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 석수도서관 창작교실, 일상의 문턱을 넘다

일상 속에서 창작을 꿈꾸는 시민들을 위한 문이 또 한 번 열렸다. 안양 석수도서관이 2026년 봄을 맞아 수필과 소설 창작 강좌 수강생 모집에 나선다. 도서관의 이 프로그램은 단순한 글쓰기의 기술을 넘어서, 지역 사회가 나와 우리가 가진 여러 경험과 감정을 새로이 바라보고, 이를 타자와 공유하는 출발점으로 기능한다. 최근 몇 년간 전국 공공 도서관들이 앞다투어 창작 관련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나, 석수도서관의 창작 교실은 체계적 교육과 참여의 열린 구조, 그리고 시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안양이라는 도시, 그리고 석수도서관은 과거부터 지역 공동체의 문화적 역할에 집중해왔다. 이 과정에서 그림책 만들기, 동화 창작, 시조 쓰기와 같은 모임들이 형식적으로 운영되기도 했으나, 이번에 소개된 ‘수필·소설 창작 교실’은 조금 다르다. 실제로 강사진에는 지역 출신의 등단 작가 혹은 현직 교육자들이 이름을 올렸고, 참가자들은 자신의 경험을 나누는 과정에서 비평과 토론, 맞춤형 첨삭까지 받게 된다. 모집 공고에 담긴 내용만 놓고 봐도,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다”는 구호 이상에 ‘어떻게, 무엇을’ 쓸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구조적으로 설계돼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은 변화는 문화정책의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25-2027 도서관 활성화 계획에서는, 도서관을 단순한 정보 수집의 공간에서 창작·공유·토론의 장으로 전환하겠다는 의지를 반복적으로 드러냈다. 이에 따라 전국 실정에 맞는 ‘맞춤형 독서·창작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있으며, 석수도서관 역시 이 정책의 흐름 위에서 다양한 실험을 이어오는 중이다. 타 지역 주요 도서관들에서는 최근 1~2년 사이 글쓰기 외에도 영상 에세이 제작, 디지털 소설 교실 등이 새로 도입됐다. 그러나 오프라인 중심의 수필·소설 창작 교실은 그 깊이와 지속성, 그리고 공동체성 측면에서 여전히 공공도서관의 전통적 가치를 품고 있다는 평가다.

그래서 이번 수강생 모집 공고가 주목받는 이유는, 단지 ‘나도 이제 작가다’라는 수동적 구호 때문만은 아니다. 현대 사회에서 ‘글을 쓴다’는 행위는 자기를 돌아보고 타인과 연결되는 공동체적 경험이기도 하다. 1인 미디어, SNS, 블로그 같은 플랫폼이 일상적으로 확장된 시대에, 아날로그 방식의 집필과 토론은 오히려 새로운 의미를 부여받고 있다. 특히 세대별로 보면, 청년층에겐 자신의 삶에 의미와 방향을 찾는 과정이고, 중장년에게는 인생 경험을 정리하거나 또 다른 출발점, 즉 ‘두 번째 인생’을 찾는 방식으로도 작용하고 있다.

최근 전국 도서관의 창작교육 사례를 보면, 참여자들의 만족도는 물론, 지역 커뮤니티를 연결하는 효과도 적지 않다. 서울 은평구립도서관, 부산 해운대도서관 등은 강좌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창작 동아리 결성과 지역출판물 발간, 주민 글쓰기 축제 등 실질적 네트워킹과 사회적 확장까지 시도하고 있다. 석수도서관도 작년 소설교실 참가자 중 3명이 글을 지역 문학잡지에 발표하는 경험을 가져 지역 문화계에 ‘숨은 씨앗’을 뿌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처럼 공공 공간에서 시작된 작은 경험이 개인 차원의 자아 성찰을 넘어서 지역 문화의 방향을 조금씩 바꿔내고 있다.

그럼에도 현실적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무엇보다 시민 창작 열기와 실질적 창작 결과, 그리고 지역 문화의 구조적 성장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란 결코 쉽지 않다. 교육과 모임이 단발로 끝나는 경우가 많고, 동아리나 발표회로 이어지는 과정도 지원이 미흡한 경우가 적지 않다. 문화 자원의 지역 편차, 예산과 강사 풀 부족 등 한국 도서관계의 오래된 고민이 여전히 적잖다. 그리고 빠른 디지털화 속에 ‘오프라인 글쓰기’가 얼마나 젊은 세대에게 매력적일지, 세분화된 수요를 담아낼 행정적 유연성도 숙제다.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안양 석수도서관이 이번 창작 교실을 계기로 지역 공동체 내 다양한 목소리와 경험을 수렴, 서로 연결하는 공공의 플랫폼으로서 입지를 다졌다는 점이다. 도서관이 더 이상 책을 빌리고 반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시민 모두가 크고 작은 창작자가 될 수 있는 곳, 나와 우리를 이야기하는 곳으로 변모하는 과정이 점점 가시화되고 있다. 소규모 창작 프로그램에서 시도된 실험들이 앞으로 교육, 출판, 지역문화 사업 전반에 걸쳐 새 패러다임을 제시할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볼 일이다.

더욱 주목해야 할 지점은 이 만남과 교류, 그리고 집필의 과정에 참여하는 누군가에게는 인생을 바꾸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글을 쓰는 일이 단순한 취미를 넘어 자신에 대한 성찰, 지역 사회로의 참여, 작은 목소리 간의 연대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는 ‘나도 이제 작가’라는 구호가 단지 수사에 머물지 않도록 더 다양한 뒷받침과 연계가 필요함을 거듭 생각해보게 된다.

— 이상우 ([email protected])

안양 석수도서관 창작교실, 일상의 문턱을 넘다”에 대한 5개의 생각

  • 도서관 역할 진짜 많이 달라진듯. 창작교실 꾸준히 한다면 지역문화 진짜 살아날 수도. 홍보, 결과물 전시도 같이 했으면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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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가?ㅋㅋㅋㅋㅋ 되는 건 쉬운데 그 다음이 문제임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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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참여 후 후기가 궁금하네요… 실질적 성과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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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서관에서 수필 쓰기…색다르네요! 글쓰기 좋아하시는 분들 많으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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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참여자는 진짜 좋아할듯!! 근데 그걸로 작가 된다고 하면 좀 ㅋㅋ. 프로그램 열심히 해도 결국은 자기만족 아닌가 싶음. 지역문화 발전에 도움이 되려면 꾸준한 연계 필요할듯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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