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다음은 우리”…제2 자율주행 실증도시 노리는 지자체들
자율주행차 시대를 앞두고 국내 지자체들이 실증도시 타이틀 확보에 나서고 있다. 지난 2024년 광주시가 국내 최초로 자율주행 전용 실증도시로 공식 선정되면서, 그 효과와 산업적 파급이 기대치를 뛰어넘는 모습을 보였다. 이후 전국 각 지방자치단체들은 ‘제2의 광주’를 꿈꾸며, 자체적으로 자율주행 기술과 인프라를 전면에 내세운 대규모 사업 추진, 공공-민간 융합 클러스터 조성, 정부지원 유치 전략 등을 앞다퉈 선보이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단순 도시 이미지 제고에 그치지 않고, 첨단 모빌리티 산업 생태계 조성, 지역경제 신성장 동력 확보로의 연결이 명확히 타진되는 흐름이라 주목된다.
광주형 실증도시는 실제 자율주행차 상용화 단계와 매우 밀접하게 맞물려 있다. 광주의 사례를 보면, 2024년 첨단자동차산업단지 내 전용 테스트베드 구축, 지역 대학 및 연구기관-완성차 업계의 긴밀한 협업 구조, 그리고 정부의 이른바 ‘규제 샌드박스’ 적용이 결합되어 테스트 환경과 상용 인프라가 공존하는 특징을 보였다. 아울러, 광주시는 각종 모빌리티 스타트업의 투자 유치, 글로벌 자동차 부품사와의 제휴 협정, 해외 실증 협력(예: 독일 인공지능 연구기관과의 실증 연계) 등을 스피디하게 병행하며, 단기간 내에 국내외 투자액이 1조원을 넘어서는 성과도 달성했다.
이러한 고무적 실적에 자극받은 타 지자체 역시 명확한 목표와 경로를 제시하기 시작했다. 충남 세종시는 대규모 자율주행 전용 도로구간 제안과 더불어 도시 교통망 자체를 자율주행차 친화적으로 재설계하겠다는 청사진을 밝혔다. 경기 화성-용인 일대에서는 반도체-자동차-ICT 융합 특화지구와 연계해 데이터 기반 자율주행 실증단지 추진이 급물살을 타는 중이다. 부산도 빅데이터 허브와 연동한 해운·공공교통 자율주행 실증을 앞세워, 동남권 미래산업의 중심 도시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다. 실제 현장에서는 다양한 조례 개정, 정부와의 규제 유연화 협상, 주민 수용성 증진을 위한 대규모 퍼블릭데이 오픈 이벤트 등 현실적인 움직임이 연달아 이어지고 있다.
기술 측면에서 보면, 국내 실증도시 경쟁력의 핵심은 센서·ICT 인프라 고도화와 상용화 테스트-운영-확산을 끊임없이 반복하는 데 있다. 광주와 유사하게, 각 지자체는 V2X(Vehicle-to-Everything) 통신망, HD맵 실시간 구축 및 갱신, 교차로/보행자/돌발상황 데이터베이스를 실외-실내 전체에 걸쳐 구축하며, 자체정의 리스크 기준을 마련해 상용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 선진국 시장과 비교해보면, 미국 피닉스·오스틴(웨이모/크루즈)과 독일 함부르크(모빌리티 혁신 허브)는 이미 실도로 기준 1,000km 이상에서 수백만km 주행 시험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으나, 아직 상용 승차공유 서비스는 부분 도입 단계에 머물며, 지역별 규제 장벽 역시 여전하다. 우리나라는 공간적 제약, 인구 밀도의 이점과 함께, 빠른 정부-지방 협력 시스템을 강점으로 가지고 있지만, 상용화 속도를 결정짓는 신뢰성 데이터 축적과 보험·법제 정비 부문은 선진 시장과의 간극이 뚜렷하다 할 수 있다.
또한, 글로벌 자율주행 실증 경쟁 구도에서도 이제는 도시 단위의 상징성보다 실질적 이용자 경험, 데이터 공유/오픈방식, 교통 인프라 전체 힌터그라운드의 호환성이 논의의 중심으로 부각된다. 단순히 ‘실증도시’라는 타이틀에 집착하기보다, 지자체별로 현실적 특화 수요와 사업 파트너, 국제 표준 연동 플랜을 갖추는 진화가 필수적이다. 최근 프랑스 파리 교외, 중국 상하이·광저우 등지에서도 지방정부 특성에 맞는 모듈형 실증지구를 운영하며 유동적 모델을 실험 중이다. 국내 각 지자체가 광주식 모델을 반복하는 데 그칠 경우, 표준화·확장성·집적 효과 달성에는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
자율주행 실증도시 경쟁이 ‘국가적 성장가치’를 낼 수 있느냐는 지역 간 중복 투자, 데이터 표준 불일치, 역량 확산 구조 등 문제를 동반한다. 따라서, 정부 차원의 실증데이터 오픈 공유, 법제·인증체계 통일, 단계적 지원(R&D-실증-사업화 마일스톤) 프레임을 병행해 나가는 것이 필수로 보인다. 궁극적으로는 각 지자체별 자율주행 실증 프로젝트가 ‘지역적 쇼케이스’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국가 전체 모빌리티 혁신과 글로벌 시장 진출의 기폭제 역할을 수행해야만, 한국형 자율주행 산업의 기업 경쟁력·현실 노하우·수출확장성을 기대할 수 있다.
기술 격차 해소와 명확한 상생 로드맵 구체화 없이는 실증도시의 빠른 확대가 오히려 시장 예측 실패, 사회적 갈등, 기술 검증 리스크로 변질될 수도 있다. 현 시점에서 실증도시 타이틀 확보에만 집중하는 각 지자체에 요구되는 것은 ‘누가 먼저’보다 ‘어떻게 더 깊고, 데이터 기반으로, 글로벌 기준에 맞게’ 산업·지역·기술을 융합할 것이냐에 대한 해법이다.
– 고다인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