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대 규모’ 북한 축구 선수단, 일본 아시안게임 현장에 도착…전술 변화와 국제 무대 전략의 신호탄
9월 12일 저녁, 일본 하네다 공항에 모인 북한 축구 선수단의 인원이 역대 최대 규모인 180명에 달한다는 소식은 단순한 선수 출전 통계 이상의 함의를 던진다. 2026 항저우 아시안게임(26th Asian Games in Hangzhou)을 앞두고, 북한은 자국 내 최정예 선수층과 연령별 대표, 지원 스태프 및 전술분석 인력까지 총동원하는 결정적인 ‘전력 집중’을 택했다. 2010년대 중반 이후 국제 축구무대에서 북한이 다시금 존재감을 키우기 위한 본격적인 ‘압박 전술’의 시작점이라 볼 수 있다.
최근 몇 년간 북한 축구는 내부 리그의 구조와 대표팀의 운용 방식에 변화를 주며 전술적 다변화에 공을 들여왔다. 특히 2023년 이후 공수 밸런스 재정립, 남북 교류 단절 이후 독자적인 데이터 분석, 그리고 국제 대회 출전에 앞서 시행하는 전술 대결 실험 등이 표면적으로 드러난다. 이번 대규모 파견은 이런 실험 결과와 맞닿아 있으며, 선수 선발 과정에서 스피드와 피지컬 중심의 세대교체가 이루어진 점도 시사적이다. 실제로 현장 취재에 나선 일본 현지 언론도 북한 선수단의 명단 변화를 집중적으로 조명하며, 기존 방어적 4-5-1이나 5-3-2 중심 전형 외에 중앙 미드필더 투입 강화, 측면 스프린터와 스트라이커 롤의 변화가 예견된다고 분석한다.
전술적 측면에서는 북한이 꾸준히 활용한 ‘집단 압박’과 ‘하프라인 이후의 초밀집 디펜스’가 이번 대회에서도 이어질지 주목되는 가운데, 최근 내부 평가전 영상자료 분석에 의하면 짧은 패스 플레이와 수비라인 컨트롤, 그리고 주력 선수의 유기적 포지션 이동 등 현대 축구의 유럽식 트렌드를 흡수하려는 시도가 엿보인다. 예를 들어, 2025년 8월 기준 평양체육클럽 소속 윙어 김영철(22)이 약 10경기 평균 활동량 11km 이상을 보이며, 페이크 러닝 뒤 빈 공간 침투 움직임을 반복했다는 점은 공격 전개 빠르기에 주력하는 시대적 흐름을 반영한다. 반면, 기존 주포였던 리광혁(29)이 교체로 활용되는 등 세대교체 신호도 분명하다.
북한 선수단이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제 무대에 실질적으로 ‘복귀’하는 첫 메이저 대회라는 점이다. 남북 스포츠 교류가 사그러들면서 각 팀의 데이터 공유와 경기 감각 유지가 어려워진 사이, 북한은 자체 분석팀 강화를 통해 일본, 중국 등 동아시아 경쟁국의 플레이 패턴 연구에 집중했다. 2026년 아시안게임 팀 엔트리에는 각 연령 대표팀(23세 이하 + 와일드카드) 외에도, 포지션별 백업 자원 확보를 위한 서브 리스트가 대거 포함된 것이 확인됐다. 이는 선수 혹은 스태프 결원에 따른 즉각적 대응력을 키우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경쟁 구도에서 북한은 한국, 일본, 중국 등 ‘동아시아 트로이카’와 직접 맞붙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최근 3년간 K리그, J리그, CSL 등 동아시아 리그 내 이적생 흐름과 선수 스카우팅 데이터, 첨단 분석법의 도입이 빠르게 진행되는 와중 북한은 비밀리에 해외 전지훈련과 모의 평가전을 치르며, 전술 발전에 꾸준히 힘써왔다. 소위 ‘그림자 스카우트’로 알려진 북한 내 분석가는, 상대팀 공격 전개 패턴 분석에서 실시간 데이터 피드백으로 경기 중 전술 변화를 예고했다.
이번 현장 파견 선수단 대규모화가 갖는 상징성은 명확하다. 순수한 전략 차원에서만 본다면, 일본이 개최지라는 점과 주변국들과의 관계 복원 의지도 엿보이나, 내부적으로는 차세대 대표팀 육성·전술 다각화·경쟁 상대 분석 등 3연동 전략의 총집약체다. 선수 한 명, 포지션 하나에도 시나리오별 대비책을 준비할 만큼 전술적 유연성을 강화한 것이다. 국제사회에서는 북한이 외교적으로 고립된 상황에서도, 스포츠를 통한 담대한 외연 확장 움직임의 일환이라 해석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
기술적으로도 북한 선수단은 피지컬 기반, 강한 압박과 조직력을 바탕에 두면서 2:1 패턴 플레이나 중거리 슈팅 시도 등 유럽 하위리그의 생존형 전술을 도입하고 있다. 실제로 2024년 AFC U-23 아시안컵에서 북한은 2-3-5 전개로 공간 벌리기와 짧은 패스+롱볼 변주를 섞는 클린스만식 실험을 일부 차용한 바 있다. 이처럼 전통적인 막강 압박형 수비에서, 현대식 공격 전환 모델까지 겸비한 전술적 변주가 2026년 일본에서 어떤 성과로 나타날지 주목된다.
북한 축구의 핵심은 늘 폐쇄적 시스템 속에서 최대의 효율을 뽑아내려는 데 있다. 이번 선수단 파견은 수적 우위 이상의 전술 자산 축적, 그리고 향후 남북한·동아시아 축구 판세 변화에 직·간접적 영향을 줄 가능성을 내포한다. 국제 축구계는 이번 대회를 북한 축구의 전략 변화, 조직적 적응력, 기술적 성장의 리트머스 시험지로 해석한다. 아시안게임이 월드컵, 올림픽 못지않은 전술 담금질 무대로 받아들여지는 현재, 스포츠 외교와 전략의 합이 집중 조명되고 있다. 북한의 선택이 동아시아 축구 판도에 새 흐름을 만들 수 있을지, 지켜볼 만하다.
— 김태영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