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 금메달 축하”, “더 빠르고 재밌는 농구”…KBL 10개 구단 사령탑 당찬 출사표 [한남동 현장]
한국 농구가 아시안게임 금메달이라는 쾌거에 힘입어 다시 한번 비상을 노린다. 2026-2027 KBL 정규리그를 앞두고 10개 구단 사령탑이 한자리에 모였다. 기자간담회가 열린 한남동의 공기는 평소보다 한층 무거우면서도 동시에 오래간만에 느끼는 활기로 가득했다. 각 팀 감독들은 이례적으로 공격적이면서도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새로운 시즌에 대한 포부를 내비쳤다. ‘더 빠르고 더 재밌는 농구’, 소위 ‘한국형 업템포’의 구현이 올해 모든 구단의 핵심 목표로 자리 잡았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현장에서 가장 먼저 와 닿은 것은 선수단 구성과 전략 변화에 대한 감독진의 집요한 천착이다. 비시즌 동안 각 구단은 유망 신인 영입 및 기존 핵심 선수 다듬기에 공을 들였다. 우승 후보 팀의 수장들은 물론 중하위권 팀들까지, 공통적으로 ‘속공’과 ‘3점슛 비중’ 확대를 선언했다. 실제로 KB스타즈 이재훈 감독은 “볼 리버설 속도와 트랜지션 디펜스 강화가 시즌 성패를 가른다”고 밝혔다. 삼성 썬더스와 KGC, SK나이츠 등도 포인트가드 기용 변화를 예고하며, 보다 짧고 강력한 선수 로테이션의 실험적 시도를 강조했다.
눈길을 끌었던 또 다른 지점은, AG 금메달 획득이 현장 분위기를 어떻게 변화시켰는가다. 국가대표팀의 성공이 홈리그 관중 유입에 직접적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선수단과 프런트 모두, 이전 시즌과 다르게 리그의 질적 도약, 관중과의 교감에 적극적이다. 특히 베테랑 선수들의 리더십 아래 신인들의 파격적 데뷔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각 팀은 신장과 체격, 에너지 레벨이 강화된 신인 선수들에게 적지 않은 기대감을 내보였다.
경기 양상 측면에서 많은 감독들이 강조한 것은 ‘수비 전환’과 ‘속공 출발’의 절대적 중요성이다. 지난해 39.2%에 머물렀던 리그 전체 속공 득점 점유율을 45%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입장이다. 이는 단순히 속도를 높인다는 의미에 그치지 않는다. 핸들러의 퍼스트 패스 결정력, 윙 포워드의 오프 더 볼 무브, 셀프 크리에이션 능력 등 복합적 경기 기술의 진보가 동시에 요구된다. 실제 훈련장서 여러 팀이 ‘0.5초 내 슈팅·패스 결정’에 중점을 두고 있다. KBL이 아시아 리그 가운데서도 상대적으로 세밀한 전술 구성으로 승부를 보는 리그임을 감안할 때, 속도와 스페이싱은 성패의 최대 관건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포인트가드 전쟁 역시 이번 시즌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 SK의 박상민 감독, KGC 김태현 감독 등 각 팀 젊은 지도자 군단은 새로운 볼 핸들러 선수를 과감히 1옵션으로 설정했다. 이는 수비 부담 분산과 코트 내 볼 플로우를 확장시키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경기당 어시스트, 턴오버, 볼 터치 빈도 등 세부지표에서 변화가 예상된다. 농구 팬 입장에서는 리그 전체의 템포 업과 다채로운 로테이션의 향연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잊지 말아야 할 변수는 외국인 선수 활용. 올해 대부분의 구단이 빅맨 외국인 선수의 골밑 지배력을 기본 세트로 삼으면서도, 2옵션 외국인에 윙맨, 스윙맨 스타일을 기용한다. 이는 상대 빅맨 수비의 빈틈을 노려 미스매치로 득점을 뽑아내는 것을 목표로 한 변화다. 실제 연습 경기서도 팀 피딩과 하이 포스트 크리에이션, 트레일러 슈팅까지 다양한 전술 확장이 감지됐다. 감독들은 “데이터와 분석 중심의 맞춤형 스카우팅”을 올해 하이라이트로 꼽았다.
프로 농구의 최대 숙제 중 하나인 관중 회복과 ‘스포츠 엔터테인먼트’화의 물결도 빠질 수 없다. 팬 서비스, 경기장 내 행사, 선수 개성 마케팅 등도 감독과 프론트가 직접 언급할 정도로 현실적 목표로 자리잡았다. 선수 개별 SNS, 구단 미디어팀 콘텐츠 강화 역시 현장 의견으로 자주 등장했고, 실시간 하이라이트와 경기 후 분석 영상 등이 팬과 리그 간 유대 강화에 새로운 돌파구로 부상하고 있다.
결국, 이번 시즌 KBL의 키워드는 ‘속도, 다이내믹, 그리고 변신’이다. 한남동 현장의 상징적인 구호 ‘더 빠르고 재밌는 농구’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스포츠의 본질적 매력, 즉 예상할 수 없는 드라마를 만들어 낼 선수단과 감독진의 올 시즌 도전이 시작됐다.
앞서 언급된 모든 경쟁과 실험은 ‘코트 위’에서 증명되는 한 판 승부로 귀결된다. 농구장이 다시 뜨거워질 시간, 이제 공은 심판의 휘슬과 함께 본격적으로 튀어오를 것이다.
— 한지우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