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 억울한 옥살이, 지금이라도 바로잡아야 할 고문수사 시대의 그림자

수갑에 묶인 양손, 굳게 닫힌 면회실 유리창 너머 아들의 눈망울. 21년 동안 한 남자는 그 가장 아름다운 젊음의 한복판을 차가운 감방과 억울함 속에 썩혔다. 고문으로 조작된 자백, 그렇게 누군가는 죄인이 됐고, 누군가의 삶은 정지됐다. 결국 이 고문수사를 주도한 경찰관들이 2026년 오늘, 법정에 서게 됐다.

이 끔찍한 사법사고의 시작은 2005년 한 평범한 밤이었다. 당시 김철민 씨(가명)는 자신이 저지르지 않은 강력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됐다. 경찰 조사실. 그는 눈 가리고 귀 막힌 채 도려내는 통증에 시달렸다. 온갖 방식의 구타와 언어폭력이 이어지던 사이, 김 씨는 끝내 허위자백을 진술서에 남겼다. 이후 재판부는 자백을 증거로 삼아 실형을 선고했다. 이 과정에서 변호인의 조력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국가권력의 무게는 작은 시민을 송두리째 짓눌렀다.

기억 저편에 묻힐 뻔했던 이 사건은 21년 만에 새롭게 재조명되기 시작했다.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와 시민단체의 반복된 진정 끝에, 재심이 열렸고 진실의 서막이 다시 올랐다. 구치소에서 자주 쓰러지는 김 씨의 어머니와 지칠 줄 모르는 가족들의 면회노트. 사회적 약자가 국가폭력 앞에 어떤 감정의 밑바닥을 경험해야 했는지, 그 흔적은 고스란히 남아있다.

이번 판결의 의미는 단순한 처벌 그 이상이다. 우리는 왜, 어떻게 무고한 시민이 범죄자로 둔갑하고 그 청춘이 사라질 수밖에 없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당시 경찰들은 실적을 높이기 위해, 때로는 과도한 책임감 속에서 법을 벗어난 수사기법을 쓰곤 했다. 온갖 인권침해, 피의자 방어권이 철저히 무시된 상황이 일상이었다. 하지만 그 시대의 관행이었다는 핑계로 면죄부를 줄 수는 없다. 엄마가 매일 손편지를 남겨 아이에게 전달되지 않는 답장을 기다리고, 동생은 청년이 아닌 아저씨가 되어 재회하는 평행선 위의 가족들. 그들의 세월은 되돌릴 수 없다.

비슷한 고문수사 피해 사례는 드문 일이 아니었다. 1980~2000년대 전국 법조계에는 수많은 이의 부당한 옥살이와 고문 자백이 바로잡혀왔다. 그러나 매번 피해자는 점점 더 고령이 되어 목소리가 잦아들었다. 진실이 밝혀지는 데 걸리는 시간의 무게, 처벌 대상이 된 공권력 내부의 오랜 묵인관행이 다시 우리 사회의 ‘책임’과 ‘변화’의 무게를 묻는다. 21년간 ‘나는 범죄자가 아니다’라고 되뇌인 김 씨의 마음이 자주 뒤척인 밤, 오늘 이 판결이 던지는 메시지는 크다.

쉽게 분노하고 흥분할 수 있는 사회일수록 사건의 이면에 숨어있는 개인의 서사를 읽어야 한다. 한 인간의 시간이 그토록 잔인하게 지워진 이후, 법과 정의가 도달해야 할 마지막 선은 ‘진실’ 그 자체다. 경찰관 개인의 일탈을 넘어, 당시 대한민국의 수사관행, 인권의식, 사법계의 책임론 모두가 해부되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누구도 두 번 같은 아픔을 겪지 않게, 경찰에 대한 실질적 감시, 고문피해자 지원대책, 인권교육 강화는 더는 미룰 수 없는 혁신이 되어야 한다. 피해자와 가족에게는 국가가 진심으로 사과하고, 실질적 명예회복과 보상을 강구해야 한다.

이제 사법제도는 잘못된 과거를 바로잡는 데 한 번 더 용기를 내야 한다. 오늘 우리가 이 기사 앞에서 분노와 슬픔, 그리고 부끄러움을 함께 느낀다면, 아주 조금은 나아지는 내일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 김민재 ([email protected])

21년 억울한 옥살이, 지금이라도 바로잡아야 할 고문수사 시대의 그림자”에 대한 4개의 생각

  • 진짜 무섭다… 사람 인생 망치는 거 한순간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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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래서 누가 책임지나? 또 흐지부지 넘어가겠지. 진짜 짜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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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솔직히 이런 일이 아직도 밝혀진다는 사실이 부끄럽습니다. 국민 한 명의 삶이 망가질 때, 국가는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 진지하게 논의해야 합니다. 경찰 개혁, 내부 감시 제대로 하는 국가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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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olf_everybody

    와… 나라가 할 짓을 해야지. 고문수사가 흔한 나라가 선진국일 수 있냐? 경찰이랑 검찰 제대로 반성해야지, 반성문 말고 실질적 변화 보여주라고. 이런 사건 들춰야 겨우 움직이는 꼴 뭐냐. 씁쓸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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