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합의 실패 속 여당의 ‘북한 지뢰 폭발 규탄’ 결의안, 그 이면의 권력 역학 구조
여당이 최근 북한의 지뢰 폭발 사고와 관련해 ‘북한 지뢰 도발 규탄 결의안’을 단독 당론으로 발의했다. 이 결의안은 북한이 군사분계선 인근에서 지뢰를 매설함에 따라 군인과 민간인이 피해를 입은 직접적 사건에 대한 국제적 규탄 및 재발 방지를 요구하는 성격이다. 하지만 해당 결의안은 야당과의 합의가 불발되면서 국회에서 여야 간의 ‘책임 공방’과 정치적 대립 양상을 노출시켰다. 실제로 여야가 합의에 실패한 배경과 그 함의, 이후 정치권 내 흐름, 그리고 구조적 요인을 입체적으로 짚어볼 필요가 있다.
사건의 기점은 2026년 9월 말로,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발생한 북한의 지뢰 폭발로 우리 군 장병 2인과 민간인 1명이 중상 또는 사망에 이른 데 뿌리를 둔다. 현장 조사 결과, 해당 지뢰는 목함지뢰로 추정되며, 우발적 매설 가능성보다 장기적 계획된 도발로 보는 것이 군·정보당국의 시각이다. 이에 여당은 “북한의 어떠한 무력도발도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규탄 결의안을 준비했고, 국회 통과를 위해 야당과의 협상을 시도했다.
그러나 규탄 결의 문구, 특히 ‘북한 정권의 직접 책임 명시’와 ‘민주평화 공조 강화 명문화’ 조항에서 견해차가 좁혀지지 않았다. 야당은 “군사적 긴장 원인 제공에 과도하게 북한만을 특정하는 것은 대화 국면 재개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으며, ‘한반도 비핵화·평화’를 강조하는 내용이 추가되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여당은 일관적으로 결의안의 강경한 어조 유지와 신속한 채택을 요구했으며, 이 과정에서 양측 감정의 골이 깊어졌다. 야당 내에서는 당내 인사와 외교안보 전문가 등 신중론이 주를 이루는 반면, 여당은 긴급 상황을 빌미로 ‘책임 정치’의 프레임을 강화했다.
여당의 단독 발의는 단순한 정치적 제스처에 머물지 않는다. 북한의 연이은 군사 도발 가능성에 따른 안보위기, 총선을 앞둔 정치 포지션 선명화 전략, 그리고 국제사회에 대한 명확한 메시지를 내보내겠다는 복합적 의도가 읽힌다. 반면, 야당의 신중론 역시 단순한 반대를 넘어서 국회 내 지형 변화와 장기적 외교 환경, 대한정책 형성의 균형자로서의 역할을 자임한다는 점에서 무게가 있다. 실제로, 여당 지도부는 이번 결의안 불발을 두고 “야당이 정치적 책임을 회피했다”며 부각하는 한편, 야당은 “여당의 일방적 공세가 통합의 국회 취지를 훼손한다”고 맞섰다.
이 대치는 국회 내 권력 구조의 특징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사례다. 최근 수년간 여야 의석의 균형이 허물어지고, 이슈 발생시마다 ‘합의불발 → 강행처리 → 책임공방’이라는 전형적 루트가 반복되고 있다. 이번 결의안은 민감한 안보현안임에도, 엄정한 양측 협의에 의한 공동 대응보다는 각자 정치적 지분 확보와 눈앞의 프레임 싸움이 우선이었다. 특히, ‘안보는 여당의 전용 이슈’라는 오래된 구도가 다시 수면 위에 부상했다.
과거 국회 결의안 사례와 비교하면, 안보 위기 상황에서 국회 내 초당적 협력의 전통이 약해진 것도 눈에 띈다. 예컨대 2015년 DMZ 지뢰 사건, 2023년 서해상 도발 때에는 여야가 일정 수위의 규탄문에 합의해 대외 메시지를 낸 바 있다. 그러나 최근 안보·외교 의제 전반이 사실상 ‘정치 무기’가 되는 상황에서는 실질적 협력이 축소되고, 대외 선언보다 정치적 견제와 세력 과시만 남는 결과로 귀결되고 있다.
이번 규탄 결의안 단독 발의가 실제로 국제사회에 얼마나 영향력을 갖는가도 검토가 필요하다. 결의안 자체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정치적 선언에 불과하지만, 동맹국 및 유엔 등 외부 파트너 국가에 ‘국내 총의’를 표명하는 신호라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지금과 같이 합의 없는 결의안은 오히려 한국 내부의 의견 불일치, 정치적 불안정 이미지만 부각시킬 수 있다.
구조적으로, 여야의 이익 대립이 ‘안보’라는 공적 아젠다에조차 우선하는 현재의 국회 환경은 시대적 해묵음으로 귀결된다. 국민 안전과 군의 사기, 국제적 신뢰 회복을 위해 정치권이 최소한의 합의를 이뤄야 한다는 당위가 반복해서 강조되지만, 실제 권력구조에서는 ‘책임 소재 떠넘기기’와 ‘정쟁 프레임’만 심화되고 있다.
궁극적으로, 이번 사안은 여야 모두 어떤 형태로든 ‘정치적 책임’을 분담하게 될 것이다. 위기의 순간마다 단일된 목소리로 공동 대응에 나가지 못하는 구조적 폐해가 국민적 피로감과 불신만 자양분 삼게 됐다. 장기적으로는 ‘안보는 정치의 도구가 아니라, 국민 모두의 생존과 직결된 근본적 공공재’임을 국회와 정치권 모두 재인식할 필요가 있다. 단기적인 정치 성과보다 시스템의 신뢰 회복이 우선이다.
— 유상민 ([email protected])

