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 5경기 1승→12위 부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캐릭 감독 잔류 결정 이면의 전술 현실과 적신호
2026-27 프리미어리그 시즌 개막 5경기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단 1승에 그치며 12위까지 추락했다. 구단 프런트가 예상보다 조기 경질설을 전면 부인하며 캐릭 감독에게 추가 시간을 부여하기로 결정한 이유는 무엇일까. 하지만 현 시점에서 전술적 문제, 선수단 신뢰, 대체 후보군의 현실이라는 삼각 파고가 동시에 닥쳐오고 있다.
이번 시즌 맨유의 단점은 자명하다. 점유율 기반 빌드업은 더뎌졌고, 미드필드에서의 압박 연계는 빈번하게 깨진다. 특히 4-2-3-1 포메이션 하에서 중원의 케이스미루와 브루노-마운트 조합이 압박 회피와 전진 패스 모두에서 안정을 보여주지 못했다. 전방에서는 호일룬드의 움직임과 라시포드·안토니의 측면 돌파가 서로 시너지를 내지 못하면서 경직된 공격이 이어지고 있다. 올드 트래포드는 또다시 부진의 악순환 속에 잠겼다.
캐릭 감독이 계속 기회를 받게 된 것은 두 가지 맥락 때문이다. 첫째, 감독 해임은 그 자체로 후폭풍이 크다. 구단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현재 선수단 내부 기류가 혼란스럽고, 중도 경질은 시즌 전체 전략의 붕괴로 이어질 우려가 높다. 둘째, 대안 카드로 급부상한 에디 하우 전 뉴캐슬 감독이 아직 팀에 적응할 시간도 없으며, 구단 철학과 얼마나 조화를 이룰지는 미지수다. 구단 경영진이 야인 하우에게 전격 지휘봉을 맡길 경우, 전술적 대수술이 예고된다. 이는 리스크이자 동시에 도박과 다름없다.
맨유의 최근 경기 데이터를 크로스 체크해 보면 전방 압박 성공률은 5경기 평균 21%로, 지난 시즌 동기간 32%에서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이는 2선 압박의 실패와 미드필드 간격 유지의 붕괴가 주요 원인이다. 캐릭 감독의 장점이었던 유동적인 빌드업과 측면-중앙 연계가 시즌 초반엔 오히려 혼란만 키운 것이다. 이 점에서 캐릭과 하우 두 지도자의 접근 방식은 극명히 대비된다. 하우가 뉴캐슬에서 보여준 강한 압박과 역습, 4-3-3 실리 축구는 맨유 현 자원과는 기질·구성 모두 상충되는 부분이 뚜렷하다. 특히 케이스미루, 브루노, 마운트의 트라이앵글이 하우 체제에서 생존할 확률은 낮아 보인다.
구매·투자 측면에서도 맨유 구단은 현재의 선수진으로는 즉각적인 반등이 힘들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다만 축구는 경기력 못지않게 분위기와 흐름의 스포츠고, 이탈리아 미디어를 비롯해 유럽 주요 축구 전문지들은 캐릭의 전환-조정 능력에 마지막 기회를 부여하는 쪽에 무게를 뒀다. 내부 미팅에서 선수단 일부가 “경질보단 전술적 동기부여와 명확한 역할 정립”을 요구했다는 사실도 전해진다. 브루노 페르난데스 등 주요 선수의 서포트가 등락을 거듭하는 점은 캐릭 체제 최대의 변수로 꼽힐 수밖에 없다.
더불어 구단의 일관되지 못한 영입정책과 플랜B 부재 역시 오늘날 맨유 위기의 핵심적 원인이다. 최근 5년간 1억 파운드가 넘는 투자를 자랑했지만, 하이브리드형 공격자원과 수비형 미드필더 간 밸런싱 조정이 뒷받침되지 않았다. 이러한 스쿼드의 불균형이 감독 교체 시 ‘대공사’로 번질 여지가 크다. 결국 캐릭 잔류란 ‘당장 대폭 개편은 아니다’라는 위기의 타협점에 다름 아니다.
팬덤의 인내심도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최근 소셜 미디어와 팬 커뮤니티에서는 기존 지도부에 대한 신뢰 저하, 전략의 고집, 선수들에 대한 불만이 폭발 중이다. 그러나 축구는 언제나 전술적 혼합과 인적 요소, 그리고 시즌 중반의 복합 변수가 리그 판도를 바꿔왔다. 캐릭이 고집 대신 창의적 조합을 발휘하느냐, 아니면 하우 체제가 돌풍에 가까운 대대수혈을 시도하느냐—이 선택지는 조만간 현실이 된다.
다음 리버풀과의 대진, 그리고 노리치 원정전이 캐릭의 운명을 가를 마지막 테스트다. 기존의 4-2-3-1 고집을 버리고 복합 포메이션 변화나, 2선 자원의 싹쓸이 활용 등 신선한 전술 변주를 내세울 수 있다면 변화의 실마리가 될 것이다. 반대로, ‘맨유식 부진의 악마’가 또 한 번 올드 트래포드에 강림한다면 프런트의 인내도 한계에 다다를 수밖에 없다. 야인 에디 하우의 이름이 더 진하게 오르내리는 그 순간, 맨유는 다시 거대한 격변의 소용돌이로 빨려들어갈 것이다.
— 김태영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