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경고: 전기차 원가 30% 격차와 생산세액공제 논의의 기술·산업적 배경
2026년 기준, 유럽 자동차 시장이 직면한 전기차 원가 경쟁력 저하와 이에 대응하는 각국 정책 변화가 산업계에 주요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최근 이탈리아 정부는 중국산 전기차와의 원가 격차가 30%에 달한다고 우려를 표하며 즉각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했고, 유럽 각국에서는 생산세액공제를 논의하는 등 산업 지원정책이 가속화되는 분위기다. 산업·모빌리티부 모빌리티·우주항공 담당 기자 시각에서 볼 때, 이 같은 현상은 글로벌 전기차 경쟁의 본질과 유럽 주요국의 산업 보호 전략, 그리고 미래 자동차 생태계 전환이라는 복합적 맥락의 영향을 받고 있다.
이번 사안의 핵심은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가진 비용 구조상의 이점과 이탈리아를 필두로 한 유럽 제조업체들이 직면한 생산원가 불균형에 있다. 중국은 배터리 원재료부터 모듈, 팩 조립, 완성차 생산에 이르는 밸류체인을 수직계열화함으로써 단일 공정에서 대량 생산과 비용 최적화를 동시에 달성해왔다. 특히 CATL, BYD 등 중국 배터리·완성차 리더기업은 내수시장 대규모 수요를 바탕으로 생산설비 자동화와 부품 내재화 비율을 대폭 높였다. 이에 반해,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한 유럽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기업들은 부품조달 및 배터리 공급체인 분업화, 전통 내연기관 생산 설비 유지 등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EU 내에서의 원재료 및 핵심부품의 높은 외부 의존도 역시 불리하게 작용한다.
최근 이탈리아 정부는 이러한 구조적 격차를 보완하기 위해 ‘생산세액공제(production tax credit)’ 도입 논의를 본격화했다. 이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서 도입한 EV 생산 크레딧 정책을 벤치마킹한 시도로 풀이된다. 해당 법안은 전기차 생산·투자에 대한 세제 혜택을 제공하여, 국내 전기차 산업의 경쟁력과 고용 창출을 동시에 꾀하는 전략이다. 과거 유럽연합은 일관되게 경쟁 촉진과 탄소중립을 위한 환경규제 드라이브에 집중해왔으나, 미국과 중국의 직접적인 산업지원 정책 도입 이후, 각국 역시 보호무역적 색채를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실제로 독일, 프랑스도 유사한 지원체계 도입을 검토 중으로 드러났다. 이는 세계 전기차 시장의 헤게모니 쟁탈전이 단순 가격 경쟁에서 정책적 지원을 넘어선 시스템 경쟁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한국 자동차 산업에도 시사점이 명확하다. 현대차·기아차 등 주요 OEM은 유럽과 북미의 고부가가치 EV 시장에서 입지를 확보하고 있으나, 중국과 같이 내수 기반 생산규모, 절대적 부품 내재화 비율, 배터리 소재 자립이라는 부분에서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 한국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역시 현지 배터리공장, 소재 현지조달 확대에 나서고 있으나 글로벌 밸류체인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구조다. 유럽에서 본격화되는 세액공제 정책은 국내 업체 전략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자동차·배터리 동맹의 활성화, 핵심광물 공급망의 선점 여부, 스타트업/부품사의 자생적 혁신역량 확보 등이 미래 경쟁력의 관건이 될 것이다.
테슬라, 폭스바겐, BYD 등 글로벌 Top 3 전기차 제조사의 ‘공정 자동화율’, ‘배터리 셀 내재화율’, ‘원자재 투자규모’ 데이터를 보면, 중국 기업의 수직계열화가 비용 및 시장 점유율 우위로 직결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탈리아와 유럽연합의 정책 추진은 선순환 산업 생태계, 장기적 투자 유치, 친환경 부가가치 창출 등 긍정적 효과가 기대되는 반면, 자칫 보조금 과잉 지원, 글로벌 가격전쟁 가속, 공급망 왜곡 등 부작용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해 유럽연합(EU)은 중국산 EV에 대한 조사 및 잠정관세 예비조치를 도입해 가격질서 교란에 사전 대응한 바 있으나, 현장 산업계 반응은 ‘보다 근본적 경쟁력 보강이 우선’임을 강조한다.
항공·우주산업에서의 원가 혁신 경험은 자동차산업과 전략적으로 유사하다. 보잉과 에어버스, 스페이스X 등 항공·우주 리더들은 수직통합 생산방식을 통한 원가 절감, 장기적 R&D 투자, 현지 조달 강화로 글로벌 시장 위상을 지키고 있다. 자동차산업 역시 이러한 패턴의 전략적 전환이 요구된다. 기술 내재화, 고효율 생산시스템, AI 및 로보틱스 공정 혁신, 산학연 연계를 통한 전문화된 인력 양성 등 현실적 실행 방안이 병행돼야만 중국과의 원가 격차를 실질적으로 줄일 수 있다. 단순히 세액공제나 보조금만으로는 장기적 경쟁우위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국내외 정책 입안자는 구조적 혁신과 산업 생태계 복원을 병행해야 한다.
2026년 현재, 전기차 시장은 단일 공정 경쟁에서 시스템 경쟁으로 이동했다. 유럽의 생산세액공제, 미국의 EV 지원 정책, 중국의 대규모 내수 및 글로벌 수출 구조 등 각국은 자국 이익 보호와 미래 먹거리 창출을 동시에 도모한다. 향후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미주, 유럽의 자동차 기업들은 정책변수와 기술 혁신 모두를 주목해야만 한다. 글로벌 시장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한 경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 고다인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