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억원 완판된 남성복, 홈쇼핑의 새로운 심장으로 떠오르다

유리창 너머로 따스한 오후 햇살이 길게 스며들던 5월 초, 홈쇼핑 채널의 쇼윈도는 예상치 못한 열기로 가득 찼다. 올 상반기, 한 남성복 브랜드의 홈쇼핑 론칭 방송이 단 하루 만에 9억 원이라는 판매 실적을 기록했다는 소식은 유통업계에 신선한 충격으로 번졌다. 패션계와 홈쇼핑 업계 양측 모두에게 남성복의 ‘완판 신화’는 단순한 실적을 넘어 새로운 생명력의 징후처럼 느껴졌다.

최근 몇 년간 홈쇼핑 업계는 수익성이 예전 같지 않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를 내왔다. 뷰티, 건강기능식품, 생활가전 등 스테디셀러 조차 점점 수익 압박을 받는 상황. 코로나19 이후 소비자들의 구입 경로와 라이프스타일의 변화, 그리고 OTT·라이브커머스 등 디지털 채널의 부상은 TV 홈쇼핑을 오래된 무대로 만들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에서도 패션, 특히 남성복이 뜻밖의 강세를 보이다니 흥미로운 역설이다.

브라운관 속 빠르게 바뀌는 모델의 스타일, 살아있는 스튜디오 위 어색하지 않은 자연스러운 포즈, 조금은 너그러운 표정의 진행자가 조근조근 설명하는 원단, 마감, 디테일… 화면 너머 소비자들은 창문 너머 세상과의 연결고리를 새롭게 발견하기 시작했다. 홈쇼핑은 더 이상 어머니 세대의 ‘충동구매 쇼’가 아니라, 온라인 큐레이션과 방송 사이를 오가는 복합적 일상의 한 축이 되어 있는 듯하다.

최근 보도된 홈쇼핑 패션 ‘완판’ 사례는 단순히 판매 신기록에 머물지 않는다. 실제로 유통업 전반에서 남성 소비자를 겨냥한 다양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고, 그 결과 홈쇼핑 업계에서도 남성복 비중이 점차 늘고 있다. 남성복의 불모지로 여겨졌던 홈쇼핑 화면에 아우터, 재킷, 팬츠, 비즈니스 룩까지 자연스레 녹아들고, 트렌디한 2030 남성을 겨냥한 라인업이나 미니멀하고 세련된 디자인들이 잇따라 등장한다. 한 번의 성공이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기를 바라는 사측과 브랜드의 바람, 그리고 ‘이제 남자들도 TV로 옷 산다’는 소비자 심리의 변화가 맞물리는 순간, 공간은 예상했던 것보다 한결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남성 패션의 홈쇼핑 진출을 놓고 평가는 엇갈릴 수 있지만, 이는 분명 우리 사회 라이프스타일의 한 켠이 새로이 열리고 있다는 증좌다. 오랜 세월 홈쇼핑을 특징짓던 여성 고객층 중심의 마케팅 전략, 그리고 ‘클래식 여성복’ ‘중년층’ ‘가정용 잡화’ 등에 집중된 상품 구성 틀을 깨는 움직임이 생겨난 것. 경험 기반의 구매가 이뤄지기 어려운 남성복 시장에서, 방송을 통한 구체적 설명과 생활 속 스타일링 팁, 실시간 상담 등은 홈쇼핑만이 줄 수 있는 차별적 경험이다.

남성 의류를 홈쇼핑에서 구입한 40대 직장인 이모 씨는 “갖고 있던 습관을 바꾸는 것이 쉽지는 않았지만, 실제 화면에서 입은 모습과 소재 설명, 전문가의 조언을 들으며 생각보다 신뢰가 생겼다”고 말했다. 현대 백화점, 롯데홈쇼핑, GS샵 등 주요 채널들도 2026년 상반기 들어 남성복 카테고리의 편성 비중을 2배 이상 늘렸고, 동시 런칭되는 콜라보 브랜드도 늘었다.

남성복의 홈쇼핑 대성공, 그 배경엔 세밀한 기획과 소비자 인식 변화가 함께 한다. 유명한 캐주얼 브랜드, 기능성 고급 브랜드, 그리고 패션계 신진 디자이너들의 ‘TV 데뷔’가 이어지고 있다. 각 브랜드는 남성 고객에 대한 새로운 해석, 라이프스타일별 세밀한 타깃팅에 공을 들인다. 요즘 홈쇼핑은 분위기가 다르다. 덜 과장되고, 덜 자극적이며, 대신 제품의 질과 브랜드 스토리를 진득하게 파고든다. 낮은 가격이나 한정 물량을 앞세우던 예전과 달리, ‘경험’과 ‘공감’ ‘나만의 발견’이 핵심 메시지로 자리를 잡는 모양새다.

9억 원 완판의 기저에는 ‘비대면 소비’라는 현대인의 생활구조와, 패션과 일상의 조화에 대한 적극적인 실험정신이 깔려 있다. 이틀 밤을 건너 제품이 도착하면, 화면에서 보던 질감과 컬러, 디테일을 손끝으로 느끼면서 TV와 나, 그리고 나의 공간까지 어우러지는 묘한 일체감이 찾아온다. 무심한 듯한 남성복 특유의 여유로운 분위기, 데일리 룩과 재택근무 서재에 놓인 먼지 한 점, 그래도 새 옷을 입는 기쁨이 과하지 않게 번져간다.

동시에 홈쇼핑 시장은 수익성 악화라는 구조적 난제를 여전히 마주하고 있다. 적은 마진, 치열한 가격경쟁, 브랜드의 입점 수수료 부담까지. 패션의 신화적 완판 뒤편에는 쉽지 않은 사정이 그림자처럼 달라붙는다. 하지만 홈쇼핑 채널들이 미래의 ‘보루’로 삼은 패션 사업, 특히 남성복은 아직 더 많은 실험과 진화를 예고한다. 단순한 ‘판매’가 아니라, 소비자와 교감하고 브랜드 가치를 재해석하는 새로운 무대가 열리고 있다.

홈쇼핑 속 남성복의 완판 신화는 단 한 번의 반짝임에 그치지 않을까. 얼핏 스쳐가는 화면 너머, 무엇을 입고, 어떻게 살아갈지 스스로 질문하고 싶은 요즘이다.

— 하예린 ([email protected])

9억원 완판된 남성복, 홈쇼핑의 새로운 심장으로 떠오르다”에 대한 11개의 생각

  • 9억이나 팔릴 줄은ㅋㅋ 홈쇼핑 신기하네;;

    댓글달기
  • 하루만에 9억?? 와 이정도면 패션계 흔드는거 아니냐🤔

    댓글달기
  • ㅋㅋ오 이게 남자옷이 이렇게 팔린다고?? 요즘 도통 모르겠네😂😂

    댓글달기
  • 홈쇼핑도 변화해야 살아남는 시대죠. 완판이 다는 아니지만, 남성복 성공은 고무적임👏

    댓글달기
  • 저는 아직 홈쇼핑을 통한 남성복 구매에 익숙하지 않지만, 이러한 변화는 시대적 흐름인 것 같습니다. 남성 고객을 위한 큐레이션과 설명이 더 강화된다면 앞으로 더 큰 변화가 있을 거라 생각해요.

    댓글달기
  • 이러다 아빠들이 홈쇼핑 덕후 되겠네🤔 다음엔 내복 아니고 셋업 하나만 더 부탁해요 ㅋㅋ

    댓글달기
  • tiger_cupiditate

    홈쇼핑의 다음 무대는 결국 남성복, 이젠 중년뿐 아니라 2030까지 겨냥하니 한번쯤은 시도해볼 듯. 다만 완판이 트렌드라는 착시가 되진 않을지 지켜봐야죠.

    댓글달기
  • 홈쇼핑 패션이 단순히 방송용 특가만을 내세우지 않고, 브랜드 스토리나 제품 설명에 집중하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앞으로 남성들의 홈쇼핑 이용이 일반화될지 관심갖고 지켜보겠습니다.

    댓글달기
  • 수익성 문제는 여전할 텐데!! 잠깐 완판으로 휘청거리는 거 말고 시스템 자체 개혁이 필요함. 홈쇼핑 흥행이 트렌드 옷 몇 개로 해결될 일인가?

    댓글달기
  • 요즘 남성 소비 트렌드 정말 빠르네요… 옷도 홈쇼핑으로 바뀌니 문화가 바뀌는 기분입니다.

    댓글달기
  • 아빠옷도 이제 홈쇼핑이 대세 ㅋㅋ 시대 많이 변했네

    댓글달기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