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주대 가구리빙디자인학과, 파리 디자인 위크서 한국 디자인의 ‘경계 허물기’ 실험

국립공주대학교 가구리빙디자인학과 학생들이 ‘파리 디자인 위크’에서 ‘Living Layer’ 전시회를 진행했다. 이 전시는 미래 가구의 다층적 의미와 교차적 삶의 현장을 조망한다는 점에서, 국내 디자인 교육의 현 주소와 국제적 창의성 교류의 신호탄으로 읽힌다. 산업디자인이 단순히 기능의 혁신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삶’이라는 테마를 충만하게 담아낼 수 있음을 학생들 실습작에서 확인할 수 있다.

‘Living Layer’라는 주제 아래 학생들은 우리가 쉽게 지나치는 ‘소통의 벽’, ‘경계의 쓸모’, ‘함께 사는 층위’라는 키워드를 치밀하게 시각화했다. 공간의 역할이 진화하고 있음을 실증적으로 드러내는 작품들이었다. 특히 타 학과와 달리, 건축과 산업디자인·예술 사이에서 구분 짓기보다는 중첩과 해체의 흐름을 강조한 점이 눈에 띈다. 이는 가구가 단일 품목(product)에 머물지 않고, 사회적 맥락(context)에서 작동하는 하나의 ‘실천체계’로 작동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 닿아있다.

학생팀이 선보인 다양한 가구들은 공간의 활용도를 극대화하면서, 생활자의 역할을 주체적으로 조정할 수 있게 유도했다. 예를 들어 격벽이자 진열대인 모듈형 책장, 휴식과 작업이 다층으로 이루어지는 가변 소파 등이 있다. ‘동시대의 불확실성’을 공감각적으로 해석하려는 시도에서, 동선의 자유로움과 규칙의 탈피라는 메시지가 자연스럽게 읽힌다.

파리 디자인 위크는 글로벌 신진 디자이너와 학교, 브랜드가 횡단적으로 경합하는 장이다. 이번 ‘Living Layer’ 전시는 유럽식 미니멀리즘의 선형적 강박에서 벗어나 ‘관계와 전환’을 축으로 삼는 동아시아식 접근의 가능성을 입증한다. 동시에 ‘K-디자인’이라고 뭉뚱그리는 방식이 얼마나 복합적인 지형을 내포하는지도 보여준다. 학생들의 작품은 소재의 다양성, 움직임의 유연성, 그리고 사고의 경직성 타파라는 세 축을 날카롭게 예시했다.

국내 디자인계에서는 여전히 ‘컨셉츄얼 실험’에 대한 저평가가 있다. 그러나 유럽 현장에서는 젊은 디자이너들의 라디컬한 시도야말로, 새로운 소비 문화와 공간 사용 방향을 제시하는 아이디어 뱅크로 환영받는다. 특히 이번 전시는 기존의 소비자-제조자 구도에서 벗어나, 사용자 자신이 변화를 이끄는 주체로 자리하게끔 유도한다. 이는 현대 디자인 교육의 핵심이 개별 작품의 완성도가 아니라, ‘배움의 과정 자체가 사회에 어떤 물결을 던지는가’에 있다는 점을 일깨운다.

한국의 학부생들이 글로벌 트렌드와 맞닿으며 받아들인 자유, 그리고 스스로의 맥락 안에서 재해석한 결과물이 해외 무대에서 어떻게 추인되는가—이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국내 예술교육의 ‘국제화’ 논의에서 본질적으로 중대한 실험이다. 협업과 빠른 반복을 통한 창의적 해답, 일상성의 재구성, 그리고 감정과 산업의 매개로서 가구를 바라보는 시선은 분명 소수자적이었지만, 새로운 길을 제시한다.

동시에, 해당 성과는 교육계 자화자찬만으로 그쳐선 안 된다. 국내 공간정책, 대중문화에서 ‘젊은 실험’이 어떻게 소비되는가를 두고 이어질 논쟁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학생들은 작품 발표와 피드백이라는 짧은 과정에 머무르지 않고, 한국과 유럽의 생활·주거 문화를 연결하는 ‘리빙 레이어’ 실시간 실험자로 참전했다. 서울에서 공주, 그리고 파리로 이어진 ‘실천’의 무게를 좀 더 두껍게 기록해야 한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가구와 공간의 의미가 ‘개인의 확장’인가, ‘공공의 연대’인가를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학생들이 제기한 동시성, 겹침, 투명성 등은 결국 우리 일상 공간의 한계와 가능성을 동시에 드러낸다. 자기만족에 그치는 예술이 아니라 세계적 생활문화의 일부로서 한국 디자인의 존재감을 넓힌다는 점에서 이번 전시는 남다른 평가를 받을 자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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