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체가 생명’ 신구의 건강 철학: 89세에도 계속 걷게 한 한 가지 습관

어느 여름날, 89세 신구 씨는 일상처럼 광장시장에 들어섰다. 고령에도 불구하고 특유의 꼿꼿한 걸음, 또박또박 이어지는 목소리에는 청춘 못지않은 생기가 엿보인다. 많은 이들이 ‘어떻게 이렇게 오래, 건강하게 걸을 수 있을까’ 묻곤 했다. 신구 씨는 수년 전부터 매일 정해진 시간에 하체 운동을 빠뜨린 적이 없다고 말했다. 단순히 근육을 단련하는 차원을 넘어, 걷는다는 행위 자체에 의미를 부여했다. “아무리 늙어도, 다리 힘이 남아 있으면 버틴다”라는 그의 말을 곱씹어본다.

의사들은 오래 사는 이들의 공식에는 반드시 ‘하체 건강’이 들어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우리 사회는 종종 ‘얼굴이 젊어 보여야 건강하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노화의 출발선은 하체에서 시작된다. 세계보건기구(WHO) 자료 역시 낙상 사고와 하체 근육 감퇴가 70세 이후 건강에 치명타임을 보여 준다. 현장 전문가들은 노년기 낙상을 삶의 질을 결정하는 첫 고비로 지적한다. 이러한 점에서 신구 씨의 루틴은 우리 모두에 울림을 준다. 그는 소박한 집 거실에도, 오랜 촬영장 틈새서도 스쿼트와 다리 들기를 빼먹지 않았다. 주변에선 “여든을 넘기고도 스스로 시장을 오가는 모습이 놀랍다”고 한다.

최근 들어 현실에서의 하체 건강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사회적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단순히 수명연장이 아니라 ‘삶을 살아갈 힘’의 총합으로 건강을 바라보는 시선이 각광 받는다. 건강보험공단, 노인복지센터 등에서 끊임없이 “무릎, 엉덩이, 고관절 등 하체를 튼튼하게 하라”며 다양한 운동 프로그램을 편다. 그럴 수밖에 없다. 하체가 무너지면, 단 1초 만에 일상이 달라진다. 욕실에서 넘어져 입원하는 80대 할머님이 있다. 휠체어에 의지한 뒤엔 영악한 건강식조차 의미를 잃는다. 무엇보다 낙상의 충격은 단지 뼈와 근육의 문제가 아니라, 홀로 일어나고 싶은 ‘존엄성’의 무너짐이다. 신구 씨는 이를 이미 오래전 알아차렸던 듯하다. 짧아지는 무대를 탓하기보다, 한 발 한 발 끝까지 걸어보려 했다.

현장에서 실제 만난 사례들을 떠올릴 때면 한 어르신의 말이 생각난다. “우리 집은 엄마가 혼자 잘 걷다 그만 넘어지고, 삶이 확 달라졌어요. 밥 먹는 것도, 화장실 가는 것도 힘들어하니까 가족이 전부 달라졌죠.” 이렇듯 한 사람의 하체 근육이 곧 가족의 일상, 행복을 지킨다. 그래서 신구 씨의 반복되는 운동이 그저 개인적 루틴 그 이상일 수밖에 없다. 우리 세대가 노년의 건강을 삶의 질로 읽어야 하는 이유다.

과학적으로도 설명이 분명하다. 노년기에는 매년 1%~2%씩 근육이 줄고, 하루 30분 정도의 가벼운 하체 운동만으로도 이 근감소를 상당 부분 방지할 수 있다는 연구가 지속적으로 나온다. 당뇨, 치매, 고혈압, 우울증까지 하체 근육량이 높을수록 각종 만성질환 위험이 감소한다는 결과도 있다. 신구 씨처럼 걸음 수를 생활계단 삼아 하루에 꼭 채우려는 습관이 실제 생명을 연장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운동은 힘들다’ ‘이제 와서 뭘 하겠냐’며 지레 포기하는 노인이 많다. 마을 복지센터에서 만난 할머니는 “젊을 때 일 좀 하고, 이제는 앉아만 있을래”라고 하셨다. 그러나 그 할머니는 딱 한 달만 하체 근육 강화에 집중하자, 다시 스스로 목욕탕도 다닐 수 있게 됐다. ‘바꿀 수 없는 게 아니라, 아주 느리게라도 바꿔볼 수 있다’는 용기. 신구 씨가 매일 시장길을 걷는 장면은 그런 희망을 말없이 전한다.

이렇듯 하체 운동은 단순한 건강의 문제가 아니다. 독거노인, 소외계층, 혹은 경제적 여력이 적은 이들에게 ‘잘 걷는 법’은 복지의 실질적 안전망이 될 수 있다. 정부와 지자체 역시 노인 대상 운동 프로그램에 예산을 더 투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건강보험 의료비 부담을 줄인 다수 선진국 사례까지 생각해보면, 노인 하체 건강은 사회적 투자이기도 하다. 어쩌면 ‘신구 씨처럼 시장 골목을 걸어보게’ 하는 것이 우리 사회가 노인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일 거라는 생각도 든다.

더 늦기 전에, 손주 손을 꼭 잡고, 우리가 먼저 시장골목 한 바퀴를 걸어보면 어떨까. 아직은 늦지 않았다. 작고 느린 다리로 한 걸음 내딛는 것이, 인생의 가장 큰 변화의 출발점이 될 수 있기에. 그리고 이 평범한 루틴이 ‘노인 건강=존엄성’이라는 명제를 우리 모두의 일상에 심어주길 바란다.

— 김민재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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