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유통 구조와 폐기의 그림자, 작은 출판사의 고통
반품된 책이 소리 소문 없이 폐기되는 출판계의 현실은 지난 수년간 업계 내부에서는 심각한 고민거리였으나, 그 실체는 사회적 공론장에 잘 드러나지 않았다. 수많은 창작자와 작은 출판사들이 오랜 시간 땀과 자본, 애정과 가능성을 쏟아 부은 책이, 서점 유통 과정에서 판매되지 않은 채 대량으로 ‘반품’이라는 명목 아래 창고로 되돌아온다. 최근 한 출판사 대표의 “공들여 키운 동물을 살처분하는 기분”이라는 고백은 이 폐기 구조의 잔인함과 인간적인 상실감을 집약하고 있다. 여러 작은 출판사들이 쏟아내는 비슷한 절규, 그리고 이미 시장의 체질이 되어버린 ‘반품-폐기’ 관행은 단순한 경제 논리를 넘어 우리 사회의 문화생태계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먼저, 한국에서의 출판유통 구조는 유통 업체와 대형 서점, 중간 배본망이 복잡하게 얽힌 속에서 창작자와 작은 출판사들이 구조적으로 취약한 위치에 놓여 있다. 출판사가 자비로 찍어내는 소량 초판 역시 대형 유통망에 실려 매대에 오를 때부터 ‘잔여 재고’와 ‘반품가능성’을 숙명처럼 안고 간다. 서점 매대는 늘 신간 경쟁으로 숨 가쁘게 돌아가며, 팔리지 않는 책에 대해선 반품권이 행사된다. 반품 과정에서 책은 다시 창고로 운송되는데, 이때 발생하는 물류비와 보관료, 관리비용이 출판사에 고스란히 부담된다. 재정이 열악한 작은 출판사는 반품된 책을 창고에 쌓아두는 것조차 경제적으로 감당하기 버겁고, 결과적으로 ‘전량 폐기’ 결정에 내몰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단적으로 말해, 책은 한 권 한 권이 창작자와 출판인이 수개월 혹은 수년 심혈을 기울인 결과물이고, 그것이 판촉이나 가시적 성과가 없단 이유로 하루아침에 ‘폐기물’로 전락하는 현실은 문화노동의 가치 훼손이다.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실질적으로 책 폐기는 다수 출판인에게 개인적인 좌절을 넘어 한국 출판생태계 전반의 심각한 소모적 악순환을 예고하고 있음을 실감한다.
국내 외 다수 사례와 자료를 분석할 때, 이 ‘반품-폐기’ 문제는 단순 마켓 실패의 산물이 아니라 구조적 시스템에서 비롯된다. 정부의 출판지원정책이 양적 팽창에 초점을 맞춰온 반면, ‘반품 방지책’, ‘재고 책의 공공 활용’, ‘폐기책 자원화’ 등 버려지는 책을 줄이고 순환시키는 노력은 미흡했다. 물론 책 소각 논란은 미국이나 일본 등 전 세계적 출판계에서 비슷하게 관찰되지만, 한국의 경우 중소출판사 의존도가 유독 높고, 창작자-유통-독자 간 연결 고리가 더 허약하다는 특징이 겹친다.
논의를 더 넓히면 출판업계가 디지털 전환 속에서 겪는 구조적 위기 역시 무관하지 않다. 코로나19 이후 전자책·오디오북 등 디지털 콘텐츠 시장이 증가했지만, 여전히 ‘종이책’ 중심의 유통-반품-폐기 구조가 업계 허리를 무겁게 누른다. 한편으로는 ‘남은 책을 도서관 기증/공공 배포/사회적기업 연계’ 방식으로 순환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꾸준히 나왔다. 도서관 등 공공기관이 신간 책이나 폐기 직전 책을 더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도록 법체계를 개선할 필요성도 지적된다.
해외 주요 출판국가들에서는 오히려 반품률을 제한하거나, 정부 주도 하에 재고 책을 교육기관, 복지시설, 해외 한인단체 등에 공급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일상화되어 있다. 일본에서는 지역 도서관과 연계해 중고책 순환시장이 발달했고, 북유럽 국가들은 생산부터 소비, 폐기까지 ‘순환 도서정책’을 지향한다. 한국의 경우에도 임시적 캠페인을 반복할 것이 아니라 국가적 차원의 인프라와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
책의 폐기는 결국 독자가 책을 직접 읽고, 손에 쥘 ‘경험’으로 이어지지 못한다는 점에서 여러 사회적 의미를 상기시킨다. 무엇보다, 작은 출판사나 독립서점이 지닌 ‘문화 다양성’ 유지 기능, 현장성, 창작 생태계의 다양성 보장 등은 단순 효율 논리로 환원할 수 없는 공공적 가치다. 문학과 예술, 인문학부터 사회과학까지 지금 우리가 소비하지 않는 책이 ‘불필요한 상품’으로만 남지 않게 하려면, 현장의 절박한 목소리를 듣고 제도적 반성, 실질적 실험들이 속히 이루어져야 한다.
각자의 자리에서 책이 가진 생명과 가치를 끝까지 존중하려는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더 나은 답을 찾기 위해, 불편하지만 반드시 직접 마주해야 할 우리 사회의 자화상이다.
— 이상우 ([email protected])

…아쉽네요.
그래서 또 세금으로 캠페인 한다고 돈만 쏟아붓겠지? 출판계도 진짜 답 없다 ㅋㅋ
정치 이슈만 난무한 기사들보다 이런 사회 현장이 훨씬 현실적이고 중요함ㅋㅋ 정말 책 버려지는 거 구조적으로 고쳐야 하지 않겠음? 문화는 그냥 혼자 생기는 거 아니라고…
진짜 이게 말이 됨??🤔 누가 고생해서 만든 건데 그냥 버린다고? 돈 안된다 싶으면 요즘은 뭐든 바로 폐기하는 세상~ 출판이 살아남겠냐구요🤦
출판 유통이 이렇게 엉망이었구나… 작은 출판사한테만 무거운 짐 넘기는 거 이제는 좀 바꿔야 할 때인듯; 정부든 뭐든 솔루션 내놔야 할 시기. 계속 방치만 하는 듯보여서 실망임.
…현장에서는 진짜 피눈물 흘리는 소리만 나와요. 이 구도 그대로 두면 앞으로 책 낼 사람도, 읽을 사람도 점점 줄겠죠. 폐기된 책 활용하는 방안, 지금 당장 시작해도 늦었다고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