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 한파…체감온도는 어디쯤 멈췄을까
12월이 품는 계절의 마지막 저녁, 한 해의 끝이라는 말이 실감나는 거리 한복판에서 반사적으로 나오는 한숨은 단순히 기온 때문만은 아닌 듯하다. 어느덧 겨울철 여행의 풍경도 변해버렸다. 하나둘 두툼한 옷에 몸을 감싼 채 집 가까운 마트와 동네 카페를 오가던 지난달과 달리, 이제는 익숙한 대한민국의 산과 강, 바다마저 고요히 빛을 잃은 듯 하다. 한국관광공사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12월 국내여행 계획률은 61.5%로 연중 최저치를 보였다. 내수의 온기를 모으던 국내관광의 심장이 뜻밖에 약해지고 있다는 의미다.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해외여행 선호는 여행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복합적인 감정을 안겨준다. 2년 전만 해도 코로나19와 사회적 거리두기 탓에 마스크를 벗지 못하던 여행객들이 이제는 여권을 들고 인천국제공항으로, 제주가 아닌 오사카, 방콕, 하와이의 이름을 자연스럽게 입에 담는다. 글로벌 항공권 예약량이 전년 대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항공사들은 특가 프로모션 소식으로 바삐 달아오른다. 달마다 이어지는 연휴 소식, 그리고 SNS를 가득 채운 ‘요즘 떠나기 좋은 해외여행지’ 해시태그도 소비자의 선택을 이끌고 있다.
올겨울 국내여행이 식어가는 이유는 단순히 가격만의 문제는 아니다. 오히려 도시의 회색빛 도로를 따라 움직이는 사람들의 심리, 기대와 아쉬움 사이에서 맴도는 선택이 그 이유다. 국내호텔의 눈부신 크리스마스 패키지와 겨울철 한정 프로모션도 예년만 못하게 소문이 났다. 소백산 눈꽃, 포항의 파도, 부산 광안리의 겨울 바다 역시 사람들의 발길을 끌어당기기엔 어딘가 모자란 것일까. 실제로 호텔 예약률이나 주요 관광지 입장객 수는 팬데믹 직후 반짝였던 호황 이후 확연히 감소세를 보인다.
해외여행 붐의 원인은 결정적이다. 무엇보다 해외항공권 가격이 많이 완화되었고, 엔저·달러화 약세 등 환율 요소가 여행자들의 심리적 부담을 덜어줬다. 일본, 대만 등 가까운 해외 목적지는 지난여름부터 줄곧 ‘에어텔’ 예약 대란을 일으키고, 저가항공을 이용한 짧은 일정의 ‘번개여행’도 일상이 됐다. 자녀를 둔 가족이나 자유로운 20~30대 젊은 세대는, ‘경비가 더 들어도 추억이 특별하다’는 진한 아날로그 정서에 이끌려 먼 행선지로 발을 옮긴다.
국내여행 업계 또한 이러한 변화를 곁눈질한다. 지역 소상공인들은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에서 ‘겨울 한정’ 제품을 내놓으며 손님맞이에 분주하지만, 인파 붐비는 명동조차 단체 관광객 대신 개별 자유여행객 비중이 늘어나며 체감적인 활기가 줄었다는 분석이 잇따른다. 강릉과 속초 등 관동권 겨울 바람마저 큰 호응을 얻지 못하자, 인기 맛집이나 카페들은 ‘굳이 성수기 준비에 비상등을 켤 필요가 있나’ 하는 허탈함을 토로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겨울의 풍경은 분명 변함없이 아름답다. 강릉의 커피거리, 전라남도 벌교의 굴구이 골목, 경주의 고즈넉한 한옥마을은 여전히 여행자에게 새로운 체험을 건넨다. 때론 적막하고 때론 아늑한 겨울 산사의 풍경, 눈 덮인 오대산 숲길, 해 질 녘 향나무 숲의 바람…추위와 동시에 느껴지는 따스함은 국내여행만의 호흡 속에서 살아있다.
그러나 세상은 언제나 움직인다. 떠남과 머묾, 가까움과 먼 곳, 선택의 아쉬움은 누구에게나 남는다. 국내여행의 숨은 매력을 발견하지 못한 아쉬움도, 동시에 해외에서 ‘다름’을 경험하는 신선함도 모두 우리 일상의 일부다. 이번 겨울, 국내여행 통계 그래프의 곡선은 누군가의 마음과 닮아 있다. 한 해의 마지막에 어디에 머물든, 다시 시작할 내일의 여행을 꿈꾸는 여행자들의 마음이 살아 있기를 바라본다. — 하예린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