최근 ‘왕사남’ 시리즈에서는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방황하는 젊은 군주의 내면을 세밀하게 설계하며, 시청자와 평단 양쪽의 박수를 이끌어냈다.
돌이켜보면, 2026년은 정형화된 영웅보다는 ‘생활형 배우’, 혹은 ‘성장형 캐릭터’에게 눈길이 쏠린 한 해였다. 유해진과 박지훈의 대척점에 서 있는 무수한 신인 배우들의 등장이 화제였지만, 결국 시대를 흔든 얼굴은 깊이감 있는 연기와 진정성으로 관객의 불신마저 감동으로 바꾼 이들이었다. 변화하는 영화 제작 환경, 특히 OTT 시장의 부상 속에서 이들은 작품의 중심축을 단단히 잡아내며 유연한 변화에 능동적으로 반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유해진이 선보인 ‘생활의 연대기’와 박지훈의 ‘왕사남 식 메소드’는 단순한 흥행 이상의 의미를 띤다. 국내 영화산업이 급변하는 관람 방식, 새로운 장르 실험, 여전히 타이트한 산업구조 등 격변의 시기를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배우 개개인의 진정성이 작품의 방향성에 막대한 영향을 주고 있다는 점이다. 감독들이 이들에게 러브콜을 보내는 까닭 역시 ‘스타성’ 그 이상의 무언가를 찾기 위함임을 알 수 있다.
무엇보다 유해진의 올해 작품들은 사회 곳곳의 단면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부조리한 현실, 쓸쓸한 가족, 친구 간 신뢰의 균열 등을 섬세하게 건드리며 관객의 자화상을 그려냈다. 박지훈 역시 감각적인 캐릭터 해석을 통해 Z세대의 불안과 욕망, 그리고 극한의 현실감각까지 명확하게 제시했다.
이는 한국 영화계가 누군가의 일대기나 신데렐라 스토리로만 평가될 수 없음을 보여준다. 다양한 기획 의도가 반복되는 시대, 배우의 개성과 진정성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관객과의 호흡이다. 유해진과 박지훈은 작품의 완성도를 스스로 끌어올리며 한국 콘텐츠 산업의 과도기적 발전에 결정적 교두보가 되고 있다.
올해의 수상은 누가 받았냐보다, 누가 대중의 믿음을 지켰는가에 방점이 찍힌다. 그리고 한국 영화계는 올해 유해진, 박지훈이라는 두 명의 배우를 거쳐 이 믿음의 계보를 새롭게 써 내려가고 있다.
— 한도훈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