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소부장 스타트업 100억 펀딩, 지방 혁신의 전략적 전환점 될까

국내 소재·부품·장비(이하 소부장)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충남혁신센터와 호서대학교가 공동 조성한 100억원 규모의 펀드가 이번 주부터 본격적으로 운용을 시작한다. 이 펀드는 충남 지역의 소부장 스타트업들에 집중 투자함으로써, 지방 소재 기업의 연구개발(R&D) 역량 및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궁극적 목표로 한다. 소부장 분야는 반도체·스마트센서·전기차 배터리·로봇·차세대 섬유 등 대한민국 제조업의 현주소를 대변하는 핵심 축이지만, 여전히 수도권 집중 현상과 대기업 중심 생태계라는 굳어진 질서에서 소외되어 왔다.

지난 수년간 문재인 정부가 밀어붙인 ‘소부장 자립’ 기조가 일부 성과에도 불구하고, 지역 균형발전 및 창업생태계 다변화에 있어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공급망 재편과 글로벌 기술경쟁이 심화된 2020년대 중반 들어, 일본 등 선진 제조국의 견제와 미중 기술갈등 등 지정학적 리스크는 지방 소부장 기업의 투자 활성화에 결정적 장애물로 작용해왔다. 이 같은 배경에서, 이번 충남혁신센터·호서대의 펀드 조성은 지역주도 성장 전략, 그리고 대학-지자체-민간이 참여하는 개방형 동맹 생태계 실험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구체적으로 이번 펀드는 1차적으로 충남 내 주요 테크 스타트업, 실험실 기술 사업화 기반 기업, 내재화 부품 및 신소재 개발 스타트업에 우선 투입된다. 단순한 자금 제공을 넘어, 투자결정 단계에서부터 대학 연구자와 기업인, 지방정부의 공동평가체제가 구축되어 지역 내 산학협력 모델이 기존에 비해 한층 실질적으로 작동한다는 평가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충남판 산학연 협력경제’ 모델의 시도라고 보지만, 자본 및 경험 부족, 글로벌 판로 진입 장벽 등 지역 기업 특유의 취약점이 상존한다는 것이 업계 시각이다.

다른 지방정부들의 유사 정책 사례와 교차해볼 때, 실질적 생태계 변화는 단기 펀딩만으로 이뤄지기 어렵다는 국제비교 사례가 많다. 실리콘밸리, 도쿄-요코하마, 심천, 바이에른 등 글로벌 혁신클러스터 역시 자본과 연구인력, 그리고 장기간의 네트워킹 인프라가 맞물려 시너지를 낸 것이 주효했다. 충남의 경우, 펀드가 지역 스타트업의 초기 브릿지 역할을 수행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해외 출자자 유치, 다국적 기업과의 기술협력, 민간투자 레이어 확충 같은 후속 투자가 이어지지 않으면 한계가 예상된다. 실제로 유사한 취지로 진행된 광주·전북 지역 혁신펀드의 경우, 후속 투자가 미약하거나 출자 성과가 미흡하여 ‘단기 유행성 시책’ 그 이상을 남기지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눈여겨볼 점은 대학의 적극적 참여 구조다. 호서대학교는 이번 펀드 기획에서 연구실 기반 창업 참여율을 대폭 상향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수년 전부터 미국·독일·일본 등 혁신국가에서 대학이 R&D 기반 창업을 촉진하는 사례가 늘고 있으며, 한국형 ‘대학발 스타트업 펀드’ 실험이 점차 확대되고 있는 흐름을 충남에서 선도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기술확보-시장확장-수익화에 이르는 기술사업화 전주기 인프라가 여전히 수도권 대비 열위에 있고, 우수 전문인력의 이탈이 상존한다는 지점은 극복과제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최근 소부장 지원사업 보고서에서도 ‘지역 R&D 거점-중견기업-벤처캐피털 간 네트워크 약화’가 반복적으로 지적되고 있다.

국제적 관점에서 보면, 지역발 스타트업 지원정책은 지정학적 불확실성 극복의 하나의 선택지이자, 국가 공급망 자립성과 경제 안보 강화의 로컬 전략이기도 하다. 일본의 벤처투자 재생정책, 중국의 신흥 제조혁신구 실험, 독일의 지역 특화 R&D 집적단지 등 각국이 다각도의 투자를 시도하고 있으나, ‘단기펀드-장기성장’ 간 디딤돌 구축이 성패를 가르고 있다. 충남 펀드가 실질적 성공 사례가 되려면, 지역 대학·지자체·기업·중앙정부의 연계 하에 글로벌 판로 개척, 해외 기술협력, 장기 R&D 펀딩 시퀀스가 정교하게 뒷받침되어야 한다. 창업 성공 스토리보다는 연속적 모델 구축, 실질적 자립형 생태계 조성이 추후 평가의 핵심 시금석이 될 것이다.

기술패권 시대, 지방 혁신센터와 대학 주도의 소부장 펀드는 충남의 산업 경쟁력과 국가 전략자산 구축에 있어 결정적 시험대로 떠오르고 있다. 단발성 정책 효과에 그치지 않도록, 후속 민간투자 유치 및 지속적 네트워크 강화를 위한 정책적 리더십과 민관 협력 역량이 집중되어야 할 시점이다.

— 오지훈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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