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척의 장미와 양구의 곰취, 5월의 휴식에 물들다
겨울의 긴 숨을 거두고, 온 행성의 색이 짙어지는 5월. 강원특별자치도와 강원관광재단이 추천한 두 축제, 삼척 장미축제와 양구 곰취축제를 떠올리면 자연과 사람, 그리고 계절의 풍경이 오롯이 펼쳐진다. 도시의 일상에 물드는 하루, 봄을 따라 남쪽에서부터 번지는 색과 향이 강원도의 별미와 맞닿는 지금, 축제는 그리 멀지 않은 쉼표가 된다.
삼척 장미축제에서는 붉고 흰, 노란 빛깔로 넘실거리는 만 송이 장미가 시선을 가득 채운다. 정원 한복판을 거닐다보면 오래전 동화 속에 들어선 듯한 착각마저 든다. 삼척은 원래 푸른 바다로 유명한 해변이 먼저 떠오르곤 했지만, 이맘때에는 장미의 도시로 변신해, 가족과 연인, 친구와의 산책길에 들뜬 마음까지 풍경이 된다. 바람이 산뜻하게 불어오는 5월, 누군가에게는 익숙할, 또 누군가에게는 처음일 그 장미의 향을 직접 맡으며 보내는 시간은 그저 사진 속 기록이 아닌 오롯한 경험으로 남겨진다. 작은 벤치와 그늘에 드리워진 분홍빛 그늘, 그리고 축제장 곳곳에 퍼지는 아이들과 이방인의 웃음소리. 그 틈에서 지역 농산물을 활용한 디저트와 꽃차, 지역 농가가 나눈 먹거리들이 특별한 오후를 완성한다.
한편, 물 한 모금에도 청량함이 배어나오는 양구에서는 곰취축제가 막을 올린다. 산나물 특유의 풋풋함, 살아있는 흙내음, 푸르른 봄의 에너지가 함께하는 이 축제는 도심의 식탁에서는 느끼기 힘든 맛의 깊이를 전해준다. 양구 곰취는 맑고 졸깃한 식감, 톡 쏘는 향이 어우러져, 단순한 ‘산채비빔밥’ 한 그릇마저 잊을 수 없는 한 끼로 남긴다. 현장에서 구입할 수 있는 곰취 묶음, 정성으로 빚은 무침과 장아찌 등 풍성한 제철 음식이 테이블마다 가득하다. 식탁 앞에 앉으니 산골 바람, 푸른 하늘, 삶의 여유가 모락모락 올라오듯 체험되어 온다. 특히 지역 어르신들과 여행객이 한데 어우러져 곰취캐기 체험과 마을 시장을 누비는 풍경은 한 폭의 산수화처럼 정겹다.
두 축제 모두, 봄의 환기와 함께 지역의 이야기를 품는다. 화려함 대신 소박함을 안고, 잠시의 여유를 나누는 자리에 향토와 공동체, 그리고 삶이 녹아든다. 관광재단의 추천이 ‘어디에 가야 더 시간을 알차게 쓰나’ 정도의 안내에 그치는 게 아니라, 직접 현장에 닿아본 이들에게 강원도의 실체적 매력을 다시 느낄 기회가 되고 있다. 한편으론 지역경제의 선순환도 놓치지 않는다. 삼척과 양구 모두 축제가 열릴 때마다 지역 특산물, 숙박업소, 골목 가게까지 방문객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작은’ 축제가 ‘큰’ 힘을 만든다. 자치단체와 주민들의 정성 하나하나, 곰취 밭에서, 그리고 장미 정원에서 여유롭게 몸으로 느낄 수 있다.
강원은 여전히 바다와 산, 그리고 계절의 이야기가 공존하는 곳이다. 5월, 잠시 심호흡하듯 떠나고 싶다면 이 두 축제의 풍경에 나를 맡겨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바람이 건네는 장미향, 밭에서 갓 뜯은 곰취의 향긋함. 가볍게 느껴지는 여행의 걸음도, 마주하는 현지인의 인사 한마디와 음식 한 점에서 진심이 묻어난다. 축제의 잔상은 오래 남는다. 마음의 풍경이 달라진 순간, 우리는 여행을 만난 것이다.
하예린 ([email protected])

이런 지역축제 많아지면 지역 경제도 좋아지겠죠? 🌹👍 곰취는 건강에도 좋으니 강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