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연준 금리 동결 시 무역강경 카드 시사…글로벌 금융시장 긴장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14일(현지시간)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이하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가 지체될 경우 특정 국가들과의 무역 중단까지 시사하며 강도 높은 발언을 이어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근 연준의 기준금리 정책에 대해 반복적으로 압력을 행사해왔으며, 이번에는 구체적으로 “연준이 금리를 인하하지 않으면 몇몇 나라와의 무역을 중단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미국 대선을 불과 두 달 앞두고 터진 강경 메시지에 글로벌 금융시장과 무역 파트너국들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미국 연준은 2025년 이후 기준금리를 5.25~5.50%로 동결한 상황이다. 지난 12개월 동안 미 10년 국채금리는 4.28%에서 4.39%로 소폭 상승했으며, 미국 소매판매와 비농업 고용지표도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2026년 9월 기준,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CPI)은 2.8%로 소폭 둔화됐으나, 여전히 연준의 목표치(2.0%)를 상회한다. 시장 참여자들은 연내 금리인하 가능성을 25%대로 낮게 본다(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 미 달러화는 지난 분기 대비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2.7% 절상되면서, 통화강세 효과로 신흥국 시장에서 자금 유출 현상도 감지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연준의 통화정책과 직접적으로 무역정책을 연결 지어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다. 2017~2020년 집권 시절에도 그는 연준과 파월 의장에게 반복적으로 저금리·양적완화를 압박했고, 대중국 관세 및 프랑스·독일 등 주요 교역 대상국에도 융단폭격성 관세 전략을 구사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발언은 각국 중앙은행의 독립성 논란과 맞물려 논쟁적이다. 연준은 연방정부로부터의 독립성이 제도적으로 보장된 미국 경제 시스템의 핵심 축임에도 불구하고, 정치권 입장에서의 직접적 압력이 또다시 부상하는 구조다.
시장과 기업들은 트럼프 리스크를 재차 점검하는 모습이다. 주요 IB들은 트럼프의 무역위협이 현실화될 경우, G2(미·중) 간 무역전쟁 재점화와 글로벌 공급망 충격, 이에 따른 원자재·부품 가격 변동성 증가 가능성을 우려한다. 2024~2026년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는 3250억달러를 넘기며, 대유럽·동아시아 대상 흑자 역시 점차 축소되고 있다(미 상무부, 2026년 2분기 통계). 미국 내 대표 글로벌 기업인 애플, 퀄컴, 테슬라 등은 부품 소재 다변화와 공급망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고 있으며, 대한항공 등 주요 해외 항공·화물 물류사도 미-아시아 노선 전략에 재조정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다.
동시에 세계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 역시 미국 대선 전후 불확실성에 대응하는 리스크 시나리오를 구체화한다. 한국은행, 일본은행 등은 2025년 하반기 이후 미국발 환율·금리 변동성에 대비한 외환시장 개입 및 금리정책 완충장치 준비에 착수했다. 유럽중앙은행(ECB) 역시 최근 연준과의 조율 필요성을 강조하며, 대서양 양안 통화정책의 동조화 여부를 주목한다. 글로벌 투자은행(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HSBC 등)은 한국, 동남아 등 신흥시장 자산군에 대한 리스크 프리미엄 확대를 권고하는 등 투자전략 수정 시그널을 내고 있다.
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의 무역정책은 미 제조업 보호와 해외 일자리 유턴을 기반으로 한다. 트럼프 캠프는 그간 미국 내 법인세 인하, 대형 인프라 투자·친제조업 정책 추진 등으로 경기부양 효과를 일부 거뒀으나, 글로벌 공급망 교란과 역외 인플레이션 전가, 주요국과의 동맹 균열 등 부작용도 적지 않았다. 지난 10년간 미중 무역전쟁 시기 미국의 제조업 고용 증가율은 월평균 0.12%로, 전통 제조업 중심 주(위스콘신, 미시간 등)에 한정적으로 긍정 효과를 미쳤으나, IT·서비스 분야 및 소비재 가격 급등 등의 후유증이 동반됐다. 삼성전자, 현대차, 대만 TSMC 등 아시아 주요 기업들도 미국 내 생산 거점 확장과 현지화 대응 전략을 복합적으로 전개해 왔다.
현재 트럼프 전 대통령의 영향력이 금융·무역시장에 미치는 단기불안은 여러 지표에서 확인된다. 글로벌 MSCI 선진국지수는 6월 이후 3.5% 하락했으며, 미국 제조업 PMI 지수(2026년 8월)는 51.2로 경기확장 국면을 유지 중이지만 공급 측면 불안이 지표에 반영되고 있다. 국내 증시 역시 원·달러 환율 1,454원대, KOSPI 2,440선에 머무르며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한국거래소 데이터 기준). 일본 엔화, 유로화 등 안전자산 쏠림 현상도 심화 추세다.
향후 연준 금리 및 미국 무역정책은 전세계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의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미국 소비와 고용의 탄탄함, 하지만 인플레이션 우려 지속, 그리고 대선 이후 등장할 정책 불확실성이 복합적으로 맞물린다. 각국과 국내 기업, 투자자들은 연준의 금리 결정과 미국 대외정책에 따른 유동성·무역 리스크 관리가 요구된다.
— 박서영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