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분식, 이제 글로벌 패션처럼 유럽을 점령하다

샤넬이나 루이비통, 구찌의 화려한 스트릿쇼 생각했다면 이젠 롤업 청바지와 당면이 싸우는 떡볶이집 간판도 주목할 시즌. K뷰티가 유럽의 드럭스토어와 백화점 체인을 점령하는 사이, 낯익은
한글 간판에 분식집이 밀라노 거리, 파리 가로나 암스테르담 시장 구석까지, 무려 현지 수제버거집을 밀어내며 등장했다. K-푸드 트렌드가 단순 맛있는 걸 넘어, 현지 상권 구도를 제대로 흔들고 있다는 소식이 패션만큼 핫하게 등장했다.

런던, 파리, 베를린처럼 워너비 도시라면 이제 ‘떡볶이·치킨·김밥’이 진입 심볼. 때론 네온조명 치킨집, 심플한 큰글씨 떡볶이 간판이 애매한 스칸디 카페 옆에 들어서 현지 친구들도 “여기가 포토스팟?” 하게 만든다. 전통적인 이탈리아 피자집 자리에 친근한 닭튀김집, 독일 수제 소시지집 한가운데 당당한 떡볶이 바가 비집고 들어가면서 동네 이미지까지 달라진다.

유럽 MZ세대는 한식, K-분식이 자체가 힙하다고 느낀다. 한류에서 ‘맛집 성지순례’가 중요한 루틴이 되면서, SNS에는 현지인들이 인스타 감성사진과 함께 오묘하게 서툰 한국어로 “떡볶이 맛집”을 적는다. 브랜드 파워가 아니라도, 촌철살인 디자인과 스트릿 무드가 현지에선 신선 그 자체. 핑크색 트레이와 빨간 떡볶이 소스, 허름한 주방 오픈형 인테리어도 그들에겐 뉴-쿨.

이 열풍, 단순히 먹는 게 다가 아니다. 요즘 분식집들은 K패션 브랜드처럼 기획과 마케팅, 매장 인테리어, 심지어 굿즈까지 트렌디하게 무장. ‘한글로고’ 에코백, 떡볶이 케이스 모양 키링, 두툼한 오버핏 유니폼까지, 라인업을 보면 패션 셀렉트샵 못지않다. 유럽 멀티숍 편집매장 감성까지 흡수한 K-분식 브랜드는 이미 홀리데이 시즌 한정판 제품을 준비 중. 한류 굿즈의 범위가 K팝·뷰티는 물론, 심플-프린팅 분식 MD로 넓어지는 중.

매장 운영법도 눈길. 요즘 파리나 베를린 분식집은 한국 패션 카페와 똑 닮았다. QR 시스템, 비건/글루텐프리 메뉴, 그리고 오픈키친에 DJ부스까지. 떡볶이 맥주 페어링, K-치킨 코스와 함꼐하는 클래식 나잇, 레트로 감성의 피크닉 박스까지, 선풍적인 관심은 국내 연예인 콜라보로 확장 중이다.

재밌는 건 K패션, 뷰티 트렌드가 이미 구축해둔 ‘한국=세련됨+힙’ 프레임 활용. K-분식 브랜드 창업자들, 기본적으로 패션·뷰티 업계 출신이 많아서, 컬러 플레이·패키징·매장 아카이브가 매우 세련. 아예 한국 스타일 체험존을 꾸미는 매장도 등장, 패션 매장·카페·분식집의 경계 오가는 공간 믹스가 표준이 됐다.

이 현상이 시사하는 바? 이제 K브랜드가 ‘문화 파워’로 소비공간까지 리드한다는 점. 예전에는 K-패션 한정판, 뷰티 신상템이 인기를 끌더니, 이제는 한식당·분식집이 독특한 미적 코드와 서비스로 상권 자체를 리모델링. 유럽 레트로 감성과 한국식 스트릿 느낌이 믹스된 ‘K스타일 상권’이 확립되고 있다. 글로벌 푸드 미디어들도 “한국 음식은 그냥 한식이 아니라 라이프스타일”이라고 호평하는 중. 이 효과, 앞으로는 스낵·음료·키친웨어, 생활 잡화까지 연쇄적으로 퍼질 조짐.

결국 K열풍의 본질은 단순한 소품이 아니라, 새로운 미학과 일상을 제안하는 데 있다. 전통·힙·일상까지 모두 믹스해서 소비 자체를 하나의 경험으로 만든다. 이제 패션, 뷰티, 한류콘텐츠 구분이 필요 없고, 오히려 현지 젊은이들이 자기 문화처럼 자연스럽게 흡수 중. 마치 스트릿 패션 트렌드가 오랜 시간 문화로 남는 것처럼, K-분식도 ‘브랜드&라이프’로 굳어지는 순간이다.

다음 달이면 런던 패션위크 현장 부근에도 새로운 K-푸드 부스가 등장할 예정. 올해 남은 시즌, 우리 K-브랜드들이 유럽 현지에서 또 어떤 신박한 콜라보와 트렌드를 만들어낼지 기대감만 가득하다. 한국의 거리와 취향이 먼 이국땅 구석구석에서 당당하게 스며드는 지금, 그 미학의 변신은 아직 끝이 아니다.

— 오라희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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