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분 잡채, 무너진 고정관념을 만나다 — 야노시호의 ‘편스토랑’ 한 끼가 단순 레시피를 넘어선 의미
한국 사회에서 ‘잡채’는 명절 상차림의 상징적인 메뉴다. 시간도 손도 많이 가고, 수십 가지 재료 준비와 정성이 기본값처럼 보인다. 하지만 KBS2 ‘신상출시 편스토랑’에서 야노시호가 선보인 단 10분 만에 완성되는 잡채에 장윤정이 감탄과 혼란(멘붕)을 동시에 표출했다는 이번 화의 주요 장면은,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온 한식 전통 요리에 대한 관점을 뒤집기에 충분했다.
야노시호는 요리와 거리가 멀다고 여겨져 왔지만, 미니멀 라이프와 건강 지향 라이프스타일을 대표하는 셀러브리티다. 그녀의 10분 잡채는 번거로움을 최소화한 혁신적 접근으로, 쫄깃한 당면 대신 곤약당면을 사용, 소량의 채소와 간단한 조리법으로 단 시간에 잡채의 정수를 잡아냈다. 평소 잡채는 번거로운 음식이라는 집단 인식에 정면으로 도전한 순간이었다.
이 장면은 단순한 예능 속 재미가 아니라, 변화하는 현대인의 식생활 패턴을 한눈에 보여준다. 빠르고 효율적인 소비, 그리고 간편함을 추구하는 현대인의 마음을 정확히 겨냥했다. 오늘날 MZ세대는 번거로운 가정식 보다는 밀키트나 퀵·스마트 조리 도구에 익숙해져 있다. 실제로 신선편의식품(완제품 미리 손질·포장), 프리미엄 밀키트 시장이 매해 두 자릿수 성장세를 기록하는 것도 이처럼 ‘번거로움 없는 푸드’에 대한 수요와 직결된다.
특히, 야노시호 레시피에 대한 장윤정의 놀라움엔 우리 모두가 공감할 만한 메시지가 숨어 있다. 전통이라고 여겨졌던 조리 방식과 소비 패턴이 사실상 ‘필수 불변의 법칙’이 아니라는 사실. 실생활에 바로 적용 가능한 심플 다이닝 스타일이 라이프 스타일과 결합되면서 ‘집밥=수고로움’ 공식 자체가 전복되는 시대, 방송이라는 플랫폼이 이 새로운 흐름을 대중적으로 각인시키고 있다.
그렇다고 전통음식의 가치가 사라진 건 아니다. 오히려 최소화되는 손질 과정, ‘속전속결’의 조리 방식이란 선택지가 더해졌을 뿐이다. 잡채 한 그릇에도 집밥의 온도, 건강함, 정성에 대한 가치는 각자의 방식으로 해석된다. 예능을 통해 대중이 확인한 것은, 세련된 조리법의 진화와 함께 소비자의 선택권 역시 넓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라이프스타일 시장에서는 이미 10분 완성 레시피, 초간단 식재료, 미니멀 가전이 유통채널별로 다양하게 쏟아지고 있다. 2026년 상반기 네이버 트렌드 분석 결과에 따르면, ‘10분’ ‘심플 요리’ 등 키워드는 연령 구분 없이 급부상 중이다. 국내 브랜드 한샘이나 테팔 또한 1인·2인가구 대상 주방 소형가전, 단일용 조리 패키지 라인업을 늘리며 소비 패턴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MZ·알파 세대는 ‘가장 빠른 집밥’이 ‘최선의 집밥’이라는 패러다임을 주도적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단순한 편의 추구가 아니라, 여러 역할을 동시에 수행해야 하는 현실을 반영한다. 일이 늘어나고 여가시간은 부족해지자 ‘실현 가능성’에 기반을 둔 레시피가 각광받는다. 집밥의 따뜻함과 건강함은 그대로 간직한 채, 번거로움을 최대한 덜어내는 것이 오늘 우리의 소비자가 바라는 요리의 미덕이 됐다.
다만 이런 초간편 요리에 대한 세대별, 문화별 온도차도 분명하다. 방송 시청자, 그리고 소셜 플랫폼의 주요 반응을 보면 ‘잡채다운 잡채는 그래도 직접 손질하고 볶아야 진짜’라는 의견도 강했다. 반면, 효율성을 중시하는 젊은 층에겐 충분히 매력적인 대안이 됐다. 전통을 고수하는 이와 새로운 방식을 추구하는 이들이 부딪치며 오늘날 ‘집밥’이란 키워드도 더 다층적으로 각인된다.
음식 한 그릇을 둘러싼 ‘디지털 시대 집밥’ 논쟁은 결국 소비자 심리의 변곡점을 잘 보여준다. ‘이게 잡채야?’라는 질문에 담긴 놀라움과 기대, 그리고 변화를 받아들이려는 열린 태도까지, 그것이 바로 요즘 시대 라이프스타일의 본질이다. 사라지는 전통보다 더 중요한 건, 시대의 흐름을 유연하게 받아들이는 우리의 순발력. 심플하면서도 만족스러운 한 끼가 주는 자유와 해방감이 바로 그 증거다.
명절 음식도, 가정식도 이제 더 이상 하나의 공식이 아니다. 선택권은 더 넓게, 기준은 내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오늘 잡채 한 그릇 앞에서, 우리는 또 한 번 일상의 디테일과 트렌드가 만나는 지점에 와 있다.
— 배소윤 ([email protected])

헐 진짜 10분? 나도 해봐야지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