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 체중 중년, ‘숨은 지방간’ 늘어난다…방치시 간 건강 적신호

비만이 아닌 정상 체중임에도 지방간 진단을 받는 중년층이 최근 급증하고 있다. 26일 오후 주요 대학병원 소화기내과 외래, 50대 직장인 정모 씨는 건강검진 후 의사로부터 ‘지방간’ 진단을 받았다. “비만이 아닌데 어떻게 지방간이냐”는 정 씨의 질문에 전문의는 “체중이 정상이라도 운동 부족, 잘못된 식습관, 대사질환이 있으면 내장지방이 늘고 결국 지방간 위험도가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한 대학병원 소화기학회 연구에 따르면 최근 5년간 40~60대에서 체중은 비만 기준에 미달하지만 간내 지방 축적으로 진단된 사례가 꾸준히 증가했다. 특히 과거엔 명백한 비만이나 음주력 있는 환자에 국한됐던 지방간이, 최근 들어 정상체중이지만 복부비만·생활습관 문제로 간 기능이 악화되는 사례가 전체의 약 30~40%까지 차지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지방간의 정확한 진단 방법은 혈액 검사에서 간수치(ALT, AST 등) 이상과 복부초음파에서 관찰되는 ‘간의 흐릿함’, 즉 간내 지방 침착 소견이다. 이 과정에서 BMI(체질량지수)가 정상 범위여도 안심할 수 없으며, 이로 인한 위험은 방치할 경우 염증성 간질환, 심하면 간경변이나 간암으로 이행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경고다. 대한간학회 이진우 교수는 “정상 체중일수록 본인 건강에 소홀하기 쉽고, 별다른 증상이 없어 방심하다가 나중에 심각한 합병증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문제의 원인은 ‘숨은 비만’ 또는 ‘마른 비만’이라 불리는 체성분 불균형에서 비롯된다. 키 대비 체중은 정상이라도 근육량이 적고 몸 속 지방, 특히 복부 내장지방 비율이 높으면 지방간 위험이 커진다. 여기에 탄수화물·지방 위주의 식이, 부족한 운동, 과도한 음주, 만성 스트레스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2024년 국내 한 중대형 건강보험공단 통계에 따르면 “비음주·정상체중 지방간” 증가율이 40~60대에서 5년 새 12%가량 뛰었다. 한편, 젊은 여성이나 노년층을 중심으로도 유사한 ‘체형과 무관한 대사질환’ 트렌드가 확산하고 있다.

치료와 예방에서 가장 기본은 식습관과 운동이다. 지방간 예방을 위해 추천되는 주요 지침은 단순 탄수화물(설탕, 흰빵) 제한, 식이섬유·신선채소 섭취 확대, 중등도 이상의 유산소 운동을 주 3회 이상 실천하는 것 등이다. 동시에 술을 지나치게 마시는 음주성 지방간만큼, 무알코올성 지방간 역시 당뇨·고지혈증 등 대사증후군 질환과 깊은 연관성을 가진다. 이런 맥락에서 정기 건강검진 때 간수치 외에도 복부 초음파 및 체지방·근육량 비율 체크가 강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방간 진단 이후 개선하지 않을 시 10명 중 1명은 10년 내 간경변증·간암 진행 위험이 있다”며 “중년 이후 식사량, 활동량, 체구에 안이하게 안주하지 말고, 평소 복부둘레가 늘거나 피로감이 잦아지면 간 건강 체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지방간은 초기에 자각 증상이 거의 없는 만큼, ‘정상이니까 괜찮다’라는 인식을 바꾸는 것이 시급하다. 소화기내과 현장에선 “환자 10명 중 3~4명꼴로 전형적 비만이 아닌데도 지방간 진단을 받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생활습관병으로서 지방간의 사회적 부담이 점차 커지고 있다는 반응이다.

종합적으로 최근 건강 트렌드는 표면적 체중 숫자가 아닌 근감소·체성분 불균형, 대사질환 동반 여부가 조금 더 중요한 관리 포인트로 자리 잡고 있다. 관련 연구도 “근감소증과 연결된 지방간은 심뇌혈관질환, 제2형 당뇨 등 추가 위험까지 높아지므로, 체중계 수치가 멀쩡하다고 방심해선 안 된다”고 거듭 강조한다. 건강을 지키기 위해선 나이와 체형에 상관없이, 하루 30분 이상의 걷기, 균형 잡힌 식단, 정기 건강검진이라는 기본을 습관화하는 것이 급선무로 지적된다.

현장에서 만난 환자들은 “술, 비만 없는데 왜 간 건강이 나빠지지?”라며 당황해하지만, 전문가들은 “이제는 누구도 예외일 수 없다”는 경고음을 내놓고 있다. 실제 사례와 연구가 입증하는 만큼, 자신의 몸 상태를 정확히 아는 것에서 관리와 예방이 출발한다.

— 이현우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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