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기고] 기후위기, 선언 넘어 실천적 시스템 전환으로

최근 몇 년간 집중호우, 기록적인 폭염, 한파와 지속적인 대기질 악화 등 기후변화의 현실은 우리 일상 깊숙이 스며들었다. 단순한 일상의 불편을 넘어 농어촌 생계, 도시 인프라, 아동과 노약자의 건강 등 사회 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기후위기는 오랜 시간 경고되어왔으나, 선언적 구호와 일회성 실천이 중심이었던 대응방식이 한계에 부딪힌 상황이다. 세계 각국이 2020년대 들어 감축 목표를 상향하고, 특히 EU와 북미 주요국이 온실가스 감축과 탄소중립에 사활을 건 정책 경쟁을 벌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내 상황 역시 다르지 않다. 전문가 조사와 각국 사례를 종합하면 선언 수준을 넘어서는 ‘실질적 시스템 전환’의 필요성이 뚜렷하다. 2026년 현재 UN 및 주요 기구의 경고처럼, 사회 각 분야별로 구조 변화 없이는 기후 충격을 줄일 수 없음을 방증한다.

현장의 목소리는 뚜렷하다. 농업 분야의 한 농민은 “기상재해 보험도 이제는 범위 밖 상황이 너무 잦아져 버티기 어렵다”고 토로한다. 도시 개발부 소속 공무원은 “매년 보강, 복구 공사를 반복하지만 근본 해결이 안 된다”고, 서울 시내 초등학교 교사는 “폭염 대비 수업이나 야외활동 통제가 잦아져 아이들이 정상적인 학습환경을 누리기 힘들다”라고 말한다. 결국 사회적 약자, 청소년, 지역 공동체 등 다양한 현장에서 표출되는 어려움이 기후위기 대응체계의 실질적 전환을 촉구한다.

‘실천적 시스템 전환’은 산업 정책, 복지, 교육, 경제 전반을 총체적으로 바꿔낸다는 뜻이다. 간단히 전기차 인프라를 확장하거나 빌딩 온도 규제를 강화하는 수준이 아니라, 각 부처와 지방정부, 기업, 민간이 유기적으로 목표 설정과 이행 방식에 참여하며, 의사결정과정에 일반 시민과 이해관계자를 직접적으로 개입시키는 방안이 요구된다. 탄소중립위원회를 통한 시민참여, 지역에너지전환협의체, 사회적 배려 계층 지원 정책 등 다층적인 구조 변화가 논의된다. 정책 설계에는 현장의 사례와 전문가 자문, 이해관계 조정 그리고 교육·복지 분야의 체계적 지원이 핵심 역할을 수행한다.

다른 나라의 경험은 시사점을 제공한다. 캐나다는 시민·지자체·산업별 탄소예산을 법제화해 실천을 제도화했다. 독일은 도시 교통·난방 취약계층에 대한 집중 지원과 동시에 에너지 구조 전환을 장려하며, 교육·돌봄 영역에서도 기후적응력을 키우는 교육과 돌봄제도를 병행한다. 특히 최근 영국은 전국 초등·중등교육에서 ‘생태시민교육’ 의무화를 도입, 청소년의 주체적 실천 역량을 정책의 핵심으로 삼았다. 국내에서도 금년 8월부터 교육부 산하 각급 학교에서 기후위기 대응 교육이 확대 시행 중이나, 학교 현장은 교사 인력과 예산, 지역 격차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다. 현실적 지원과 현장 맞춤형 정책 설계가 이뤄져야만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기후위기를 둘러싼 사회적 논의에서 자주 등장하는 딜레마는 ‘경제와 환경의 상충’ 문제다. 대기업 중심의 산업구조에서 친환경 전환이 기업 경쟁력에 부담을 줄 것이라는 우려, 그리고 일자리 감소에 대한 불안감 또한 존재한다. 하지만 실제 주요 국가에서는 오히려 재생에너지·탄소저감 신산업이 새로운 일자리와 시장을 창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KDI와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의 분석 역시 “장기적으론 사회적 비용 절감, 신성장동력 창출, 양질의 일자리 확대 효과가 뚜렷하다”고 설명한다. 다만 전환 과정에서 나타나는 빈곤층·취약계층의 부담을 공공정책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완화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보편적 교육과 보건, 실질적 복지 안전망, 지역 균형 발전의 연계를 통해 사회 구성원 모두가 변화의 혜택을 체감해야만 저항과 혼란이 줄어든다.

국민적 인식 개선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응답자의 80%가 ‘기후위기가 실제 생활에 영향’에 동의하는 반면, 여전히 ‘실질적 변화에는 소극적’이라는 자각도 크다. 이는 ‘실천의 피로감’과 ‘정책 신뢰 부족’이 결합된 결과로 볼 수 있다. 현장 사례에서는, 기후위기 극복활동에 참여했던 한 마을 공동체 주민이 “정부·지자체 차원의 구체적 지원 없이 각자 도생으로는 한계가 많다”고 호소했다. 선언적 의지와 실제 지원정책, 시민 체감 간에 간극을 좁히려면 현장의 목소리와 실질적 경험이 정책 설계의 우선순위에 놓여야 한다.

기후위기 대응은 개별 영역의 개선에서 머물지 않는다. 실제로 사회 전체 시스템의 전환이 이뤄져야만 지속 가능한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 이는 에너지와 산업의 효율성을 높이고, 교육·복지의 안전망을 강화하며, 취약계층보호와 사회적 약자 지원에 더 두터운 정책을 제공하는 일이다. 다양한 사회 구성원이 참여하는 ‘시민 공개토론회’, ‘지역혁신 프로젝트’ 등 새로운 논의 체계가 활발해지는 것도 긍정적인 신호다. 최종적으로 기후위기 대응 체계의 성패는 선언이 아니라, 모두가 체감할 수 있는 실천과 구조 변화에서 판가름날 것이다.

한 사회복지사는 “기후위기 시대엔 돌봄, 안전, 주거환경 등 모든 복지가 기후현실을 반영해야만 한다”고 지적한다. 교육 현장 또한, 한 교사의 말처럼 “교과과정 전체가 기후위기 적응‧대응 역량을 키우도록 체질 개선 돼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다. 기자 역시 취재 현장에서 이러한 목소리를 반복적으로 마주한다. 실천적 시스템 전환은 선택이 아닌 필수임을, 현장 곳곳의 사례와 목소리, 그리고 선진 국가 정책이 시사하고 있다. 미래세대 손에 남겨질 문제를 미뤄두지 않기 위해, 우리는 지금 실질적 전환과 사회적 연대, 책임 있는 정책 이행을 요구하고 있다.

— 최현서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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